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자료/2006년 월드컵

[월드컵 5] '죽음의 조'는 이제 시작이다...

*미카엘* 2006. 6. 11. 17:17

'죽음의 조'는 이제 시작이다...
[월드컵 관전 소감 5] C조 아르헨티나 vs 코트디부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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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조 추첨이 끝나면 각국은 추첨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립니다. 비교적 쉬운 팀들과 같은 조가 되어 16강 진출을 낙관하는 팀들이 있는 반면, 전력상으로는 16강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상대하기 힘든 팀들과 한조가 되어 어려운 싸움이 예상되는 팀들도 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운명의 장난으로 ‘죽음의 조’인 잉글랜드, 스웨덴, 나이지리아와 한조가 되어 사투를 벌였지만 잉글랜드와 스웨덴에게 밀려 16강 탈락이라는 좌절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당시에 16강 진출이 좌절되어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흘리는 비운의 스트라이커 바티스투타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아르헨티나는 브라질과 함께 이번 2006년 월드컵의 강력한 우승후보 중의 하나입니다. 남미 지역예선에서 비록 브라질에 이어 2위의 성적을 거두었지만 승리는 오히려 브라질보다 많은 아르헨티나로서는 지난 1986년 마라도나의 활약으로 거둔 우승을 다시 한번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가 상대해야 할 팀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축구 전문가들의 분석은 아르헨티나를 긴장하게 만들었고, 지난 2002년의 악몽이 되풀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주변의 조심스러운 예상 가운데 아르헨티나는 코트디부아르와 죽음의 조를 탈출하기 위한 첫 경기를 치러야 했습니다.

영어로는 아이보리코스트로 불리우는 코트디부아르는 비록 월드컵에 처음 출전하는 국가이지만, 드로그바를 비롯해서 유럽의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팀으로 최대의 다크호스로 불리우는 팀이었습니다.

양 팀간의 경기는 아르헨티나의 2대 1 승리로 끝났습니다.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은 절대 밀리지 않는 코트디부아르로서는 특별하게 제압당하지는 않았지만, 월드컵의 단골 손님인 아르헨티나의 관록 앞에 무릎을 꿇은 것입니다. 특별히 아르헨티나의 중원을 책임진 리켈메의 발끝에서 시작된 날카로운 공격은 코트디부아르의 수비진을 한순간에 무기력하게 만들었습니다.

전반 24분 프리킥을 얻어 리켈메가 상대 문전으로 차 넣었을 때 흘러나온 공을 크레스포가 놓치지 않고 밀어넣어 첫 번째 득점을 성공시켰습니다. 뒤이어 코트디부아르는 만회골을 넣기 위해서 밀어붙였지만 번번히 아르헨티나의 최종 수비를 뚫지 못했고, 10여분이 지난 전반 38분에 또 다시 리켈메의 발끝을 떠난 공은 상대의 오프사이드 함정을 완벽하게 무너뜨렸으며 달려들던 사비올라가 골키퍼와 1대 1 상황에서 침착하게 득점에 성공시켰습니다.

후반들어서 아르헨티나는 리켈메의 조율 속에 효과적으로 코트디부아르의 공격을 차단시키며 안정적인 경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코트디부아르의 간판 공격수인 드로그바는 경기장을 종횡무진 활약하면서 골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였지만 번번히 아르헨티나의 수비수(예인세, 아얄라)에게 막혔습니다. 그러나 두드리면 열리는 것이 골문이라는 것을 입증하듯 결국 드로그바는 후반 37분 득점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경기를 뒤집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죽음의 조 첫 경기에서 귀중한 승점 3점을 얻어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16강 진출을 쉽게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 C조의 상황입니다. 세르비아는 유럽 지역예선에서 최강의 수비력을 보여준 팀이고, 네덜란드 또한 지난 2002년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이번 지역예선에서는 무패의 전적으로 본선에 오른 전통의 강호입니다.

비록 첫 경기에서는 경험 부족으로 아르헨티나에게 패했지만 코트디부아르도 16강을 향해서 최선을 다한다면 C조는 그야말로 물고 물리는 접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1승을 거두었지만 아르헨티나가 방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인 것입니다. 일순간의 방심은 곧바로 16강 탈락이라는 뼈아픈 좌절을 안겨줄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르헨티나의 나머지 두 경기를 비롯해서 C조의 경기가 보여주는 각본없는 드라마는 이제 막 시작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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