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야기 32] 한 지붕 네 가족, 본선 진출에 성공하다. [제6회 월드컵] 영국 소속 4개 팀, 월드컵 본선에 동반 진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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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지붕 네 가족
오늘날 축구의 종주국이 영국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이러한 종주국의 특권 중의 하나로 국제축구연맹에는 영국 국내의 4개의 축구협회가 각기 가입되어 있다. 축구의 세계에서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는 독립국과 같은 존재이다. 이들은 아마추어 대회인 올림픽에서는 4개의 축구협회가 협력해서 단일팀을 출전시키지만 월드컵은 각기 따로 팀을 만들어 참가해 오고 있다.
1950년 브라질 월드컵에 처음으로 참가하기 시작한 영국은 오늘날까지 4개의 팀이 따로 참가해 오고 있다. 이들 중에서 월드컵 성적을 놓고 본다면 잉글랜드가 나머지 세 개의 팀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리고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즈의 순서다.
스코틀랜드는 역사적으로 잉글랜드와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데, 이들은 ‘다른 팀에게는 져도 잉글랜드만큼은 이겨야 한다’는 민족적인 자존심으로 뭉쳐있다. 그들은 1950년대 초반까지 ‘'British Home Championship’(영국의 4개 축구협회 국가들이 참가하는 대회, 19884-1984)에서 잉글랜드와 대등한 라이벌 관계를 이루고 있었다.
# 그들끼리의 지역예선
1950년 브라질 월드컵과,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영국은 하나의 조로 배정받아 그들 중에 상위 두 팀이 본선 진출 티켓을 확보하였다. 당시에 그들은 매년 치르고 있던 ‘영국 선수권 대회’의 상위 두 팀에게 월드컵 본선 참가 자격을 부여했다.
1950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티켓은 ‘1949-1950 British Home Championship’에서 1위를 차지한 잉글랜드와 2위의 스코틀랜드가 차지하였다. 그러나 그 이전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던 스코틀랜드는 브라질 월드컵 참가를 포기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잉글랜드에게 1위를 빼앗겼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는 소문도 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본선 티켓은 ‘1953-1954 British Home Championship’에서 3승으로 1위를 차지한 잉글랜드와, 1승 1무 1패를 기록한 스코틀랜드가 1승 2패의 북아일랜드를 따돌리고 획득하였다.
이렇게 자기들끼리 지역예선을 치르면서 매번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에게 본선진출권을 허용한다는 것은 나머지 두 팀(북아일랜드와 웨일즈)으로서는 반갑지 않은 사실이었다. 피파는 이전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위해서 그들을 서로 다른 조에 배정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영국의 4개 축구협회의 대표를 다른 조에 배정하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다른 피파의 가맹국들은 근본적인 문제에 불만을 품기도 했다. 그것은 바로 영국만이 특권을 받아서 4개의 팀을 지역예선에 참가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영국의 4개 축구협회는 각기 따로 팀을 구성하여 월드컵 지역예선에 참가해오고 있다.
# 월드컵 동반 진출
1958년 스웨덴 월드컵은 월드컵 역사상 영국에 속한 4개의 팀이 함께 본선에 진출한 대회로 유일하다. 그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서로 다른 조에 배정되어 서로 다른 적들과 싸워 본선 진출의 위업을 달성했다.
비록 종주국의 자존심은 8년 전 브라질에서 무너졌지만 유럽에서 잉글랜드는 상위권에 속하는 실력을 갖고 있었다. 잉글랜드는 덴마크, 아일랜드와 유럽의 지역예선 1조에 속했다. 여기에서 잉글랜드는 3승 1무를 기록하여 2승 1무 1패의 아일랜드와 4패의 덴마크를 누르고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스코틀랜드는 비교적 어려운 팀들과 지역예선에서 만났다. 유럽 지역예선 9조에 속한 스코틀랜드는 적지에서 스페인에게 1-4로 패했지만, 나머지 세 경기를 모두 이기며 3승 1패를 기록했고, 2승 1무 1패의 스페인을 따돌리고 본선에 합류했다. 스페인은 스코틀랜드와 1승 1패를 기록하였는데, 스위스와의 홈경기에서 2-2로 비기는 바람에 2위에 머물고 말았다.
북아일랜드는 이탈리아, 포르투갈과 함께 유럽 지역예선 8조에 속했는데, 대부분의 축구팬들은 이탈리아의 본선 진출을 의심하지 않았다. 1957년 1월, 북아일랜드는 포르투갈과의 어웨이 경기에서 1-1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해 4월에 북아일랜드는 적지에서 이탈리아에게 0-1로 패하며 1무 1패를 기록하며 최하위로 추락했으며, 본선 진출은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5월에 북아일랜드는 다시금 본선 진출에 대한 희망을 키울 수 있었다. 홈에서 포르투갈을 3-0으로 격파하고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있던 북아일랜드에게 이탈리아가 포르투갈에게 0-3으로 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그 해 12월 이탈리아는 포르투갈을 홈으로 불러들여 3-0으로 2승 1패로 다시 선두에 올라섰고, 포르투갈은 1승 1무 2패로 탈락이 확정되었다.
2008년 1월, 1승 1무 1패의 북아일랜드와 2승 1패의 이탈리아가 본선 진출을 위해 마지막 경기를 펼쳤다. 이탈리아는 이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본선 진출을 달성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었지만 어웨이 경기라는 점이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다. 북아일랜드는 이 경기에서 전반에 두 골을 넣으며, 후반에 한 골을 만회한 이탈리아를 누르고 2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본선 진출에 성공하였다. 이탈리아는 2승 2패로 지역예선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북아일랜드보다 웨일즈는 더욱 험난한 과정을 겪으며 본선에 합류했다. 그러나 험난하지만 행운이 뒤따른 예선이었다. 웨일즈는 체코슬로바키아, 동독과 함께 유럽 지역예선 4조에 속했다. 홈에서는 두 번 다 승리를 거두었지만, 어웨이 경기에서는 두 번 다 패하며 2승 2패를 기록했고, 결국 3승 1패의 체코슬로바키아에게 밀려 조 2위를 기록하여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듯 했다.
그러나 웨일즈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지역예선 결과 이스라엘이 최종 승자가 되었지만 이스라엘은 상대편의 기권으로 한 경기도 치르지 않고 최종 승자가 된 것이었다. 피파는 지역예선에서 한 번 이상의 경기를 치러야 한다며 이스라엘이 유럽에서 2위를 기록한 팀들 중 하나였던 웨일즈와 플레이오프를 치를 것을 강요했다.
웨일즈의 행운은 이스라엘, 나아가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불행으로 이어졌다. 웨일즈는 이스라엘과 두 번 경기를 치르며 두 번 다 2-0으로 승리하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할당된 본선 티켓을 강탈해 갔다.
=-=-=-=-=-=-= 오마이뉴스에 올린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