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사고로 두 팔을 잃었다는 남자 환자가 어느날 나를 찾아왔다. 짧은 스포츠 머리에 여드름 자국이 두드러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총각인 줄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는 이미 결혼을 한 몸이었고 세 살 난 아들까지 있었다.
그는 팔없이 앞으로 무얼해서 먹고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참이나 서러운 삶을 털어놓더니 마침내 흐느끼며 말했다.
"일하는 것은 고사하고 다시 한번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볼 수만 잇다면... 사랑하는 아내를 한 번만 더 안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김복남, [아침은 늘 눈부시다] 중에서)
작은 소원이었지만 그에게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 우리에게는 얼마든지 감사할 조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