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자료/2006년 월드컵

[월드컵 14] 브라질, "아직은 몸이 덜 풀렸다..."

*미카엘* 2006. 6. 14. 19:47

브라질, "아직은 몸이 덜 풀렸다..."
[비전문가의 월드컵 관전 소감 13] F조, 브라질 vs 크로아티아

=-=-=-=-=-=-=

월드컵을 이야기하는데 브라질을 빼놓으면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존재는 상당한 비중을 갖고 있습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세계 최강의 팀이 바로 브라질입니다.

삼바축구의 브라질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우승을 일궈냈습니다. 당시의 주역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카푸 등의 초호화 맴버는 이름만 들어도 상대편 수비수들에게 엄청 부담스러운 존재들입니다.

두말할 것도 없는 최강 군단 브라질이 속한 F조는 유럽의 신흥 강호 크로아티아, 히딩크의 호주, 그리고 일본이 속해 있습니다. 이미 조추첨 결과가 나오자마자 브라질은 제외시켜놓고 나머지 16강 진출 티켓 한 장을 놓고 세 팀이 겨루는 것으로 생각할 정도로 브라질은 시작부터 조별리그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팀으로 이해되었습니다.

그러나 월드컵은 언제 어떠한 이변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참가국들은 경기의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임하고 있습니다. 비록 16강 진출이 좌절된 국가조차도 국가의 자존심을 걸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조별리그는 16강 진출이 확정된 팀들보다 탈락이 확정된 팀들이 더 열심히 경기에 임하는 것 같습니다.)

브라질의 첫 상대는 크로아티아는 처녀 출전했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단번에 3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2000년에 접어들면서 세대교체의 실패로 몇 번의 좌절을 겪으며 2002년 한일월드컵에는 지역예선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이후 전열을 가다듬어 2006년 독일월드컵 지역예선을 7승 3무의 전적으로 통과하여 다시금 1998년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네티즌이나 전문가들은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진출을 예상하고 있지만, 호주나 일본의 전력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F조의 상황인 것입니다. 이미 호주가 일본에게 3대 1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면서 승점 3점을 얻은 상황에서 브라질과 크로아티아는 피할 수 없는 결전에 돌입했습니다.

경기의 결과는 카카의 결승골을 지켜낸 브라질의 1대 0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그러나 전세계의 축구팬들로서는 브라질이 얻은 1점이 너무 초라해 보였습니다. 경기의 내용 또한 브라질로서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히려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은 크로아티아가 브라질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경기를 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크로아티아는 만회골을 넣기위해서 줄기차게 브라질의 골문을 향해 나아갔지만 마지막 단계에서의 섬세함이 부족해서 결국 1점차로 아깝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특별히 호나우두를 비롯한 쟁쟁한 스타플레이어의 경기를 지켜보기위해 몰려든 관중들이나 시청자들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브라질의 선수들에 대해 조금 실망스러운 생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호나우두는 몸이 무거워보였고, 중원에서도 조직력이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반면 크로아티아는 조직적인 면에서는 브라질보다 한 수 위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브라질은 아직 몸이 덜 풀린 것 같습니다. 조별리그를 치르면서 점점 제 컨디션을 회복할 것이고 아직은 서로간의 호흡이 잘 맞지 않은 것도 경기를 치르면서 점차 나아질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처음 상대로 결정된 크로아티아가 호주나 일본보다 행운인지도 모릅니다.)

브라질의 다음 상대는 일본을 격파하고 상승세를 탄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호주팀입니다. 히딩크의 마법이 세계 최강 브라질을 만났을 때는 어떠한 결과로 나타날 것인가가 벌써부터 새로운 흥밋거리로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

 

오마이뉴스, 한겨레, 시골아이고향에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