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자료/미디어 이야기

'미우나 고우나', 현실감 결여 드라마

*미카엘* 2007. 9. 13. 11:26

'미우나 고우나', 현실감 결여 드라마
현실을 외면하고 시청률만 쫓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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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일일 드라마를 보면 과연 그 드라마에 나오는 가족이 오늘날 우리 서민들의 일반적인 가족상을 보여주고 있는지에 대하여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온 가족이 TV를 통해서 시청할 수 있는 시간대에 방영하는 일일 드라마는 제작진에서 보다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끔 일일 드라마는 상황 자체가 매우 왜곡된 현실에서 출발한다. 그 중 하나로 최근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KBS의 일일 드라마 <미우나 고우나>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그 드라마는 기획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주는 밝고 건강한 홈 드라마”
핏줄도, 살아온 환경도 가치관도 전혀 다른 재혼가정.
아들 없는 집안에 여자 쪽에서 달고 들어온 의붓아들 백호가 그 집안의 아들로 인정받기까지 과정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가족이라는 게 성씨나 핏줄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라 진심으로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마음과 정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가족이라는 것을...

 

드라마를 통해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살리겠다는 의도를 이해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TV를 보는 사람들은 일단 처음부터 우리의 현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에 대해서 약간 거부감을 일으킨다.

 

차를 사는 것이 무슨 문방구에서 필기도구 사는 것보다 쉽게 생각하는 가족이 등장한다. 그들은 가족 한 명당 차 한 대를 가지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재혼에 대해서 가족들의 시선은 그야말로 냉랭 그 자체이다.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서 상대방(아버지)의 입장은 전혀 이해하지 않고 말을 함부로 하기도 한다.

 

이들이 내던지는 대사는 그야말로 자극적이고 직설적이다. 온 가족이 저녁을 먹으며 TV를 시청할 수 있는 시간대에 방영되는 드라마의 대사로서는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물론 드라마가 후반부로 가면서 기획의도에 충실한다면 진정한 가족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게 이끌어갈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초반에 자극적이고 직설적인 대사를 통해서 상대방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겨주면서 이후에 이러한 갈등 요소가 쉽게 해결될 수 있다는 설정은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현실에서는 말 한마디의 상처가 오래 지속되고 거의 치유되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다. 만약 드라마에서의 대사가 현실 속에서 나의 주변 사람이 나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면? 자다가도 벌떡 벌떡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 속의 인물들은 참 사람이 한없이 너그럽다. 초창기에 무수히 많은 안좋은 말들은 드라마 후반부로 가면서 눈 녹듯이 사라진다.

 

가상의 드라마에서 리얼리티를 기대한다는 것이 처음부터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지만, 비싼 제작비를 들여서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시청률에 연연하여 드라마를 제작하지 말았으면 한다. 작가들 역시 무조건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자극적인 대사를 남발하지 말고 현실성있는 대본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