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자료/세상 이야기

오세훈을 선택한 한나라당의 희생정신?

*미카엘* 2006. 4. 26. 14:08

놀라워라 한나라당의 희생정신이여...
당의 이미지보다 오세훈의 이미지를 선택한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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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서울시장 선거 한나라당 후보자로 25일(화) 오세훈 후보를 결정했습니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5월 31일 지방선거에서는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 강금실 열린우리당, 그리고 민주당 박주선 후보, 민주노동당 김종철 후보의 대결이 예상됩니다. 특히 오세훈 후보자는 서울시장 도전의사를 밝힌 이후 줄곧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것이 선거 당일까지 지속될 것인가에 대해서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한나라당 경선에서는 선거인단 투표와 여론조사를 종합해서 오세훈 후보자가 맹형규, 홍준표 후보를 누르고 승리자가 되었습니다. 종합 집계에서는 오세훈 41%, 맹형규 33.47%, 홍준표 25.53%의 성적을 냈습니다.

비록 오세훈 후보자가 승리했지만, 이것으로 거대 한나라당의 마음이 하나가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비록 경선은 오세훈 후보자의 승리로 결정되었지만 한나라당으로서는 사후 처리와 나머지 59%의 당심을 추스르는 것이 우선적으로 떨어진 과제인 것 같습니다. 결국 이러한 고민은 그대로 오세훈 후보자에게도 전달되었는지 삼고초려의 심정으로 맹형규, 홍준표 후보자에게 지원을 부탁한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남은 한달여의 선거 운동 기간동안 내부적 수습과 함께 외부적 운동이 놓여있는 한나라당으로서는 필승카드이기에 선택한 오세훈 후보자가 상처입지 않고 현재의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홍준표 후보자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당비 미답으로 인한 피선거권 문제’가 당내에서는 원만하게 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전체 서울시민들에게도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홍준표 후보자는 특유의 저격수 이미지를 당내 경선에 끌어들임으로서 오세훈 후보자의 약점을 물었지만, 어찌된 이유인지 외부를 향해서 강하게 물고 늘어지던 그의 모습은 내부를 향해서는 그다지 강한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마치 한번 물었다가 주인(한나라당 경선 결과)이 오세훈 편을 드니까 꼬리를 내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어찌보면 그가 후보자 연설에서 밝혔듯이 당이 저격하라고해서 저격한 것이라는 그의 한계를 여지없이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볼수도 있을 듯 합니다.

당내 경선을 통해서 드러난 오세훈 후보의 약점은 이제 상대당의 후보자들에게 아주 좋은 소스가 되었습니다. 비록 아직까지의 여론조사를 통해서 드러난 지지율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파워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다른 당들은 오세훈 후보자가 승리하더라도 한나라당의 비일관성 모습을 문제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상대에게는 가차없는 규범을 요구하는 한나라당이 당내의 문제에는 한없이 너그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모습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어쩌면 그러한 공격을 감수하고서라도 오세훈 후보자를 서울시장으로 만들려는 당의 희생정신이 녹아있다면 더 이상 할말은 없습니다. 오히려 한나라당의 희생정신에 감동해야 할까요?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는 당원들이 오세훈 후보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이 선택이 이후에 한나라당의 이미지에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은 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문득 조삼모사라는 고사성어가 생각이 납니다. 벌써부터 한나라당은 경선 결과 이후 승리에 도취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표정관리를 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명박 서울시장 이후는 오세훈 서울시장이라는 낙관적 승리감에 빠져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이미 든든한 지원군인 보수 언론은 넉넉한 총알을 예비해 두었을 것입니다.

이것을 보면서 한나라당이 서울시장에게 목숨을 거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다음번 대선과 총선에서 패한다면 반쪽의 승리가 될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자기 당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면서까지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한다고 정권이 한나라당에게 오는 것이 아닙니다. 서울시장 선거는 서울시장 선거이지 대통령 예비 선거가 아닙니다.

그런데 한나라당(물론 다른 당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은 마치 서울시장 선거가 대통령 예비 선거로 착각하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물론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면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일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서 일관성 없는 한나라당의 모습을 보이면 향후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고정적인 한나라당 지지율 이상의 고공비행은 힘들 것입니다.

한달여의 선거 기간동안 충분한 해명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으로서는 지금 당장 인기가 좋다고 오세훈 후보자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설득력있게 유권자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당비 미납 문제’도 당 내부 정리를 뛰어넘어서 서울 시민들에게 호소력있게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