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자료/여행 이야기

[안녕 캐나다 ④] 수박 겉핥기로 둘러본 몬트리올

*미카엘* 2006. 11. 30. 08:45
수박 겉핥기로 둘러본 몬트리올
[안녕 캐나다 ④] 퀘벡 여행 - 몬트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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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와서 토론토 시내만 돌아다니는 것은 캐나다의 한 부분만 접하는 것이기에 후배는 캐나다에 있는 한인여행사를 통해서 캐나다 동부 여행을 신청해 주었습니다. 총 2박 3일의 일정으로 계획된 캐나다의 동부 여행은 첫째날 몬트리올, 둘째날 퀘벡시티, 셋째날 오타와 관광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여행 가이드는 첫째날부터 마지막날까지 캐나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주어서 이동하는 시간에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캐나다 속의 프랑스인 퀘벡주 여행은 나에게 또 다른 캐나다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퀘벡주는 서양의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라이벌이었던 영국과 프랑스의 긴장관계가 고스란히 녹아있었습니다. 공용어는 불어였고, 1977년에 제정한 불어헌장에 따라서 간판과 게시물은 불어만 허용되는 등 프랑스의 자존심이 대단한 곳이었습니다.

캐나다의 퀘벡주에 들어서자마자 처음으로 우리를 반기는 것은 마치 보이스카웃 깃발처럼 생긴 퀘벡의 주기였습니다.

▲ 마치 보이스카웃 깃발처럼 생긴 퀘벡주기... 퀘벡주의 사람들은 캐나다 국기보다 이 깃발을 더 소중히 생각한다고 합니다...
ⓒ 이인배


캐나다라는 나라가 워낙 크기 때문에 토론토에서 몬트리올까지는 버스로 오랫동안 이동해야 했습니다. 몬트리올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둘러본 곳이 노트르담 바실리카 성당이었습니다. 이 성당은 1942년에 몬트리올을 건설한 프랑스인 메종뇌브(Maison-neuve)의 동상이 서 있는 다름 광장(Place d'Armes) 앞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 다름 광장 앞에서 바라본 노트르담 성당...
ⓒ 이인배

▲ 다름 광장에 있는 메종뇌브의 동상... 메종뇌브는 몬트리올 시를 건설한 사람입니다...
ⓒ 이인배


노트르담 성당 안으로 들어가보니 우리와 비슷한 관광객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실내는 약간 어두우면서 천장과 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조화를 이루면서 방문한 사람들의 마음을 씻어주는 듯 했습니다. 솔직히 ‘천상의 빛’이라는 엄청난 기대감에 비해서 그다지 커다란 감동이 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사람들의 종교적인 심성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한 빛이었습니다. 아쉽게도 그 종교적인 심성으로 무릎꿇고 기도하는 사람들보다는 사진기에 그 빛을 담기 위해서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아서 어수선한 분위기였습니다. 나 또한 짧은 방문 일정 때문에 마음을 다스리기보다는 성당 안을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기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 노트르담 성당 내부... 천상의 빛을 담고 싶었지만 사진 기술이 부족해서...
ⓒ 이인배


본당 뒤에 위치한 자그마한 채플실에 들어서자마자 십자가가 있어야 할 자리에 다양한 사람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는 것이 제일 처음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이드의 말로는 맨 위의 하늘로 향하는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며,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갈수록 점차 얼굴 표정이 밝아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채플실에 들어서면서 제일 처음 바라보는 얼굴은 바라본 사람의 마음의 상태라고 했습니다.

▲ 본당 뒤의 자그마한 채플실에서...
ⓒ 이인배


수박 겉핥기로 둘러본 우리는 곧장 버스에 올라타서 ‘성 요셉 대성당’으로 향했습니다. 성당으로 가는 도중에 가이드는 자크 카르티에 광장을 손으로 가리키며 퀘벡주의 독립 운동과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1967년 드골 대통령은 자크 카르티에 광장에 모여든 퀘벡 주민들을 향해서 “자유 퀘벡 만세!”를 외쳐 퀘벡 주민들에게 독립에 대한 열망을 더욱 고조시켰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자존심을 세워준 이 광장의 한 가운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스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넬슨 제독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성 요셉 대성당’은 가난하고 검소했던 안드레아 수사가 세운 성당으로 많은 치유의 기적이 일어난 기적의 성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안드레아 수사가 죽은 후에도 병고침의 기적이 끊이지 않기에 전 세계에서 병을 고치기 위해서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미사도 준비되어 있다고 합니다.

안드레아 수사를 통해서 병고침을 받은 사람들의 후원으로 세워진 이 성당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규모에 놀라게 됩니다. 내부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으며 성당 내부에는 병고침을 받은 사람들이 놓고 간 목발과 지팡이가 따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 '성 요셉 대성당', 석조건물로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이 성당은 가톨릭에서 치유에 대한 기적을 공인했다고 합니다.
ⓒ 이인배

▲ 성 요셉 대성당은 캐나다의 수호성인(요셉)의 이름을 따서 지었습니다.
ⓒ 이인배

▲ 내부에는 환자들을 위한 미사가 있을 때 치우기 쉽도록 철제 의자가 놓여있습니다...
ⓒ 이인배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후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안드레아 수사는 매우 검소하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교만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묵묵히 수행하던 그의 생전의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남에게 인정받으려 하고 다른 사람을 밟고서라도 높은 곳에 오르려고 아등바등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 나의 모습은 아닌지...

▲ 안드레아 수사의 흉상... 방문자들이 치유에 대한 갈망으로 흉상의 코와 가슴을 만진 흔적이 있습니다...
ⓒ 이인배

▲ 성 요셉 대성당에서 바라본 몬트리올 시의 야경...
ⓒ 이인배


날씨가 그다지 맑지 않고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노트르담 성당과 성 요셉 대성당을 수박 겉핥기로 둘러본 것 같아 아쉽지만 책이나 이야기로 접하던 곳을 직접 찾아가서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가를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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