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자료/세상 이야기

이미지가 정치를 만났을 때...

*미카엘* 2006. 4. 26. 14:50

이미지가 정치를 만났을 때...
이미지는 정치 수행능력의 검증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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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자로 일찌감치 뛰어든 맹형규, 홍준표를 누르고 그야말로 혜성같이 등장한 호세훈 후보자가 25일(화) 경선에서 승리하여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자가 되었습니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과 정치권의 일각에서는 본선 경쟁력을 선택했다는 평가를 합니다. 본선 경쟁력의 기준은 그야말로 최근에 여러 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밖에 없습니다.

나머지 두 후보자(맹형규, 홍준표)는 지금까지 보여준 이미지와는 다르게 보입니다. 지금까지 생각하고 있던 나의 상상을 뛰어넘어서 본선경쟁력(여론조사)을 깨끗하게 인정한 두 후보자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에게 그야말로 패하고도 칭찬을 받고 있는 ‘아름다운 패배자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이 진심인지는 모르지만,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한나라당이 본격적으로 이미지 정치를 하기 시작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세훈 후보자가 당내 경선을 통과하고 꽃다발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상하게도 영화배우 황정민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영화배우 황정민이 영화제에서 다음과 같은 수상소감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일개 배우 나부랭이라고 나를 소개합니다. 60여명의 스태프들이 차려놓은 밥상에서 나는 그저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나만 스포트 라이트를 받아 죄송합니다...”

이 수상소감은 두고두고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심지어는 패러디까지 등장할 정도였습니다. 오세훈 후보자는 강금실 후보자의 대항마로 거론되면서 몇 사람의 후보사퇴를 거쳐서 우여곡절 끝에 최종 승리자가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른 후보자들과는 달리 주변에서 적임자라고 생각해서 만들어준 후보자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에게 있어서 오세훈이라는 정치인은 정치인의 이미지보다는 정수기 앞에서 요가를 하고 있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하얀색 옷을 입고 정수기의 맑은 물을 마시는 CF 효과는 그야말로 오세훈이라는 자연인의 깨끗한 이미지에 영향을 주었고, 나아가서 정치인 오세훈도 깨끗할 것이라는 이미지로 모든 사람들에게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강금실의 대항마로 등장하면서 여러 여론조사 기관의 여론조사는 그러한 이미지 효과도 상당한 작용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지 정치를 표방한 오세훈 후보자는 주변에서 차려놓은 밥상 앞에서 단지 숟가락만 드는 이미지로 인식되어서는 안됩니다. 지금까지 오세훈 후보자가 얻고 있는 높은 지지율은 깨끗한 이미지일뿐, 정말로 서울시에 도움이 되는 정책과 추진력과 실력을 유권자들이 인정해서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미지는 이미지로 끝나서는 안됩니다. 그 이미지가 정치를 정화시킬 능력과 조화될 때 이미지가 빛나는 것이고 정치는 발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선 통과 이후 쏟아져나오는 오세훈 후보자의 행보와 함께 과연 오세훈 후보자가 서울시장을 맡을 자격이 있을까 하는 검증은 다양하게 진행될 것입니다. 급조된 후보자라는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향후 서울시를 4년동안 맡아서 이끌어갈 수 있는 지도자로서의 자격 심사는 이제부터 시작인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에 연연해서 지지율 지키는데에만 급급한 모습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닙니다. 능동적으로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새로운 미래 서울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부디, 남이 차려놓은 밥상만 옮기는 모습은 아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