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자료/2006년 월드컵

[8강전] 아르헨티나, "골피커만 부상당하지 않았더라도..."

*미카엘* 2006. 7. 1. 13:32

아르헨티나, "골키퍼만 부상당하지 않았어도..."
[8강전] 독일 vs 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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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개최국으로 지역예선을 거치지 않고 본선에 올라온 팀으로 여러차례 평가전에서 부진을 거듭하며 그다지 강한 인상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막상 월드컵이 시작되면서 조별리그에서 화려한 공격력을 보여주면서 전력에 대한 상향평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브라질과 함께 남미 축구의 대명사로 전력상으로는 항상 우승권에 근접해 있는 팀이었습니다.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막강한 화력은 오히려 같은 남미팀인 브라질을 압도할 정도였습니다.

16강에서 독일은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예상을 뒤엎고 2대 0으로 완승을 거두면서 멈추지 않는 독일 전차 군단의 위용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멕시코에게 의외로 고전하면서 2대 1로 연장전까지 치르고 올라왔습니다.

7월 1일 오전 0시, 개최국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경기는 그야말로 결승에 올라야 하는 팀들이 8강전에서 대결하게 되었다는 축구 전문가들의 말대로 양팀의 경기는 서로 물러설수 없는 한판인 동시에, 축구팬들로서는 이 경기 이후에 어느 한 팀의 경기를 볼 수 없다는 것이 무척 아쉬운 경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반전은 독일로서는 그동안의 화려한 공격적인 모습 대신에 수비를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독일로서는 개인기에서 앞선 아르헨티나를 맞이해서 조심스러운 경기를 진행하는 듯 했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전반전은 모두가 보기에 약간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였습니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먼저 선취골을 넣은 팀은 아르헨티나였습니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4분경 아얄라가 코너킥 상황에서 독일의 클로제를 따돌리며 헤딩슛을 성공시켜 1대 0으로 앞서나갔습니다. 이후 독일은 보다 공격적인 자세로 변화를 시도했고, 이때부터 경기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독일의 공격이 활발해지기 시작하면서 아르헨티나의 공격도 덩달아서 활발해졌습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로서는 우려할만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후반 19분경 수비하던 골키퍼 아본단시에리가 클로제와 충돌하면서 입은 부상으로 결국 26분에 프랑코로 교체되었습니다. 후반 19분경 상황을 되돌려 보면 클로제의 무릎이 아본단시에리의 옆구리를 친 것으로 보였습니다.

아르헨티나로서는 눈물을 머금고 골키퍼를 교체하면서 주전 골키퍼가 아니기 때문에 수비에 중점을 두기 위한 선수교체를 시도했습니다. 독일로서는 보다 공세를 강화하기 위해서 보로프스키와 오동코어를 투입하면서 활로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후반 35분경 결국 독일은 보로프스키의 헤딩패스를 받은 클로제의 헤딩슛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습니다.

전후반 90분 결과 1대 1의 스코어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양팀은 연장전에 돌입했습니다. 이전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뛴 아르헨티나가 다소 불리하다고 생각했지만 연장 전후반 30분 동안 추가 득점이 없이 결국 무승부로 끝나게 되었고, 승부차기로 4강 진출팀을 가려야 했습니다.

이날 승부차기에서는 이미 독일의 우세가 예상되었습니다. 독일의 골키퍼 레만은 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을 뛴 주전 골키퍼인 반면, 아르헨티나의 골키퍼 프랑코는 지역예선 18경기에서 단 한경기에만 출전한 제2의 골키퍼였습니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레만은 두 개의 선방을 보여주어 독일이 아르헨티나를 4대 2로 물리치고 4강에 진출하는 감격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아르헨티나의 골키퍼의 부상은 아르헨티나로서는 상당히 아쉬운 점으로 남을 것입니다. 특별히 부상으로 실려나간 아본단시에리는 페널티킥 수비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의 공백이 아쉬움으로 남을 것입니다. 아르헨티나는 골키퍼의 부상으로 선수 기용에 있어서 뛰어난 선수(사비올라, 메시)들을 투입하지도 못하고 4강의 문턱에서 좌절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독일로서는 한점을 먼저 실점하고도 끈질기게 동점골을 넣는 모습을 보여주는 승부근성을 보여주며 우승을 향한 한걸음을 더 내딛게 되었습니다.

역시 축구는 그날의 상황과 돌발 변수가 승리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된 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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