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결승] 이탈리아,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이탈리아,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4강전] 독일 vs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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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이탈리아의 준결승전은 그야말로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였습니다. 양팀 모두가 4강에 오르기까지는 나름대로 험난한 과정이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독일은
16강전에서 예상을 깨고 스웨덴을 2대 0으로 완파하고 8강전에 올라 강력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승부차기로 격파하고 4강에 진출했습니다.
특별히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는 냉정하게 판단해보면 아르헨티나의 주전 골키퍼의 부상이 독일의 승리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네티즌 중에서는 클로제와 아본단시에리의 충돌을 놓고 K-1의 무릎차기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습니다.
이탈리아 역시 4강에
오르는 과정을 보면 그다지 당당한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호주와의 경기에서 종료 3초를 남겨놓고 페널티킥을 받은 것은 아무리 이탈리아가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월드컵의 역사 속에서 두고두고 입에 오르내릴 장면이 될 것입니다. 특별히 심판의 오심으로 얼룩진 2006년 독일월드컵의
명장면으로 기억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이탈리아는 결승진출을 놓고 7월 5일
새벽 4시, 도르트문트 경기장에서 격돌하였습니다. 도르트문트에서의 무패와 개최국의 이점을 가지고 있는 독일과 월드컵에서 독일에게 무패의 전적을
가지고 있는 이탈리아와의 대결은 시작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경기는 그야말로 서로 일진일퇴, 밀고 밀리는
공방전이었습니다. 어느 한 팀이 집중력을 잃거나 순간적으로 방심하면 경기를 놓칠 수 있는 살얼음판 경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살얼음판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비였습니다.
양팀은 전후반 90분동안 상대방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았지만, 자신들의 공격 또한
상대방의 수비에 막혔습니다. 경기는 연장전으로 돌입했고 연장전에서도 전후반과 마찬가지의 상황이 전개되는 듯 했습니다. 적어도 종료 1분전까지는
그랬습니다.
점차 승부차기에 대한 가능성이 점쳐면서 승부차기 불패의 신화를 가지고 있는 독일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 같다는 이야기는
아나운서와 해설자들에게서 점차 설득력을 가지며 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독일의 골키퍼 레만의 승부차기 활약상을 최근에
인상깊게 접했고, 아득히 먼 기억의 한자락을 떠올렸습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로베르토 바조의 실축은 이탈리아로서는 기억하기 싫은
기억이지만 절대로 잊혀지지도 않는 기억이었습니다.
물론 이탈리아의 골키퍼 부폰이 세계적인 골키퍼이기 때문에 승부차기에 돌입하더라도
쉽게 독일의 승리를 장담하지는 못하겠지만, 역대 승부차기에서 행운을 몰고다닌 독일에 비해서, 승부차기를 통해서 좌절을 경험한 이탈리아가
정신적으로 부담을 많이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일 것입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승부차기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연장
후반이 끝나기 2분전에 이탈리아의 그로소가 천금의 결승골을 성공시켰고, 당황한 독일이 만회골을 넣기 위해서 무작정 공격을 시도하는 것을 이용한
역습을 통해서 이탈리아의 델 피에로가 마치 농구의 버저비터와 같이 준결승전의 끝남을 알리는 쐐기골을 성공시켰습니다.
이탈리아로서는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승부차기를 생각하며 순간 방심하고 있던 독일을 누르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결국 이탈리아는 월드컵에서 독일에게만 3승
2무의 성적을 거두면서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독일은 개최국으로서 우승을 기대했지만 이탈리아에게 아깝게 패함으로 3·4위전으로
밀려났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유난히 행운이 따르는 이탈리아로서는 16강전과 8강전에서 비교적 쉬운 상대를 만났고, 독일이
아르헨티나를 꺾어주었고, 포르투갈이 네덜란드와 잉글랜드를 꺾어주었고, 프랑스가 스페인과 브라질을 꺾어줌으로 24년만에 우승의 가능성을 더욱
끌어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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