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자료/떠오르는 생각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재건축을 추진한다면 찍어줄까?"

*미카엘* 2006. 5. 26. 12:42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재건축을 추진한다면 찍어줄까?"
우리 지역 선거의 분위기는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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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저녁에 마트에 가다가 도중에 떡볶이를 파는 곳에서 떡볶이와 순대를 먹었습니다. 떡볶이와 순대를 먹으면서 선거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떡볶이를 파는 아주머니 옆에 후보자들의 명함이 한줄로 꽂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주머니 여기에도 후보자들이 많이 오나요?”
“많이 오죠. 여기에 꽂아놓은 후보자 명함들 보세요...”
“직접 와서 주고 간 건가요?”
“그럼요. 명함도 아무나 함부로 주지 못하게 되어 있죠...”

알고 보니 후보자의 명함은 후보자나 후보자와 함께 다니는 자 중에서 지정한 1인, 후보자의 배우자(배우자 대신 후보자가 그의 직계존비속 중에서 신고한 1인을 포함)가 후보자의 명함을 배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얼핏 보아도 아주머니가 받은 명함이 10개는 넘어보였습니다. 시장,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등을 뽑는 이번 지방자치 선거가 복잡하게 치러진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주변에 선거 현수막 역시 저마다 제일 눈에 잘 뜨이도록 매달아 놓았는데, 누가 시의원이고 구의원 후보인지 자세히 보지 않으면 혼동될 가능성이 많이 있었습니다.

마트로 가는 도중에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현수막이 있었습니다. 비록 내가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자는 아니었지만 그 후보자가 내세운 공약은 그야말로 지역 주민들의 관심을 끌기에 안성마춤일 것입니다.

“지역 아파트 재개발을 반드시 추진할 것입니다”

20년 된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이 지역 주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 아파트 재개발이기에 이 지역 유권자들에게 매우 적절한 공약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 후보자가 당선되겠다...”
“그러게... 이 후보자가 임기 내에 반드시 실현한다면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 찍을 이유가 없겠다...”

이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무엇인가보다 지역의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후보자가 지역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게 말뿐이고, 임기 내에 실현시키지 못하면 저 후보는 어떻게 될까?”
“아마 망명해야겠지...”

지금 선거판이 싹쓸이 분위기로 가고 있습니다. 비록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이 불리했다는 강북지역이지만 이번 선거는 거의 한나라당 분위기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아파트 재개발을 추진하겠다는 후보자도 아마 당선이 가능한 경우입니다.

다음번 선거에도 그 후보자가 나오려면 반드시 임기 내에 그 공약을 실현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내가 사는 지역 사람들에게는 나쁠 것 없습니다. 단지 그 공약이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공약(空約)이 아니기를 바래야 할까요?

그 후보자가 당선되더라도 아파트 재건축은 많은 절차와 협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다고 생각하다가도 문득 그 현수막을 유심히 바라보는 주민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주민들 이야기로는 빨라야 재건축은 10년 기다려야 한다고 하는데, 그 후보자는 어떤 능력이 있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