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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축구 18] 동유럽 축구의 강세와 그들의 한계

*미카엘* 2007. 6. 11. 11:53

[올림픽 축구 18] 동유럽 축구의 강세와 그들의 한계
1968년 제19회 멕시코 올림픽 축구 지역예선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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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8년 제19회 멕시코 올림픽

1968년 제19회 올림픽은 멕시코에서 개최되었다.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는 해발 2000m가 넘는 고지대였기 때문에 선수들이 경기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조건이었다. 멕시코는 올림픽 다음으로 1970년 제9회 월드컵 개최국으로 선정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세계적인 축구대회를 연속으로 개최하는 행운의 나라가 되었다.

멕시코 올림픽 축구 경기에는 총 16개 팀이 참가하였다. 개최국 멕시코와 전 대회 챔피언 헝가리가 자동으로 본선에 진출하였고, 유럽에서 4개국(체코슬로바키아, 불가리아, 프랑스, 스페인), 남미에서 2개국(브라질과 콜롬비아), 북중미에서 2개국(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 아프리카에서 3개국(기니, 나이지리아, 가나), 아시아에서 3개국(일본, 태국, 이스라엘)이 본선에 진출하였다.

# 지역예선 개관

유럽은 지역적으로 동 서로 나누어 4개의 조로 지역예선을 진행하였다. 공교롭게도 동쪽의 2개조는 동유럽을 대표하게 되었고, 서쪽의 2개조는 서유럽을 대표하게 되어 냉전의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동유럽에 할당된 두 장의 본선 티켓은 소련과 유고슬라비아, 폴란드, 알바니아를 따돌린 체코슬로바키아와 동독과 루마니아, 그리스, 터키를 따돌린 불가리아가 차지하였다. 그리고 서유럽의 국가들 중에서는 프랑스가 네덜란드, 스위스, 핀란드, 오스트리아를 따돌리고 본선 진출에 성공하였고, 스페인이 이탈리아, 서독, 영국, 아이슬란드를 따돌리고 본선 진출에 성공하였다.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던 남미는 1970년 월드컵 개최 경쟁에서 고배를 마신 아르헨티나가 불참한 가운데 콜롬비아와 브라질이 2장의 본선 진출 티켓을 확보하였다. 첫 번째 라운드에서 파라과이에 이어 조 2위를 차지한 브라질은 결승 라운드에서 우루과이에게 1-2로 패하는 등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최종적으로 2승 1패로 1위를 차지하여 2위인 콜롬비아와 함께 본선행을 확정하였다.

북중미의 멕시코가 개최국 자격으로 지역예선에는 참가하지 않게 된 북중미에서는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가 본선에 진출하는 감격을 누리게 되었다. 이들의 모습은 호랑이 없는 곳에 토끼가 왕이라는 속담을 떠올리게 하지만, 올림픽 축구는 월드컵 축구와는 달리 축구의 변방에 속한 팀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비장한 각오로 본선 무대를 밟은 팀들이었다.

아프리카에서는 기니, 나이지리아, 모로코가 본선 진출에 성공하였다. 그런데 본선 조편성에서 이스라엘과 같은 조가 된 모로코가 경기를 거부하며 불참을 선언하자 가나가 대신 출전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모로코의 모습은 순수 스포츠를 표방한 올림픽에서조차도 정치적으로나 종교적으로 견해를 달리하는 국가를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태국, 이스라엘이 본선에 진출하게 되었다. 한국 역시 지역예선에 참가했는데, 일본에 골득실로 뒤지는 바람에 본선 진출이 좌절되고 말았다. 일본은 필리핀에게 15-0으로 이긴 것이 골득실에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된 것이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 축구 본선 조편성

1968년 멕시코 올림픽 축구 본선 조편성

A조 : 프랑스, 멕시코, 콜롬비아, 기니
B조 : 스페인, 일본, 브라질, 나이지리아
C조 : 헝가리, 이스라엘, 가나, 엘살바도르
D조 : 불가리아, 과테말라, 체코슬로바키아, 태국



# 월드컵에 비해서 밀리는 올림픽 축구

1960년대를 보내면서 올림픽 축구는 월드컵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순수 아마추어리즘을 고집하는 것과 아울러, 아프리카와 아시아, 그리고 북중미 같은 축구의 변방 그룹에 상대적으로 많은 본선 티켓을 할당하면서 월드컵보다는 한 단계 낮은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월드컵에 참가하기위해서는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던 유럽의 강호들이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 집중하게 되면서 올림픽에 대한 비중이 경감되기도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의 존재가 사라진 올림픽 축구 무대에서 동유럽의 국가들이 단연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동유럽 국가들은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국가적인 스포츠 시스템에 의해서 훈련받고 단련되었기 때문에 조직력이 상당히 강한 팀들이었다. 이들은 올림픽에서 발군의 기량을 선보이며 앞서나갔다.

그러나 동유럽 국가들은 월드컵에서는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는데, 동유럽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조직력은 월드컵에서도 통할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그들에게는 경기에 임해서 경기의 흐름에 대처하는 창조력이 약간 부족하였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아마도 동유럽의 축구는 노력하는 자의 수준에는 도달한 것 같다. 그러나 브라질과 같이 축구를 즐기는 단계로까지는 도약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마추어의 무대인 올림픽에서는 동유럽 국가들의 강세와 함께 축구 변방에게 많은 출전의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은 둥글기 때문에 그들 중에서 어떤 팀이 이변을 몰고 올 것인지는 월드컵이 아닌 올림픽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매력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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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도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