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자료/2006년 월드컵

[16강전] 스웨덴, 두골차 패배가 오히려 다행이 아니었을까?

*미카엘* 2006. 6. 25. 23:32

스웨덴, 두골차 패배가 오히려 다행이 아니었을까?
[16강전] 독일 vs 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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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독일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그야말로 ‘썩어도 준치’라는 말을 떠올렸습니다. 특별히 전력이 강한 것도 아니고 월드컵 직전까지 ‘녹슨 전차 군단’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평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 독일은 월드컵 본선에서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집고 놀라운 성적을 거두면서 결승에 진출하는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개최국이기 때문에 지역예선을 거치지 않고 곧장 본선에 진출하는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독일의 전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습니다. 월드컵 직전에 가진 평가전을 통해서 드러난 독일의 모습은 그다지 강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독일에 대해서 그다지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막상 2006년 독일월드컵이 개막된 후 조별리그를 거치면서 독일은 막강한 전차군단의 화력을 보여주면서 3연승을 거두며 16강전에 진출하였습니다.

6월 25일 16강전 첫 경기에서 독일은 B조 2위인 스웨덴과 8강 진출을 위해 격돌하였습니다. 이전까지 독일이 조별리그 A조에서 3연승을 거두었다고 하더라도 전력의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진정한 실력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웨덴과의 경기야말로 진정한 실력을 가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경기였습니다.

경기가 시작된 후, 독일은 스웨덴이 전열을 가다듬기 전에 선제골을 넣게 됩니다. 전반 4분경, 클로제가 수비수 두명을 따돌리고 슈팅한 공이 스웨덴 골키퍼 이삭손의 손에 맞고 튕겨나오자 포돌스키가 그대로 달려들면서 슈팅을 날렸고 공은 그대로 골대로 빨려들어갔습니다.

이후 독일은 줄기차게 스웨덴 문전을 공격했고 스웨덴은 걷어내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전반 12분경, 클로제가 상대 수비수 세 명을 유인하고 빈 공간으로 공을 밀어넣어주었고, 달려들던 포돌스키는 수비의 저항 없이 슈팅을 시도하여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두골을 리드하게 된 독일은 스웨덴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 시작했습니다. 독일의 공격수 클로제와 포돌스키 두 명을 막기 위해서 스웨덴의 수비수들은 네 명이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전반 35분경 수비수 루치치가 클로제를 막다가 불필요한 파울을 범하고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면서 스웨덴은 숫적인 열세까지 겹치게 되었습니다.

전반전은 2대 0으로 끝났지만, 독일의 일방적인 공격에 스웨덴이 혼이 난 경기였습니다. 전반전 상황으로 본다면 독일의 공격을 스웨덴이 두 골로 막아낸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스웨덴은 전반전에 공격다운 공격을 시도해 보지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독일의 공격에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관중들은 독일이 몇 골을 더 넣을 것인가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스웨덴은 11명이 뛸 때보다 10명이 뛰게 되자 더욱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대로 두골차로 리드하는 독일이 숫적인 우세까지 겹치게 되자 독일의 플레이가 오히려 주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도중에 스웨덴에게 결정적인 추격의 찬스가 찾아왔습니다.

후반 8분경 라르손이 독일의 수비수의 반칙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허공에 날리면서 추격의 의지까지 허공으로 날려버렸습니다. 김이 빠져버린 스웨덴의 선수들은 체력적으로도 열세에 놓이게 되면서 독일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많이 허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독일 선수들의 슛이 골대를 맞추거나 빗나가면서 위기를 넘겼고, 골키퍼의 눈물겨운 선방으로 추가 실점은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독일은 전반 초반에 넣은 두골을 지켜 2대 0으로 승리하고 8강에 제일 먼저 선착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이 날의 경기에서는 위협적인 공격수의 활발한 움직임이 상대 수비수 두세 명을 끌고 다니면서 다른 공격수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준 경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웨덴으로서는 두 번의 아쉬운 장면(루치치의 불필요한 파울, 라르손의 페널티킥 실축)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독일의 뛰어난 경기력에 당황하면서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며 16강 진출에 만족해야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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