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제3회 월드컵 : 브라질, 체력의 한계로 3위에 머물다
브라질, 체력의 한계로 3위에 머물다
[월드컵 이야기 17] 험난한 여정 - 두 번의 연장전, 한 번의 재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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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일한 남미 참가국
1936년 FIFA가 제3회 월드컵을 유럽의 프랑스에서 개최할 것을 결정하자 즉각적으로 남미의 불만이 거세게 일어났다. 개최를 강력하게 희망하던 남미의 아르헨티나는 이러한 FIFA의 결정에 반발하여 대회 불참을 선언했고, 1회 대회 이후 유럽의 태도에 불만을 품고 있던 우루과이 역시 제3회 대회도 불참을 선언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대부분의 남미 국가들이 제3회 월드컵 불참대열에 동참했다.
그러나 브라질은 남미의 불참 대열에서 홀로 이탈했다(오늘날 월드컵 개근의 빛나는 역사는 남미 국가들의 월드컵 불참 대열에서 이탈한 결과이다).
브라질이 이렇게 참가를 강행한 이유는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당시에 남미의 축구는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가 양분하고 있었고, 브라질은 ‘넘버 3’의 존재였다. 남미에서 제3의 존재감을 세계 대회 정상이라는 업적으로 보상받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했을까?
1937년 코파아메리카에서 아르헨티나와 플레이오프까지 치르는 접전 끝에 준우승에 머문 브라질은 당시에 17골을 기록하며 최다 득점을 기록했던 선수들을 중심으로 막강한 공격력을 갖춘 대표팀으로 구성하였다.
브라질이 우승을 장담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검은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레오니다스(Leonidas da Silva)의 존재가 커다란 몫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는 4년 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한 골을 넣은 기록을 갖고 있었는데, 바야흐로 1938년 프랑스 월드컵을 맞이하여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었다.
# 뜻밖의 복병, 폴란드와의 접전
브라질은 1938년 프랑스 월드컵 첫 번째 라운드에서 뜻밖에 복병을 만났다. 상대는 베를린 올림픽 4강 폴란드였는데, 월드컵을 맞이하여 스트라이커 빌리모프스키를 보강하여 전력이 급상승한 팀이었다.
1938년 6월 5일, 유럽의 스트라이커 빌리모프스키와 남미의 스트라이커 레오니다스의 맞대결은 연장전까지 치르는 대접전이었는데, 월드컵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한 경기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 경기에서 개인적으로는 4골을 기록한 빌리모프스키가 3골을 기록한 레오니다스보다 앞섰지만, 브라질이 6-5로 승리하며 두 번째 라운드로 진출하였고, 폴란드는 탈락했다.
# 산 넘어 산, 체코슬로바키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폴란드와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치른 브라질이 다음으로 만난 상대는 전 대회 준우승 체코슬로바키아였다. 체코슬로바키아는 4년 전보다는 무게감이 덜했지만 여전히 네예들리라는 걸출한 스타가 팀을 이끌고 있었다.
6월 12일, 체코슬로바키아와의 경기는 그야말로 난투극에 가까웠다. 3명이 퇴장당하고 3명이 병원에 실려가는 치열한 접전으로 ‘보르도의 전투’라고 불리는 이 경기에서 레오니다스가 전반 30분경, 자신의 네 번째 골을 성공시키며 1-0으로 앞서갔지만, 후반에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빼앗겨 1-1로 동점이 되었고 연장까지 치렀지만 결국 무승부를 기록하였다.
6월 14일, 브라질과 체코슬로바키아는 재경기를 통하여 준결승 진출팀을 가리게 되었다. 두 번째 경기에서 브라질은 전반전에 체코슬로바키아의 코페츠키(Kopecky)에게 선제골을 내주었지만(25분), 후반 들어 레오니다스의 동점골(57분)과 로베르토(Roberto, 62분)의 역전골로 2-1로 승리하며 준결승에 진출하게 되었다.
# 체력적으로 열세에 놓인 브라질
준결승에 오르기까지 두 번의 연장 승부와 한 번의 재경기를 치른 브라질로서는 체력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되었다. 체코와의 재경기 이후 이틀밖에 휴식을 취하지 못한 브라질은 6월 14일에 디팬딩 챔피언 이탈리아와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기술적으로 앞선다고 하더라도 전후반 90분을 뛸 수 있는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기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앞선 세 경기를 통해서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 된 브라질에 비해서 이탈리아는 두 경기만 치렀고, 4일이라는 충분한 휴식시간을 가졌다. 그렇기 때문에 브라질로서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이탈리아를 상대하지 못하는 불리한 조건에 처해졌다.
브라질 감독은 이탈리아를 상대로 하는 중요한 시합에 레오니다스를 출전시키지 않았다. 그것은 체력적인 부담이 원인이라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중요한 선수를 참가시키지 않았다는 것은 브라질이 이탈리아에게 고전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이탈리아는 레오니다스가 빠진 브라질에게 2-1로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브라질은 예상외로 잘 싸웠다. 만약 브라질이 주장하듯이 이탈리아의 두 번째 골인 페널티킥 판정이 틀린 판정이었다면(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았다면), 경기 종료 직전에 한 골을 넣은 브라질이 경기를 뒤집을 수도 있었다고 본다.
# 아쉬운 3위
그러나 결국 브라질은 2-1로 패하고 결승 진출에 실패, 3-4위전으로 밀려났다. 3-4위전은 헝가리에게 패한 스웨덴과 브라질이 6월 19일에 맞붙었는데, 레오니다스의 두 골에 힘입어 브라질은 4-2로 승리하며 3위를 기록하였다.
브라질로서는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전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체력적인 부담으로 레오니다스를 준결승에 투입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탈리아의 우승으로 끝난 1938년 프랑스 월드컵은, 축구에서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상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대회였다.
레오니다스는 준결승에 뛰지 않았지만 총 4경기에서 7골을 넣어 헝가리의 챙겔러를 제치고 개인 득점 1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