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희 의원님, 의원직이 그렇게 대단한가요?
최연희 의원님, 의원직이 그렇게 대단한가요?
욕먹어가면서 지켜낸 금뱃지가 자랑스러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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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연희 의원, 순간의 실수로 위기를
맞이하다.
최근에 성추행으로 몸담고 있는 한나라당에서 떠나고 의원직 사퇴의 압력을 받고 있는 최연희
의원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과연 지금 자유롭게 최연희 의원을
비판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최연희 의원에게 퍼붓는 비난에 대해서 나
자신은 당당할 수 있을까? 이것이 남자로 태어나서 최연희 의원을 보면서 느끼는 복잡한 심정입니다.
최연희 의원이 속해
있었던 한나라당은 제1야당인 동시에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연이은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실수와 만행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여론조사가 차기 집권까지 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나라당을 능가할 정당이
아직까지는(!) 등장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2) 남자로서 ‘성’ 문제에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러한 한나라당의 사무총장과 공천심사위원장까지 맡을 정도였으니 모르긴 몰라도
가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술자리에서 실수(?)를 저지름으로 인하여 한나라당에서 쫓겨나다시피 하는 모습을 보면서,
공직자 특히 정치인들은 항상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비록 나 스스로가
가슴에 손을 얹고서 생각해보면 그다지 당당하지는 않지만, 공인으로서의 자리는 포기해야 한다고 과감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입장을 바꿔놓고 보면 억울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제가 남자이기 때문에 그러한 생각이 드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자의 입장에서 최연희 의원의 잘못을 이야기하면 이야기할수록 ‘나는 깨끗한가?’라는 개인적인
윤리 문제에 직면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성경에서 예수님이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사람도 간음한 것’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조금 마음이 편할텐데...
남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그다지 자유스럽지 못하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우리의 사회가 남성
중심의 사회이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특히 남자들은 어느 정도 그러한 사회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여성들이 받는 느낌과는 상당히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추행’이라는 사태가 일어났을 때, 남자로서 그것을 비판한다는 것이 상당한 심적 부담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비판하지 않으면 ‘성추행’에 동조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성추행’을 강하게 비판하면, 마음 속
양심이 '그러는 너는?'이라고 되물을 것 같고...
결국 ‘성추행’은 부적절한 모습으로 우리 사회에 공개적으로 던져진
질문입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제기된 문제이기에, 그것(성추행)에 대해서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은폐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3) 재수없게 걸렸다는 억울함과 동정론도
있습니다.
최연희 의원님을 동정하는 여론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술이 죄지 사람이 무슨 죄가 있느냐는
견해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최연희 의원님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주신 지역구(강원 동해·삼척)에서 최연희 의원님을 지지하는 현수막이 붙기도 하고,
동해시의회는 최연희 의원을 지지한다는 성명서까지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끝까지 최연희 의원이 떠나가는 것에 대해서
섭섭해 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여론의 불리함을 감수하면서까지(욕을 먹을 것을 각오하면서까지) 최의원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모습이 가련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까지 최연희 위원님을 지키려는 모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한편으로 최연희 의원의 심정은 한마디로 ‘억울함’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재수없게 걸린 것이지, 의원직 사퇴까지 갈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동료도 있습니다. 애매하게 술잔만 깨뜨리고 적당히
사과만 하면 용서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영웅은 미녀를 좋아한다’는 궤변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열 여자 마다할 남자 없다’라는 생각은 모든 남자들의 솔직한 심정이라고 누가 최연희 의원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하고 마녀사냥을
중지하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4) 의원직이 그렇게도
대단하십니까?
그런데 그러한 동정적 여론 때문에 더욱 최연희 의원의
이후 행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여기에서 어물쩍 넘어가면 앞으로 ‘성추행’을 하더라도
버티면 괜찮다는 인식을 만드는 결과가 됩니다. 특히 정치인들이 잘못을 저질렀으면서 대충 사과하면 넘어간다는 경험을 또 하나 추가하는 것입니다.
현재 최연희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들밖에 안보이시나요? 물론 그 사람들만 보고 싶겠죠? 그러나 최연희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들보다 비판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국민의 여론은 아직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고 있는 최연희 의원과 최연희 의원을 지지하고 변명해주는
사람들에 대해서 그다지 좋은 반응은 아닙니다. 골프친 총리를 사퇴하라고 할 정도이니, 성추행한 의원을 봐줄리는 없을 것입니다(물론 성추행한
것보다 골프친 것을 더욱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의원직이 그렇게도 대단한 것인가요? 평생 먹을 욕을 요 며칠사이에 다 먹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국민들은 앞으로 최연희 의원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고, 실수를 할 수 있지만 이후의 행동에서 그것을 은폐하거나 대충 변명하고 얼버무리는 모습이 더욱 추해보이는 것입니다. 특별히 최연희 의원님이 지역구에서 당당하게 선거를 통해서 당선되었다고 한다면, 더 이상 지역구 사람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키지 말고 깨끗하게 털어버리는 모습이 더 멋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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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외부 블로그에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