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제6회 월드컵 : 브라질, 마침내 월드컵 정상에 서다
[월드컵 이야기 33] 브라질, 마침내 월드컵 정상에 서다
[제6회 월드컵] 브라질, 황금시대의 서막을 열다
=-=-=-=-=-=-=
1958년 스웨덴 월드컵이 시작될 무렵 아무도 브라질의 우승을 예상하지 못했다. 남미의 3개 팀 중에 브라질은 가장 형편없는 지역예선을 보여주었다. 페루와의 대결에서 1승(1-0) 1무(1-1)의 성적은 브라질로서는 부끄러운 성적이었다. 축구팬들은 브라질이 뛰어난 팀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우승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브라질은 본선 4조에 속했는데, 상대편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실력을 보유한 팀들이었다.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칼을 갈고 있는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 2년 전 올림픽을 재패하고 내친김에 월드컵 우승을 바라보는 소련, 비록 1930년대보다는 못하지만 여전히 정상급 실력을 잃지 않고 있는 오스트리아와 한조가 된 브라질로서는 조별리그에서 살아남는 것도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브라질 국민들과 브라질 선수들 자신은 자신들의 선배들이 매번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도 정상 일보직전에서 무릎을 꿇어왔던 것을 기억하며 우승을 향한 각오를 새롭게 하고 대회에 임했다.
브라질의 페올라 감독은 수비진과 공격진에 각각 4명씩 배치하고 미드필드의 2명의 선수가 수비와 공격을 넘나드는 4-2-4 전법으로 월드컵을 준비했다. 명 선수 질마르가 골문을 지켰고, 잘마 산토스, 닐튼 산토스, 벨리니 등이 수비를 맡았으며 중원은 디디와 지토가 담당했으며, 공격은 가린샤, 바바, 자갈로가 포진되어 있는 브라질은 지역예선에서의 부진을 털어버리고 정상을 차지하겠다는 각오로 조별리그에 임했다.
# 험난한 조별리그
브라질의 첫 번째 상대는 오스트리아였다. 이 경기에서 브라질은 마졸라가 2골을 넣는 활약에 힘입어 3-0으로 쉽게 승리하였다. 그러나 오스트리아는 이미 하강기에 접어들어 있었기 때문에 브라질의 승리가 그다지 주목을 받지는 않았다.
브라질은 두 번째 상대로 축구 종주국의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잉글랜드와 만났다. 이 경기에서 브라질은 한 골도 넣지 못했지만 잉글랜드 역시 한 골도 넣지 못하였다. 브라질로서는 실망스러운 한 판이었다.
조별리그에서 브라질의 마지막 상대는 1승 1무를 기록하고 있는 소련이었다. 브라질 역시 1승 1무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소련과의 경기에서 패한다면 2무를 기록하고 있는 잉글랜드(이미 2패로 탈락이 확정되어 있는 오스트리아와 경기를 남겨두고 있었다)에게 역전당할 가능성도 있었다.
지역예선부터 보여준 득점력의 빈곤에 대해서 브라질의 페올라 감독은 당대 최고의 골키퍼로 명성을 날리고 있던 레프 야신의 소련과의 경기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에 페올라 감독은 앞서의 두 경기에 뛰지 않은 두 명의 새로운 선수를 기용하며 변화를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그 변화가 브라질의 축구 황금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결과가 되었지만, 어렸을 때 소아마비로 한 쪽다리가 짧은 핸디캡을 안고 있는 가린샤와 17세의 최연소 선수인 에드슨 아란테스도 나시멘토(펠레)의 기용은 당시로서는 도박과 같은 모험이었다. 그후 가린샤는 장애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드리블러로 인정받게 되었고, 17세의 소년은 후에 ‘축구의 황제’로 등극하였다.
페올라의 도박은 적중했고, 소련과의 경기에서 가린샤의 맹활약과 바바의 두 골에 힘입어 브라질은 2-0으로 승리하고 2승 1무로 조 1위를 확정지으며 결승 토너먼트로 진출했다.
# 결승 토너먼트
브라질의 평가는 급속도로 높아지기 시작했다. 조별리그를 통해서 정비된 브라질 대표팀의 팀워크는 결승 토너먼트에서부터 그 진가를 발휘했다. 그러나 결승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 브라질은 아직 완전한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결승 토너먼트에서 브라질의 첫 번째 상대는 행운의 팀 웨일즈였다. 웨일즈는 지역예선에서 플레이오프로 본선 진출을 획득했고, 조별리그에서 헝가리와 동률을 이뤄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고 준준결승에 진출하였다. 웨일즈로서는 브라질을 상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펠레에게 월드컵에서의 첫 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하고 말았다. 웨일즈로서는 부상당한 존 찰스(John Charles)의 부재가 아쉬운 한판이었다.
브라질의 준결승 상대는 유럽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프랑스였다. 프랑스는 지역예선에서 최고의 득점력을 선보였고, 본선에서도 4경기에 15득점을 올리는 화려한 공격력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특히 주스 폰테인(Just Fontaine)과 레이몬드 코파(Raymond Kopa)가 이끄튼 공격력은 위협적이었다. 폰테인은 지역예선에서 후보 선수였지만 본선에서 가공할 득점력을 보여주며 화려하게 조명을 받고 있었다.
프랑스는 공격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수비가 약한 편이었다. 반면 브라질은 공격과 수비가 조화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약간 유리한 입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6월 24일의 브라질과 프랑스의 경기에서 브라질의 바바가 경기 시작하자마자 2분 만에 선취골을 넣었다. 곧바로 반격에 나선 프랑스는 폰테인이 9분 경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브라질로서는 대회 첫 실점이었다.
이후 양 팀은 서로 물러서지 않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펼쳤으나 프랑스 수비수의 부상으로 힘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당시에는 선수교체의 룰이 없었다). 브라질은 프랑스 수비의 공백을 놓치지 않고 디디가 39분경 한 골을 넣으며 2-1로 전반을 마감했다. 후반전에 접어들면서 17세의 어린 소년 펠레가 종횡무진 활약하면서 세 골을 넣었고(52분, 64분, 75분), 결국 최종 스코어 5-2로 브라질이 승리하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 브라질, 마침내 정상에 서다
브라질의 결승전 상대는 개최국의 이점을 안고 결승까지 진출한 스웨덴이었다. 물론 개최국의 이점도 있었지만 스웨덴은 시몬손, 리드홀름, 스코그룬트 등 유럽 각지에서 뛰고 있는 우수한 선수들이 합류하여 막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들은 조별리그에서 멕시코(3-0), 헝가리(2-1)를 격파하고 결승 토너먼트에서 소련(2-0), 서독(3-1)을 잇달아 격파하며 결승에 올랐다.
6월 29일 결승전, 스톡홀름에서는 경기시작 1시간 전까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무리 브라질의 기술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젖은 그라운드에서는 그 실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없다고 판단한 스웨덴의 레이나 감독은 선취골을 먼저 넣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4분만에 레이나 감독의 뜻대로 리드홀름이 선취골을 넣으며 스웨덴이 1-0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바로 브라질의 바바가 동점골을 넣었고(9분), 역전골까지 성공시켜(32분) 전반전은 브라질이 2-1로 앞선 상황에서 끝났다.
후반전에 들어서 스웨덴은 동점 혹은 역전골을 넣기 위해서 노력했으나 상대인 브라질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후반 10분 경 월드컵 사상 가장 훌륭한 득점으로 알려진 예술적인 골이 펠레의 발에서 나왔다. 펠레는 스웨덴 골문 앞에서 높은 공을 허벅지로 받아서 스웨덴 수비의 머리 위로 넘겨서 제친 후에 내려오는 공을 그대로 공중에서 차 넣었다. 이후 자갈로가 한 골을 추가하며(68분) 점수 차이를 4-1로 넓혔다. 스웨덴의 시몬손(Agne Simonsson)이 80분경 한골을 만회하였지만 펠레가 다시 종료 직전 한 골을 추가하며 5-2의 승리를 확정지었다.
5-2로 승리한 브라질은 브라질 국기를 들고 승리의 세레머니로 경기장을 한 바퀴 돈 후에, 스웨덴 국기를 들고 장내를 일주했다. 스웨덴 관중은 브라질의 예술적인 플레이와 승리에 대한 겸손한 태도에 감동하였고 승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브라질의 우승은 그동안 개최 대륙이 우승한다는 징크스를 깼다. 남미의 브라질이 유럽 대륙에서 우승하면서 바야흐로 브라질의 황금시대의 서막을 시작한 것이다.
=-=-=-=-=-=-=
오마이뉴스에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