[주장] 김대중 씨, 당신보다 평택의 논두렁 진흙이 깨끗해
보이더군요...
조선일보의 “[김대중 칼럼] 평택 논두렁에 뒹군 사람들”을 읽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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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김대중 논객의 칼럼(평택 논두렁에 뒹군 사람들)을 읽어보면, 스스로 고결함을 유지하는 척하면서 자신에게 맞지 않는 주장은
편협하고 속좁은 주장이라는 입장이 바닥에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평택에서는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싸고 농민들이 결사적으로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따라 비가 내리고, 황사가 하늘을 뒤덮어도 조상 때부터 밟아온 땅을 빼앗길 수가
없어서 비를 맞아가며 흙먼지를 뒤집어 쓰면서 김대중 논객의 표현대로라면 ‘논두렁 진흙 속에서 발버둥을 치고’
있습니다.
그러한 평택의 사람들을 미국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한 시대착오적인 현상을 보이는 사람들이라는 관점은 그가 아무리
중립적인 입장이라고 스스로 말한다고 하더라도 그가 지금까지 발표한 칼럼을 송두리째 삭제하고 취소하지 않는 이상 ‘중립’을 인정할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21세기를 맞이해서 새롭게 전개되는 ‘자원 전쟁’ 속에서 구시대적이고 (김대중 논객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바로 평택의 ‘반미 투쟁’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 자원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원을 가진 쪽에 붙어야 산다는 철저한 생존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자원에 붙어야 하기 때문에 기독교권과 등질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본인의
입으로 이야기하기는 쑥쓰러웠는지 이정도에서 논조를 조금 바꾸는 것을 봅니다. 그리고 아주 귀한 충고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우리나라는 기름은 없고 기독교인은 많다. 그렇다고 ‘제3세계’라는 중립의 그림자 뒤에 숨을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이런 우리의 형편과 위치는 우리가 대단히 정교하고 계산된 외교로 대립과 충돌을 피해 가며 전쟁의 와중에 휩쓸리지 않는 지혜를
발휘할 것을 요구한다.”
이 정도를 이야기했으면 대충 알아들으라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그 행간을 읽어보면 지금
평택에서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21세기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며, 우리나라의 생존에 전혀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도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도 배울만큼 배운 사람인데, 김대중 논객의 글에
대해서 쉽게 동의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게 대립과 충돌을 피하자고 강조하시는 분이 북핵을 그렇게 강조하시면서 북쪽을 자극시키는 데는 누구보다
앞장서시는 것은 어인일인지요? 미군이 좀더 편히 주둔하도록 성심성의껏 도와드려야 한다는 김대중 논객의 입장과 정반대의 행동은 어떤 이념적인
투쟁이 아니라 생존권의 문제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김대중 씨, ‘신토불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평택의 주민들에게
있어서 평택의 땅은 가꾸고 경작하면서 함께 일구어 가야할 동반자입니다. 평생을 함께 한 평택의 땅이 하루아침에 소산을 내지 못하는 군사용기지로
탈바꿈하는 과정 자체에서 해당 지역의 주민들과 충분한 상의와 협의가 없이 강행하는 것은 올바른 모습이 아닙니다. 단지 법적인 소유권이 국방부라고
하지만 그 땅에서 수십년간 농사짓고 살아온 사람들은 비록 법적인 소유권은 없을 수 있지만 누구보다 그 땅을 사랑하는 마음이 클
것입니다.
단순히 평택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은 보상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단정하여 보도하는 언론은 평택 사람들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고 생각됩니다. 평생을 평택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온 사람들이 전혀 낯선 미군기지의 등장으로 삶의 터전 자체를 상실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SOFA 행정 협정이 거의 불평등 조약화 되어 있는 오늘의 시점에서 또 다른 희생의 장소가 평택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미군이 전쟁을 조장하는 점령군이 아닌 평화를 지키는 주둔군이 되려면 주둔하고 있는 나라를 최대한 존중하는 의미에서 SOFA 협정을
다시금 체결해야 합니다.
지금도 평택의 사람들은 해야 할 일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국가와 미군을 상대로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국방부의 땅이라는 명목으로 평택의 사람들과 땅을 떼어놓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루 아침에 평택의 주민들은 남의 땅에서 행패를 부리는
난동꾼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진흙탕에서 굴러서 지킬 수 있는 땅이라면 몇 번이라도 구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구른다고 땅을 지킬 수 있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중에 미군기지로 변해버린 땅을 볼
면목이 없을 것 같아서 무모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진흙탕에서 구르지도 않으면서 고귀한척 다른 사람의 행위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정말로
비겁한 행동인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평택에서 흙먼지를 맡아가며 비를 맞아가며 논두렁, 진흙탕에서 뒹구는 평택의
주민들이 김대중 논객보다 훨씬 깨끗하고 순수한 사람들로 보입니다. 그들의 눈을 들여다 보셨나요? 그들에게 있어서 반미, 친미라는 사상적인 것은
이차적인 문제입니다. 오히려 내가 보기에는 김대중 논객 스스로가 미국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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