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자료/세상 이야기

'대통합'이라는 주장이 쪽팔리지도 않은가?

*미카엘* 2007. 9. 11. 13:36

'대통합'이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대통합'을 '소통합'으로 만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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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대통령 선거를 놓고 무수히 많은 정치인들이 저마다 자신이 대통령감이라고 선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두들 자신이 역사상 가장 훌륭한 시대를 이끌 수 있는 최대의 재목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지금뿐이 아니었습니다. 매번 선거 때만 되면 왜 그렇게도 잘난 사람 천지인지... 그렇게 잘난 사람들이 선거를 통해서 뽑혔음에도 불구하고 왜 대한민국의 정치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지...

 

대한민국의 정치는 소위 잘난 사람들이 망쳐놓았습니다. 배운 것이 많고 아는 것이 많은 사람들은 그 지식을 올바른 곳에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부정과 비리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였고, 선량한 국민들을 등쳐먹는 데 사용했습니다. 물론 항상 자신은 국민들을 위한다는 그럴듯한 말은 빼놓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지위 향상을 위한 변절까지도 구국의 결단으로 포장하고, 국민의 염원을 자신이 이뤄주겠다고 약속하고 당선된 이후에는 자리 지키기에 연연하는 지도자들만 보아온 국민들은 이제 누가 진실된 정치인이고 누가 거짓된 정치인인지 구분하기도 힘들게 되었습니다. 모두 다 그 놈이 그 놈 같은 생각이 듭니다. 기껏 뽑아주었더니 하는 짓거리가 영 아니라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독재도 좋다, 잘살게만 해 준다면...’ 이런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오늘의 현실은 차라리 그 시절이 낫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고개를 들고 다니는 시대가 되어 버렸습니다. 과거 군부독재의 혈통을 이어받은 정당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그들이 선택한 후보가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민주화라는 단어가 너무 무게가 없어진 것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민주화라는 단어를 남발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는 것에 혈안이 되어왔습니다. 처음에 타는 목마름으로 불렀던 ‘민주주의’라는 말은 이제 너무나 식상한 말이 되어 버렸습니다. ‘민주주의’라는 말이 사람들에게 끓는 피를 불러 일으키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그 책임은 보수 세력이나 군사독재의 잔존 세력에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민주화라는 단어를 이용하여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게 해 준 국민들의 염원을 외면했던 것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제5공화국까지의 암울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서 수많은 국민들이 자신을 희생했고, 그 결과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고, 사람들은 새로운 희망을 내걸었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국민들이 큰 기대를 걸었지만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였습니다. 정권을 잡게 된 사람들은 자신들이 잘나서 정권을 잡은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군사독재 시절과는 다른 진정한 민주주의의 시대를 열어달라는 간절한 마음이 모여진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왜 한결같이 정권을 잡기 전에는 국민들에게 간절히 호소하다가도 정권을 잡은 이후에는 국민들과 멀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과연 그들이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하는 사람들이 아니었을까요?

 

물론 독재세력과 반민족, 반민주 세력의 철저한 방해공작 때문에 제대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없었다고 변명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민주주의를 위했더라면 그 어떠한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념과 믿음을 갖고 있었을 것입니다.

 

범여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어떠할까요? 탄핵의 정국 당시에 전폭적인 지지를 하면서 과반수를 만들어 주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열린우리당은 별로 한 일이 없습니다. 한나라당은 자신이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정부와 여당을 위해 수류탄을 들고 뛰어드는 투사들이 있었는데, 열린우리당의 사람들은 저마다 점잔만 빼고 있었습니다. 지금 당장이 지지율에 연연해서 정작 해야 할 개혁을 수행하지 못한 것은 탄핵 이후 열린우리당의 가장 아쉬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범여권의 모습은 어떠한가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대통합을 위해서 부르짖고 있지만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 단합해도 모자를 판에 서로 자기가 유일한 범여권의 후보자가 되기 위해서 갈등을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면서 어찌보면 권력에 눈이 먼 사람들의 행동으로 보일까봐 애처롭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단합해도 모자를 판에 서로 내부적으로 분열된 모습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한나라당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준 그 어리석은 행동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그들에게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이 있습니다.

 

왜 자신이 아니면 대한민국이 잘못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개인이 나라를 변화시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닐텐데, 저마다 자신만이 대한민국을 개조할 유일한 후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선장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선장이 훌륭하게 이끌 수 있도록 배도 튼튼해야 하고 선원들도 훌륭해야 합니다. 그런데 모두가 선장은 되고 싶지만 선원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없는 것 같습니다.

 

범여권이 단일후보를 만들고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국민들은 여전히 불완전한 가능성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단합해서 정권을 차지한 노무현 정권도 이후에 분열과 갈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하물며 그때보다 더한 갈등을 가지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과 범여권 인사들은 대통령 선거 이후에 어떠한 행동을 보일 것인지는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 대통령 선거가 시작되지도 않았는 데 이렇게 서로 갈등하고 있으면서 어떻게 대통합을 이룰 수 있으며 본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까요? 각 후보들은 대한민국 유권자들이 TV도 안본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최종 후보가 되면 나머지는 저절로 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범여권의 대통합은 대통령 선거만을 위한 대통합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선거 이후 차기 정부에서도 계속 통합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애초부터 ‘대통합’이란 말을 해서는 안됩니다. 대통령 선거를 위한 ‘소통합’이라는 말을 써야 합니다.

 

그나마 지금까지도 철회하지 않고 지지를 보내고 있는 유권자들이 있을 때, 진정한 통합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자신이 대통령 후보가 되지 않더라도 국민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면 어떨까요? 국민들이 대권후보라고 생각했던 OOO가 백의종군하면서 최종 선택된 범여권의 후보를 끝까지 밀어주고 지지한다면 국민들에게는 새로운 인식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국민들은 진정으로 각 후보들의 지지율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진정한 대통합의 후보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개인이 잘나서 대통령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주변에서 만들어주고, 국민들이 뽑아주는 진정한 지도자를 만드는 길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역사 속에서 하고 싶어서, 자신이 잘나서 대통령이 되는 경우는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비록 조금은 부족하지만 모든 정치인들이 함께할 수 있고 국민들을 진정으로 섬길 수 있는 지도자는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에는 그러한 새로운 정치 지도자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것은 진정한 대통합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대통합의 과정에 뛰어들었다면 욕심을 버리고 모두와 손을 잡아야 합니다. 건성으로 시늉으로 손을 잡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피끓는 가슴과 따뜻한 온기를 잃지 말고 옆 사람의 손을 잡아야 합니다.

 

부디 아직 범여권을 향해 바라보는 기대를 저버리지 마십시오. 자신의 욕심을 떠나 국민의 욕심에 귀를 기울이는 진정한 지도자를 만들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