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자료/세상 이야기

신정아와 이지영은 분명히 다르다!

*미카엘* 2007. 7. 20. 11:47

신정아의 가짜 학위가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급 효과를 보이고 있는 상황 속에서, KBS의 <굿모닝팝스>를 진행하던 이지영 강사도 학력을 속였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것과 아울러 약간 주춤하기는 했지만 전여옥 의원의 <일본은 없다> 표절과,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에서 드러나는 의혹과 까발리기는 그야말로 한국 사회가 얼마나 거짓된 것에 현혹되어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한국 사회는 ‘거짓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에서는 의혹에 대해서 속시원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전여옥 의원의 표절에 관련된 문제는 다시 법정 싸움으로 넘어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신정아 씨의 학위 문제는 검찰로 넘어갔지만 당사자가 미국으로 건너가는 바람에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습니다.


반면 이지영 <굿모닝팝스> 진행자는 스스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학력을 속인 것을 스스로 고백했고, 뉘우치면서 그동안의 거짓을 감추기 위해서 힘들었던 과거를 속시원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여전히 이지영 씨에게 가해지는 비판은 존재할 것입니다. 처음에 학력을 속이고 어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공중파를 통해서 영어방송을 진행한 것은 비판받을만 합니다. 그러나 다른 것과는 달리 가르친다는 것은 자격증 이외에 가르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특히 영어라는 언어를 가르친다는 것은 글로벌 시대가 되어가면서 상당한 검증이 수시로 진행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학력을 속일 수 있었던 것은 모자란 학력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가르치는 실력은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솔직하게 큐레이터가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신정아의 성공에 대해서 비판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오류를 낳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큐레이터와 미술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없이 신정아 한 사람만 비판하고 욕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위조 사실이 밝혀진 이상 그것에 대해서 은폐하거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제2, 제3의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신정아 씨의 미국행은 도피일 뿐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나 이지영이라는 사람은 학력은 위조했지만 어학원과 공중파를 통해서 영어를 7년 동안 가르쳐 왔습니다. 신정아 씨의 실력은 관련된 사람들에 의해서 평가받는다는 제한성이 있어서 소수의 관련된 사람들에게만 인정받으면 성공할 수 있었겠지만, 이지영이라는 사람은 많은 사람이 수강하는 영어학원과 공중파를 통해서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학력을 속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받아들였다고는 하지만, 외부에 노출된 상황에서 학력을 극복하기 위해서 남들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강의를 준비했다는 그녀의 모습을 고려할 때, 이지영 사건을 신정아 사건과 동일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잘못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가 당사자를 매장하려고 작정하지 않는 이상 당사자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고 참회할 기회는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습니다. 속았다고 생각해서 분하고 억울하겠지만 당사자가 앞으로 어떠한 참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가를 지켜봐주고 절망 속에서 나락에 빠지지는 않도록 계도해야 하는 의무가 사회에는 있습니다.


이지영은 거짓된 사회 속에서 거짓을 통해서 자신을 포장하고 살다가 그 포장을 과감하게 벗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남을 속이면서 고생했던 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조선일보의 인터뷰에서 어떤 심적 변화가 있었고, 어떤 상황에서 자신의 거짓을 털어놓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해당 인터뷰 이전에 조선일보는 이지영의 가짜 학력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남모르게 <굿모닝팝스>에서 하차하고, 평범한 가정주부로 돌아가도 별다른 문제를 야기시키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필이면 신정아 사건이 크게 발전되는 과정에서 소위 스타강사로서 이지영의 가짜 학력이 공개되면서 파급되는 효과는 이지영 당사자에게 참으로 감당하기 힘든 짐이 될 것이라는 예상은 중학교를 나온 사람이라도 알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간지와 인터뷰를 통해서 학력을 속인 것을 고백한다는 것은 대단한 결심이 아니면 하기 힘든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학력을 속였다는 사실에만 집중해서 이지영 씨에게도 신정아와 같은 수준의 돌팔매를 던지고 있습니다. 물론 나도 학력을 속였다는 사실은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로서는 두 개의 돌을 준비할 것입니다. 그 중 하나는 학력만을 중시하고 거짓을 통해서라도 성공을 부추기는 우리의 왜곡된 사회를 향해 던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