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자료/세상 이야기

방상훈 사장님, 방귀뀐 놈이 성낸다는 말을 아시나요?

*미카엘* 2006. 3. 4. 10:00

방상훈 사장님, 방귀뀐 놈이 성낸다는 말을 아시나요?
'민주화'보다 '군부독재' 시절이 그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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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창간 86주년 기념사를 읽어보았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소외받고 탄압받고 살았는지 구구절절 한이 서려있는 기념사였습니다. 특별히 '민주화' 이후에 더욱 힘든 세월을 보냈다는 말씀을 들으며, 민주화라는 단어를 제대로 이해는 하셨는지가 궁금했습니다. 방 사장님의 말씀 속에는 과거 군부독재 시절이 좋았다는 회고와 함께, 어느정도 진척된 '민주화'에 대한 불만이 쌓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민주화'란 , 사전적인 의미로 '(체제나 사고방식이) 민주주의에 맞는 것으로 됨, 또는 그렇게 되게 함' 이라는 뜻입니다. 좋은 뜻 아닌가요? 그리고 그러한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 우리가 얼마나 노력했나요? 조선일보는 민주화를 위해서 노력하지 않으셨나요? 민주주의에 한발 한발 다가설 때마다 더욱 힘든 세월을 사는 조선일보는 어찌보면 '민주화'에는 어울리지 않는 신문이었나요? 시대를 앞서가는 신문이 아니라 과거에만 집착하는 신문이었나요?

물론 조선일보가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에 기여했던 적이 있지만 계초 방응모가 <조선>을 인수한 1930년대부터 친일에 앞장서 왔다는 사실은 조금만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1930년대 이후의 이야기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그 이전의 독립운동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1993년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모든 세력과 집단으로부터 자유롭고 공정한 입장에서 독립적으로 신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굳게 다짐하셨지만 '문민', '국민', '참여' 등의 이름표를 단 권력은 우리를 그대로 놔주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하셨습니다. 그러면 그 이전의 '군부 독재'라는 이름표를 단 권력은 조선을 가만히 놔두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돌이켜보면 지난 10여년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언론을 말살하기 위한 권력의 공격이 끈질기고 강도 높게 진행됐던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독자와 국민만을 바라보며 언론으로서의 바른 길을 꿋꿋이 걸어왔고, 집요한 공격과 압박을 이겨내고 길고 어두운 터널의 끝으로 나서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일보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고 노력했다는 주장은 어디에 근거하신 것입니까? 친일파의 잔재를 청산하는데 사사껀껀 방해를 놓고, 군부독재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노력인가요?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독자와 국민만을 바라본 것이 아니라 아니면 기득권과 수구 세력만을 바라보는 모습이 더 많았습니다. '어두운 터널의 끝'이라는 표현은 조금 의미심장한 느낌처럼 보입니다. 조선일보가 지지하는 한나라당의 집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우회적 표현으로 보이는 데, 저만의 느낌인가요?

이후에 사원들을 독려하는 부분은 거의 비장함을 느끼게 합니다. '어려운 시절 고생했다!',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자!' '사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함께 힘을 합치자!', '소외된 계층을 끌어안자!'...

듣기 좋은 말을 골라서 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말이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외면했던 소외계층을 돌보고, 사회 갈등을 조장하다가 해소시키려면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쉽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서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일들이니 그런 말씀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이 앞섭니다. 오히려 소외된 계층을 끌어안고, 사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하시는 일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지는 않을까 걱정됩니다.

다음으로 사원들에게 최고의 당근을 선사하시는 방 사장님의 재치에 감탄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사원들에 대한 세가지 약속(선임기자제, 최고 대우 약속과 임금피크제, 휴식과 재충전 보장)은 그야말로 다른 신문사에서는 감히 엄두도 못내는 일입니다. 방 사장님의 약속을 보면서 펜이 칼보다 강한 것이 아니라, 돈이 펜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다짐을 역설한 부분의 핵심은 '새롭게 도래하고 있는 미디어 융합시대'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새로운 미래가 방 사장님의 바램대로 조선일보가 대우받고, 조선일보가 사랑받는 시대인지, 아니면 지금의 힘든 시절이 더욱 악화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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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미래, 지켜보겠습니다. 방 사장님 뜻대로 되는지... 아니면 제가 꿈꾸는 미래로 전개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