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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무관의 제왕' 대한민국

*미카엘* 2006. 3. 19. 22:18

[WBC] '무관의 제왕' 대한민국
우승을 해야만 진정한 챔피언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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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관의 제왕'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대회는 그야말로 세계의 무대에 한국의 야구를 확실하게 인식시켜준 대회였습니다. 야구의 중심 미국에서 변방 취급을 받던 한국이 당당하게 4강에 진출했습니다. 그것도 강팀을 피하거나 다양한 경우의 수를 따져서 요행으로 4강에 오른 것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정면승부를 통해서 멕시코, 미국, 일본을 연파하고 이루어낸 4강이기에 그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결승 진출은 실패했지만, 나름대로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6승 1패의 전적이 보여주듯이 한국은 '무관의 제왕'으로서 진정한 챔피언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고두고 세인의 입에 오르내릴 엉터리 대진표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한국은 객관적인 전력차이를 완벽한 조화를 이룬 팀워크, 흐트러지지 않는 집중력, 황금 투수진과 호수비를 통해서 극복하고 보기드문 명장면을 연출하였습니다.

보통 국가대표간의 경기에서 전력의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경우에 세번 싸워서 세번 다 이기는 것은 매우 보기 드문 현상입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을 두번이나 격파하였지만, 마지막에 패함으로 아쉬움을 남기고 세계 4강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진정한 챔피언은 다른 국가의 도움이나 승패와 관계하여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결승의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세계의 야구팬들은 한국의 플레이에 박수를 보냈고 한국 선수들에 대해서 새롭게 느낄 수 있는 대회가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야구를 즐길줄 아는 사람들은 이번 WBC 대회에서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한국이 보여준 모습에 감동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할 것입니다. 한국이야말로 진정한 승자라고...

2) '믿음의 야구', 신선한 충격

단체경기에서 감독과 코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기의 흐름을 읽어야 하고 중요한 순간에 어떠한 선수를 기용할 것인가, 어떠한 선수를 뺄 것인가를 판단해야 하는 결정을 해야 합니다. 그 결정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을 때 감독의 주가는 상승하고, 효과가 없을 때는 비난을 감수해야 합니다.

김인식 감독은 준결승 이전까지 뚝심으로 선수를 '믿는' 야구를 펼쳤습니다. 솔직하게 개개인의 능력은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서 떨어진다고 할 수 있지만, 선수들이 감독을 믿고 감독의 요구대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능력입니다. 바로 그 능력을 최고조로 상승시킨 배경에는 김인식 감독의 '믿음의 야구'가 있었습니다.

선수들도 감독이 보여준 신뢰에 대해서 응답하는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매 경기에서 철벽수비와 불같은 타력은 아니지만 결정적일 때 때려주는 타자들의 조화가 이루어낸 세계 4강이었습니다(최희섭의 대타 홈런은 그야말로 극적이었습니다). 준결승 이전까지 최고의 투수 방어율을 기록하는 배경에는 감독과 코치들의 노력과 신뢰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3) 선수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을 연파하고 세계 4강에 진출했을 때, 정치권에서는 느닷없이 '병역 특혜'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아직 여론이 형성되지 않은 단계에서 너무 이른 결정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선수들에게 '병역 특혜'를 고려하겠다는 발표는 자칫 잘못하면 선수단의 기강을 헤이하게 만들 우려가 있었습니다. 어차피 정치인들이야 인기있는 행동을 골라서 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자들이기에 그들이 진정으로 선수들이 이루어낸 세계 4강을 소중하게 생각할지, 아니면 세계 4강에 기뻐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잘보이기 위해서 한 행동인지는 구분이 가지 않았습니다.

솔직하게 이번 '병역 특혜'가 너무 빨리 추진되었다는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아직 대회 도중에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렸다는 말까지 들으면서 추진해야 했던 것일까 생각해 보기도 전에, 우리는 일본과의 숙명의 3차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우려의 생각은 너무 이른 병역 혜택 결정에 선수들의 경기 모습이 흐트러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우리의 걱정과는 달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경기 초반에 우리 선수들은 정신력의 흐트러짐 없이 대단한 집중력을 보여주면서 대등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여섯게임 무실책의 우리 대표팀은 이번에도 몇차례의 위기의 순간에서 그림같은 호수비를 보이면서 번번히 일본팀의 공격을 무기력하게 만들었습니다.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점수를 내준 7회와 8회 초반을 제외하고는 매 이닝, 매 순간 경기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은 선수들의 활약에 저절로 박수를 쳤습니다.

아쉽게도 우리는 일본에게 6대 0으로 패함으로 이번 대회 첫 패배를 기록하면서 결승 진출이 좌절되었습니다. 최다승을 거둔 팀이 결승에 오르지 못하는 불운을 겪으면서, 다음을 기약하는 우리들에게 남은 3년의 기간이 너무나도 길어 보입니다. 그만큼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고, 세계 정상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았기에 느끼는 아쉬움은 더할 것입니다.

4) 국민들은 하나가 되어 '대한민국'을 외쳤습니다.

멀리 미국에서 벌어지는 준결승전이지만 우리 국민은 온 마음과 힘을 합하여 응원했습니다. 잠실구장을 비롯한 각 지역의 구장에 모여 함께 '대한민국'을 외쳤습니다. 주일에 벌어지는 준결승전이기에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교인들이 오전 예배만 드리고 경기를 관전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교회에서는 자체적으로 스크린을 통해서 경기 모습을 보여주면서 교인들과 함께 관전하기도 했습니다(필자의 교회에서도 예배가 끝나자마자 대형 스크린을 통해서 경기를 교인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도중에 비가 내려서 경기가 중단되었을 때에도 현지 경기장에 참석한 우리나라 응원단은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었고, 일본의 득점으로 어려워졌을 때에도 목청을 높여서 '대한민국'을 외쳤습니다. 우리 국민들도 언제 다시 경기가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TV를 떠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우리나라 선수들을 구경하기 위해서 기다렸습니다.

5) 이제는 새롭게 시작해야 합니다.

일본전이 끝나고 대부분의 언론은 두가지의 경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록 패했지만 우리나라는 잘 싸웠다는 경향과 함께, 엉터리 대진으로 결승에 진출한 일본이 진정한 승리자의 모습은 아닐것이라는 경향입니다.

정말로 우리나라는 최선을 다해 싸웠습니다. 그리고 일본이 결승에 진출한 것은 정말로 '죽 쒀서 개준' 꼴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패자는 말이 없다는 말처럼, 경기 결과에 승복하고 결승 진출권을 다툰 경기에서는 일본에게 패했습니다. 그러나 WBC 전체 대회를 통해서 우리는 일본에게 한번만 졌을 뿐, 나머지 두 번은 승리한 것입니다. 앞으로 이번의 아쉬움을 설욕하고 만회할 기회는 많이 있습니다.

30년 망언으로 실력을 떠나서 대한민국의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이치로는 앞으로 일본과의 경기가 열릴 때가 되면 빠짐없이 언급될 것입니다. 세번 싸워서 한번 밖에 못이긴 일본이 앞으로 대한민국을 우습게 여기거나 함부로 생각하지 못할 것입니다. 아마야구에서는 대등했지만, 프로에서는 격차가 있을 거라고 장담했던 일본의 콧대를 확실하게 꺾어버린 이번 WBC 대회였습니다.

오히려 프로가 총출동한 경기에서는 우리가 2승 1패로 한발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위를 계속 지켜나가기 위해서 앞으로 선수 육성과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 투자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