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자료/미디어 이야기

나는 케이블 TV의 재방송을 즐겨 봅니다...

*미카엘* 2006. 4. 12. 14:15

나는 케이블 TV의 재방송을 즐겨 봅니다...
케이블 TV의 재방송은 가끔 우리 집안의 평화를 지켜주기도 합니다.

 

=-=-=-=-=-=-=

 

재방송이라 함은 이미 방영했던 프로를 남은 시간대에 다시 방송하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특별한 시간에(대개 토요일 오후, 일요일 오후) 재방송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재방송이라는 개념이 남는 시간대에 시간 떼우기라는 생각보다는 사정이 있어서 본방송을 못본 사람들을 위한 배려라는 차원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공중파 방송을 통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케이블 TV의 보편화와 대중화를 통해서 생기고 있습니다. 아직도 토요일과 주일에 공중파 방송에서 보여주는 재방송은 왜 하는지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케이블 TV가 보편화되면서 공중파 방송인 MBC, KBS, SBS의 여러 프로그램들을 나중에 재방송으로 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모 라디오 프로에서 드라마 작가 한 사람이 인터뷰를 했는데, 자신이 쓴 드라마가 시청률에서는 보잘것 없지만 케이블 TV의 보급으로 매니아 층이 형성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시간대는 다른 방송사의 유명한 인기 프로그램이 방영되기 때문에 시청률 경쟁에서 불리한 조건에 있었지만, 케이블 TV의 재방송을 통해서 사랑을 받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두명이 모이더라도 TV 채널권을 가지고 긴장관계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웃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코메디와 오락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나는 아내에게 채널권을 양보하고 또 다른 시위를 하기도 합니다. 곧바로 서재로 들어가서 컴퓨터를 하는 것이지요. 요즘에는 아내가 일부러 자기도 보기 싫어하는 프로를 보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취향 때문에라도 재방송은 가끔 소중한 단비와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됩니다.

만약 케이블 TV에서 재방송을 할 것이라는 든든한(?) 후원이 없다면, 하루에도 몇 번씩 채널 선택권을 가지고 긴장관계를 유지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케이블 TV는 우리 가족의 평화에도 일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집 식구가 7명이 사는 대가족이었기 때문에 어렸을 때는 채널 선택권 가지고 많이도 싸웠습니다. 결혼 전에 아내와 데이트를 할 때, 결혼하면 '야심만만'을 실컷 볼 수 있어서 기대된다는 말을 아내에게 한 적도 있습니다. 간혹가다가 TV 채널 선택권을 가지고 사생결단 하던 때를 생각하며 웃기도 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닌데, 왜 그때는 그 방송을 안보면 세상이 끝날 것 처럼 설쳤는지...

케이블 TV가 점차 보편화 되면서 시청률에 대한 개념도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단순히 시청률이 나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탄탄한 구성이라면 매니아층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처럼 시청률에 의존해서 드라마를 중도에 조기종영하는 모습은 점차 없어져야 합니다. 물론 간혹 구시대적 관습으로 요즘에도 조기종영 사례가 있기는 있지만 이것은 점차로 개선되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 시청자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너무 다양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자칫 이러한 현상이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로 발전할 우려도 있지만, 케이블 TV 방송사들이 좀더 개방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방송을 편성한다면 좋은 방향으로 발전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