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우승팀은 실력보다는 행운이 좌우한다?
월드컵 우승은 실력보다는 운을 타고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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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32개 나라가 경합을 벌인 2006 독일월드컵에서 최후의 남은 두 나라(이탈리아, 프랑스)가 우승을 놓고 한판 붙게 되었습니다. 과연 이 경기에서 이긴 나라가 진정한 세계 축구의 챔피언일까요?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선뜻 대답하기를 꺼려할 것입니다.

이번 독일월드컵에서 우승권에 근접하다고 평가되는 팀들 중에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독일 등은 결정적인 순간에 패함으로 결승까지의 토너먼트에서 탈락하였습니다. 4년만에 열리는 지구촌 축구 축제는 조별리그를 통과한 16강전 이후부터는 한순간도 방심해서는 안되는 생존게임으로 둔갑해 버립니다.

이러한 생존게임에서 진정한 스포츠 정신은 점차 사라지고 오로지 승리를 위한 집착만이 남게 됩니다. 세계 최강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브라질의 감독이 ‘화려함보다는 승리’가 중요하다는 말을 남길 정도로 세계 축구는 반드시 이겨야 대접을 받는다는 전쟁의 수준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역사는 승자를 오랫동안 기억합니다. 그러나 떳떳하지 못한 방법으로 쟁취한 승리는 오히려 승자 자신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것입니다. 오히려 졌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패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쳐주는 성숙한 축구팬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번 2006년 독일월드컵은 유난히 심판의 오심에 대한 논란이 많았습니다. 특별히 심판의 판정 하나가 경기를 좌지우지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심판은 전후반 90분동안 선수들과 같이 뛰어다니면서 경기에 대한 조율과 반칙에 대한 판정을 내립니다. 체력적으로 부담을 가질 수도 있고 인간이기에 판정이 애매모호한 경우도 있습니다.

특별히 선수들의 시뮬레이션 액션이나 심판의 눈을 속이는 반칙은 오늘날 중계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도 합니다. 오늘날에는 TV 중계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을 해서 다양한 각도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심판을 속일 수는 있어도 관중이나 시청자들을 속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로지 승리를 위해서 한순간 심판을 속일 수는 있지만, 관중들과 시청자들은 그것이 정당한 것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서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의 승자는 월드컵의 우승을 함과 동시에 세계 축구의 챔피언이라는 칭호를 받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정한’ 세계 축구의 챔피언은 아닙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한 번의 경기에서 패했다고 챔피언 자격이 박탈되는 현재 월드컵 경기 방식으로는 진정한 챔피언을 결정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축구에서 승패는 그날의 컨디션과 경기장의 분위기, 심판의 판정, 그리고 운이 많이 작용합니다.

조별리그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16강전 이후부터는 한순간이 방심이나 한순간의 운이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실력이 뛰어나지만 패하는 경우도 있고, 실력은 다소 뒤지지만 행운의 승리를 거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월드컵에서 결승에 진출하는 팀에 대해서 잔인하게 말한다면, “그들은 실력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엄청난 행운을 가진 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세계축구연맹(FIFA)이 자신있게 내놓는 피파랭킹도 이번 월드컵을 통해서 그다지 정확한 수치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그야말로 4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월드컵은 전세계 축구인의 축제입니다. 이것이 승리에 대한 열망이 집착의 수준으로 바뀌면서 축제는 즐겁지 않은 행사로 바뀌게 됩니다. 세계축구연맹이 보다 변화된 경기 운영 방식을 도입하지 않으면 우리는 4년마다 행운의 팀을 선택하는 로또 게임으로 월드컵을 즐기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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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아트사커는 죽지 않았다!"
[준결승전] 프랑스 vs 포르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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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포르투갈의 경기는 양팀에게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아니 이기고 싶은 경기였을 것입니다. 프랑스로서는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완전히 떨쳐버리기 위해 결승에 진출하고 싶어했고, 40년만에 4강에 오른 포르투갈로서는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리기 위해서 프랑스를 꺾어야 했습니다.

이미 결승의 상대가 이탈리아로 확정된 이후 7월 6일 오전 4시에 벌어진 프랑스와 포르투갈과의 경기는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는 경기였습니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계속되면서 양팀과 관중들은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했습니다.

세계의 축구팬들은 이날의 경기를 통해서 프랑스의 ‘아트 사커’가 확실히 부활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니 아트 사커의 핵심인 지네딘 지단의 부활이라고 해야 더욱 정확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프랑스는 비록 볼 점유율에서는 뒤졌지만 효과적인 공격을 시도했습니다.

포르투갈로서는 16강전에서 네덜란드와 무수한 경고가 남발하는 혈투를 벌였고, 8강전에서는 잉글랜드와 연장전 혈투를 벌였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부담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선수 전원이 월드컵 사상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팀으로서 결승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최선을 다했습니다.

전반 33분경 프랑스의 지단이 패스한 공을 앙리가 터치하고 몰고 들어가려다가 포르투갈의 수비수 히카르두 카르발류의 발 끝에 걸려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얻게 되었습니다. 반칙이라고 하기보다는 앙리에게 행운의 넘어짐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포르투갈의 히카르두 골키퍼가 공의 방향은 잡았지만 키커로 나선 지단의 공이 훨씬 구석쪽으로 빠르게 들어가면서 스코어를 1대 0으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포르투갈로서는 만회골을 넣기 위해서 총 공세를 펼쳤지만, 프랑스의 수비는 의외로 탄탄했습니다. 골키퍼까지 공격에 가담하면서 마지막까지 동점골을 넣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아쉽게 0대 1로 패하며 40년만의 4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우리들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우승 이후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으로 이어진 프랑스의 몰락(?)의 과정 속에서 수비는 그다지 심각한 수준이 아니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히려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원인은 한골도 넣지 못한 공력력에 있었습니다.

월드컵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한 16강전 이후는 공력력이 뛰어난 팀들보다 수비력이 뛰어난 팀이 승리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는 몰락했던 것이 아니라 공격에 있어서 슬럼프를 겪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월드컵에서도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데는 비교적 힘들었지만, 16강전 이후부터는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의 부활은 16강전이 시작되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포르투갈도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극복하고 4강에 진출하면서 첫 우승에 대한 꿈을 키웠지만 아쉽게 3․4위전으로 밀리면서 독일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4강 진출팀들을 보면 개최국 독일을 제외하고는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거나(포르투갈, 프랑스), 16강전에서 탈락한 팀(이탈리아)이라는 것이 약간 색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미 팀들이 전력상으로는 절대 뒤지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4강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것도 독특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포르투갈과 프랑스가 4강에 진출한 것이 약간 의외의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월드컵 시작 전에 그다지 주목을 받지 않던 팀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은 다른 팀들과는 달리 경계나 견제를 받지 않는 혜택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세계의 축구팬들은 1998년에 아트사커의 화려함을 경험했고, 2002년에 아트사커의 몰락을 지켜보았고, 2006년에 아트사커의 부활의 과정에 동참하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6강전 이후부터는 승패는 종이 한장 차이라는 것을 실감하면서 월드컵을 관전하고 있습니다. 뚜렷한 실력의 차이보다는 그날의 컨디션(심판 포함)이 승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승은 단지 그 대회에서 최고로 운이 좋은 팀이라고 보아야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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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4강전] 독일 vs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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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이탈리아의 준결승전은 그야말로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였습니다. 양팀 모두가 4강에 오르기까지는 나름대로 험난한 과정이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독일은 16강전에서 예상을 깨고 스웨덴을 2대 0으로 완파하고 8강전에 올라 강력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승부차기로 격파하고 4강에 진출했습니다. 특별히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는 냉정하게 판단해보면 아르헨티나의 주전 골키퍼의 부상이 독일의 승리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네티즌 중에서는 클로제와 아본단시에리의 충돌을 놓고 K-1의 무릎차기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습니다.

이탈리아 역시 4강에 오르는 과정을 보면 그다지 당당한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호주와의 경기에서 종료 3초를 남겨놓고 페널티킥을 받은 것은 아무리 이탈리아가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월드컵의 역사 속에서 두고두고 입에 오르내릴 장면이 될 것입니다. 특별히 심판의 오심으로 얼룩진 2006년 독일월드컵의 명장면으로 기억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이탈리아는 결승진출을 놓고 7월 5일 새벽 4시, 도르트문트 경기장에서 격돌하였습니다. 도르트문트에서의 무패와 개최국의 이점을 가지고 있는 독일과 월드컵에서 독일에게 무패의 전적을 가지고 있는 이탈리아와의 대결은 시작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경기는 그야말로 서로 일진일퇴, 밀고 밀리는 공방전이었습니다. 어느 한 팀이 집중력을 잃거나 순간적으로 방심하면 경기를 놓칠 수 있는 살얼음판 경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살얼음판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비였습니다.

양팀은 전후반 90분동안 상대방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았지만, 자신들의 공격 또한 상대방의 수비에 막혔습니다. 경기는 연장전으로 돌입했고 연장전에서도 전후반과 마찬가지의 상황이 전개되는 듯 했습니다. 적어도 종료 1분전까지는 그랬습니다.

점차 승부차기에 대한 가능성이 점쳐면서 승부차기 불패의 신화를 가지고 있는 독일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 같다는 이야기는 아나운서와 해설자들에게서 점차 설득력을 가지며 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독일의 골키퍼 레만의 승부차기 활약상을 최근에 인상깊게 접했고, 아득히 먼 기억의 한자락을 떠올렸습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로베르토 바조의 실축은 이탈리아로서는 기억하기 싫은 기억이지만 절대로 잊혀지지도 않는 기억이었습니다.

물론 이탈리아의 골키퍼 부폰이 세계적인 골키퍼이기 때문에 승부차기에 돌입하더라도 쉽게 독일의 승리를 장담하지는 못하겠지만, 역대 승부차기에서 행운을 몰고다닌 독일에 비해서, 승부차기를 통해서 좌절을 경험한 이탈리아가 정신적으로 부담을 많이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일 것입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승부차기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연장 후반이 끝나기 2분전에 이탈리아의 그로소가 천금의 결승골을 성공시켰고, 당황한 독일이 만회골을 넣기 위해서 무작정 공격을 시도하는 것을 이용한 역습을 통해서 이탈리아의 델 피에로가 마치 농구의 버저비터와 같이 준결승전의 끝남을 알리는 쐐기골을 성공시켰습니다.

이탈리아로서는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승부차기를 생각하며 순간 방심하고 있던 독일을 누르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결국 이탈리아는 월드컵에서 독일에게만 3승 2무의 성적을 거두면서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독일은 개최국으로서 우승을 기대했지만 이탈리아에게 아깝게 패함으로 3·4위전으로 밀려났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유난히 행운이 따르는 이탈리아로서는 16강전과 8강전에서 비교적 쉬운 상대를 만났고, 독일이 아르헨티나를 꺾어주었고, 포르투갈이 네덜란드와 잉글랜드를 꺾어주었고, 프랑스가 스페인과 브라질을 꺾어줌으로 24년만에 우승의 가능성을 더욱 끌어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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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탈락이 우리에게 남기는 것들...
[8강전] 브라질 vs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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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이 프랑스와 8강에서 만났을 때 아무도 브라질의 패배를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1998년의 챔피언 프랑스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하면서 평범한 팀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축구 전문가들은 세대교체를 실패한 팀으로 프랑스를 꼽으면서 인색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실제로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프랑스의 모습은 그러한 평가를 증명하는 듯 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16강에 진출한 프랑스가 스페인을 이기자 사람들은 다소 의외라는 생각과 함께 ‘썩어도 준치’라는 말을 떠올렸습니다. 프랑스가 잘한 것이 아니라 스페인이 큰 경기 경험이 부족했다고 보기도 했습니다.

반면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은 전승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16강전에서 가나를 3대 0으로 이겼지만, 어딘지 모르게 화려한 삼바군단의 위용보다는 이기는데 급급한 실리 축구로 전환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브라질 대표팀을 맡은 감독이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수비에 치중한 안전 플레이를 주로 하였기 때문에 브라질 국민들에게 우승하고도 욕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가끔 흘러나왔습니다.

16강전에 돌입한 순간부터 점차적으로 프랑스가 조직력과 공격력이 살아난다는 듯한 느낌이 들기는 들었지만, 세계 최강 브라질에게는 역부족이라는 견해가 절대적인 가운데 7월 2일 오전 4시에 양 팀은 4강 진입을 위한 최후의 일전을 벌였습니다.

이미 우승을 많이 경험한 브라질은 정신력에서 프랑스에게 뒤졌다고 생각됩니다. 브라질로서는 너무 이기는데 익숙해져 있었고, 관중들 역시 브라질이 승리하는 것에 너무 익숙했기 때문에 프랑스가 브라질을 압박하는 가운데에서도 브라질이 패배하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후반 11분경 지단의 프리킥을 앙리가 골로 성공시키면서 프랑스가 1대 0으로 앞서나갔습니다. 결국 이 스코어는 그대로 후반전이 끝날 때까지 변하지 않고 이어졌으며 결국 프랑스가 브라질을 1대 0으로 물리치고 4강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하였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기억하는 전세계 축구팬들로서는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브라질이 보여준 플레이에 다소 실망하기도 했지만 8강에서 탈락하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로서는 16강에서 스페인을 꺾은 이변(?)에 이어 8강에서 브라질을 꺾는 이변(?)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브라질의 패배는 곧장 프랑스의 부활로 이어지는 분위기로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전세계 축구 전문가들은 세계 최강 브라질을 꺾은 프랑스에 대해서 찬사를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한물 갔다는 비난을 한 몸에 받던 프랑스의 지단은 다시금 2006년 독일월드컵의 영웅으로 부상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프랑스가 조별리그보다 16강전 이후부터 점차 나아지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16강전 이후부터는 서로 엇비슷한 실력이기 때문에 그날의 컨디션과 분위기가 승패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프랑스는 경기 당일의 컨디션이 최고였음에 틀림이 없었고, 브라질은 정신력의 무장이 프랑스에 비해서 덜 되었던 것도 이날 경기 결과에 영향을 끼쳤을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남미 축구의 대명사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8강에서 탈락하면서 4강은 유럽팀들만 남았습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최강의 공력력을 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수비에 중심을 두는 지나친 안전주의 플레이를 선택한 결과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하게 된 것입니다.

브라질의 탈락이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로서는 상당히 아쉬운 부분으로 남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진정한 브라질의 축구를 보여주지 못한 브라질의 탈락은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축구팬들로서는 점차 브라질의 공격력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16강전을 통과한 직후 브라질 감독의 ‘이기기 위한 축구’에 대한 발언은 과정보다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월드컵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TV 중계의 수준이 급성장한 현대의 월드컵에서 이기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심판을 속이면서 반칙을 하거나 시뮬레이션 액션을 취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순간적으로 심판은 속일 수 있지만 전세계 시청자들까지 속일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기고도 진정한 승자의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브라질은 지더라도 영원한 우승후보로서 손색이 없는 팀으로 존재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보여준 브라질의 경기 모습은 많은 부분 아쉬움으로 남을 것입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탈락이 아쉬운 것이 아니라 승리에만 집착하는 세계 축구의 흐름이 더욱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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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네덜란드와 영국을 넘어 40년만에 4강 신화 재현
[8강전] 포르투갈 vs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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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만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영국과 포르투갈의 경기는 그야말로 숨막히는 접전이었습니다. 1966년 영국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잉글랜드와, 당시에 4강에 진출했던 포르투갈이 4강 진출을 놓고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맞붙었습니다.

40년전 1966년 영국월드컵에서 북한을 8강에서 5대 3으로 꺾고 4강에 올랐던 포르투갈은 4강에서 영국에게 2대 4로 무릎을 꿇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에 영국은 그 여세를 몰아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영국으로서는 월드컵 이전까지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조별리그와 16강전에서 그다지 강한 인상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반면 포르투갈은 3승으로 가볍게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16강전에서 또 하나의 우승후보인 네덜란드를 1대 0으로 무찌르고 올라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기 부분에서 포르투갈이 앞설 수 있지만 주전 선수인 데쿠와 코스티냐가 경고 누적으로 영국과의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어 불리하다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7월 2일 오전 0시, 영국과 포르투갈의 경기는 영국이 우세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 속에 스콜라리 감독이 이끄는 포르투갈이 어떤 내용의 경기를 치를 것인가가 관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스콜라리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에 브라질을 이끌고 영국을 이긴 적이 있기 때문에 영국으로서는 스콜라리 감독이 이끄는 포르투갈과의 경기가 그다지 즐겁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한 유로 2004에서 승부차기로 패했던 경험도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전반전은 팽팽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루니를 원톱으로 하고 베컴과 조콜이 지원하는 영국에 맞서 파울레타를 중심으로 하고 피구와 호날두가 지원하는 포르투갈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상대방의 진영을 공략했습니다.

후반전에 들어서 영국의 에릭손 감독은 부상으로 부진했던 베컴을 빼고 후반 7분경 에런 레논을 투입해서 분위기 반전을 꾀했습니다. 그러나 영국에게 절체절명의 위기는 후반 16분경 찾아왔습니다. 중앙지역에서 공을 다투는 과정에서 루니가 포르투갈의 카르발류의 급소를 밟았고, 레드카드를 받으면서 퇴장을 당하게 된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수적 열세에 놓인 영국은 조콜을 빼고 장신 스트라이커 크라우치를 투입하고 수비에서 공격으로 곧장 진행하는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영국이 미드필더를 포기하면서 포르투갈이 전체적으로 중앙을 장악하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차지했지만, 영국의 수비가 밀집되어 있어서 포르투갈로서는 수적 우세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후반전을 0대 0으로 끝냈습니다.

영국은 밀리는 경기였지만 에런 레논과 하그리브스의 움직임은 포르투갈의 수비를 여러차례 괴롭혔습니다. 결국 전후반 90분을 0대 0으로 마무리하고, 양팀은 연장전에 돌입했습니다. 연장전에 돌입하면서 영국은 수적 열세로 진행한 후반전에도 불구하고 포르투갈과 체력적으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양팀이 연장전에서도 득점을 성공하지 못하고 결국 무승부로 끝나게 되어 양팀은 승부차기를 통해서 4강 진출을 판가름하게 되었습니다. 승부차기는 마치 복권과도 같이 양팀에게는 피말리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국으로서는 역대 월드컵에서 승부차기로 좌절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그다지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었지만, 이날의 경기에서는 승부차기가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반면 포르투갈로서는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승부차기까지 간 것에 대해서 그다지 기분은 좋지 않겠지만, 2004년 유로 2004 대회 당시에 영국에게 승부차기로 승리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비관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승부차기에 돌입하여 포르투갈의 첫 번째 키커인 시망이 성공하면서 좋은 출발을 보인 반면, 영국의 첫 번째 키커인 램퍼드의 슛이 포르투갈의 골키퍼 히카르두에게 막히면서 불안한 출발을 했습니다. 그러나 포르투갈의 두 번째 키커인 비아나가 골대를 맞추고, 영국의 하그리브스가 성공시키면서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어 등장한 포르투갈의 세 번째 키커인 프티가 실축을 하면서 영국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진행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영국의 세 번째 키커인 제라드의 슛을 포르투갈의 골키퍼 히카르두가 막으면서 분위기는 다시 포르투갈에게 돌아갔습니다. 포르투갈의 네 번째 키커인 포스티가가 성공시키면서 다시 앞서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등장한 영국의 제이미 캐러거가 주심이 휘슬을 울리기 전에 공을 차는 반칙을 범하면서 포르투갈의 골키퍼에게 수를 읽히고 말았습니다. 결국 캐러거가 다시 찬 공은 포르투갈의 골키퍼 히카르두의 선방으로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마지막 키커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골을 성공시키면서 지루한 120분의 사투는 포르투갈의 승리로 끝나게 되었습니다.

이날 승부차기에서 상대 키커 슛을 세 개 막아낸 포르투갈의 히카르두 골키퍼는 그야말로 포르투갈을 4강에 올려놓은 최고 수훈이라고 생각합니다. (히카르두 골키퍼가 허용한 영국의 하그리브스의 슛도 방향을 정확하게 잡은 것이었습니다)

브라질과 프랑스의 승자와 결승 진출을 놓고 한판 붙게 될 포르투갈의 스콜라리 감독은 마치 2002년 한일월드컵의 히딩크 감독을 연상시키는 듯 했습니다. 참가한 팀들 중에서 유일하게 우승의 경험이 없는 포르투갈이지만 16강에서 네덜란드, 그리고 8강에서 영국을 누르면서 최대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며 축구팬들에게 관심을 불러 일으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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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우리는 실력과 함께 운도 갖추었다..."
[8강전] 이탈리아 vs 우크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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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 3초를 남겨놓고 기적의 페널티킥을 얻어 호주를 1대 0으로 물리친 이탈리아로서는 심판의 도움으로 8강에 진출했다는 비난을 막기 위해 제물이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이탈리아로서는 비교적 쉬운 상대로 여겨지는 우크라이나와 8강에서 격돌하게 되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걸출한 득점기계 솁첸코가 버티고 있지만, 축구는 혼자서 하는 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이탈리아보다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지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스페인에게 0대 4의 치욕의 패배를 당하면서 자존심을 구겼지만 이후 경기력이 살아나서 조별리그를 2승 1패로 통과하고 16강전에서 오심 혜택의 논란을 받고 있는 스위스와의 연장 혈투 끝에 승부차기로 꺾고 8강에 올랐습니다.

이미 4강에 오른 독일의 파트너를 결정하기 위한 경기가 7월 1일 오전 4시에 함부르크에서 펼쳐졌습니다. 이탈리아로서는 16강전에서 심판의 절대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연장에서 호주에게 무릎을 꿇었을지도 모르는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월등한 경기를 보여주어야 전 세계 축구팬들의 따가운 시선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것이 오히려 승리에 대한 지나친 부담감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로서는 첫 출전에 8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룩했기 때문에 조금 부담감은 덜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득점기계 솁첸코로서는 8강에 만족할 수 없었을 것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탈리아의 우세 속에 우크라이나의 선전을 기대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선취골을 넣으며 산뜻한 출발을 했습니다. 전반 6분경 이탈리아는 수비수 참브로타의 중거리슛으로 1대 0으로 앞서기 시작한 이탈리아로서는 전통의 빗장수비가 우크라이나의 맹공을 효과적으로 막아내었습니다.

우크라이나로서는 실점을 만회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지만 이탈리아의 빗장수비와 부폰 골키퍼에게 번번히 막히며 전반전을 1대 0으로 뒤진채 후반전을 맞이했습니다. 후반전에서도 계속해서 동점골을 넣기 위한 노력을 시도했지만 우크라이나의 공격수에게는 지독하게 운이 따르지 않았고, 이탈리아의 수비수와 골키퍼에게는 지독하게 운이 따랐습니다.

결국 빗장수비로 후방이 든든한 이탈리아가 후반 13분과 23분에 루카 토니의 연속골로 3대 0으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6대 4의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골결정력을 살리지 못한 우크라이나로서는 8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탈리아는 4강에서 아르헨티나를 꺾고 올라온 독일과 결승 진출을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탈리아가 4강에 진출할 실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동안의 과정 속에서 행운이 많이 따른 것은 사실입니다. 이러한 행운이 결승까지 계속될 것인지 앞으로의 경기를 관심있게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2006년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실력과 함께 행운도 갖춘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호주가 종료직전 페널티킥을 허용하지 않았더라면 히딩크의 4강 신화는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지켜본 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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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골키퍼만 부상당하지 않았어도..."
[8강전] 독일 vs 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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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개최국으로 지역예선을 거치지 않고 본선에 올라온 팀으로 여러차례 평가전에서 부진을 거듭하며 그다지 강한 인상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막상 월드컵이 시작되면서 조별리그에서 화려한 공격력을 보여주면서 전력에 대한 상향평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브라질과 함께 남미 축구의 대명사로 전력상으로는 항상 우승권에 근접해 있는 팀이었습니다.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막강한 화력은 오히려 같은 남미팀인 브라질을 압도할 정도였습니다.

16강에서 독일은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예상을 뒤엎고 2대 0으로 완승을 거두면서 멈추지 않는 독일 전차 군단의 위용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멕시코에게 의외로 고전하면서 2대 1로 연장전까지 치르고 올라왔습니다.

7월 1일 오전 0시, 개최국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경기는 그야말로 결승에 올라야 하는 팀들이 8강전에서 대결하게 되었다는 축구 전문가들의 말대로 양팀의 경기는 서로 물러설수 없는 한판인 동시에, 축구팬들로서는 이 경기 이후에 어느 한 팀의 경기를 볼 수 없다는 것이 무척 아쉬운 경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반전은 독일로서는 그동안의 화려한 공격적인 모습 대신에 수비를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독일로서는 개인기에서 앞선 아르헨티나를 맞이해서 조심스러운 경기를 진행하는 듯 했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전반전은 모두가 보기에 약간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였습니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먼저 선취골을 넣은 팀은 아르헨티나였습니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4분경 아얄라가 코너킥 상황에서 독일의 클로제를 따돌리며 헤딩슛을 성공시켜 1대 0으로 앞서나갔습니다. 이후 독일은 보다 공격적인 자세로 변화를 시도했고, 이때부터 경기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독일의 공격이 활발해지기 시작하면서 아르헨티나의 공격도 덩달아서 활발해졌습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로서는 우려할만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후반 19분경 수비하던 골키퍼 아본단시에리가 클로제와 충돌하면서 입은 부상으로 결국 26분에 프랑코로 교체되었습니다. 후반 19분경 상황을 되돌려 보면 클로제의 무릎이 아본단시에리의 옆구리를 친 것으로 보였습니다.

아르헨티나로서는 눈물을 머금고 골키퍼를 교체하면서 주전 골키퍼가 아니기 때문에 수비에 중점을 두기 위한 선수교체를 시도했습니다. 독일로서는 보다 공세를 강화하기 위해서 보로프스키와 오동코어를 투입하면서 활로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후반 35분경 결국 독일은 보로프스키의 헤딩패스를 받은 클로제의 헤딩슛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습니다.

전후반 90분 결과 1대 1의 스코어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양팀은 연장전에 돌입했습니다. 이전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뛴 아르헨티나가 다소 불리하다고 생각했지만 연장 전후반 30분 동안 추가 득점이 없이 결국 무승부로 끝나게 되었고, 승부차기로 4강 진출팀을 가려야 했습니다.

이날 승부차기에서는 이미 독일의 우세가 예상되었습니다. 독일의 골키퍼 레만은 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을 뛴 주전 골키퍼인 반면, 아르헨티나의 골키퍼 프랑코는 지역예선 18경기에서 단 한경기에만 출전한 제2의 골키퍼였습니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레만은 두 개의 선방을 보여주어 독일이 아르헨티나를 4대 2로 물리치고 4강에 진출하는 감격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아르헨티나의 골키퍼의 부상은 아르헨티나로서는 상당히 아쉬운 점으로 남을 것입니다. 특별히 부상으로 실려나간 아본단시에리는 페널티킥 수비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의 공백이 아쉬움으로 남을 것입니다. 아르헨티나는 골키퍼의 부상으로 선수 기용에 있어서 뛰어난 선수(사비올라, 메시)들을 투입하지도 못하고 4강의 문턱에서 좌절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독일로서는 한점을 먼저 실점하고도 끈질기게 동점골을 넣는 모습을 보여주는 승부근성을 보여주며 우승을 향한 한걸음을 더 내딛게 되었습니다.

역시 축구는 그날의 상황과 돌발 변수가 승리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된 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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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스페인을 이긴 것이 의외의 결과로 생각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16강전] 프랑스 vs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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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스페인을 이길 수 있을 것인가? 프랑스와 스페인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나로서는 프랑스에 대한 이미지는 '왕년의 강자'였으며, 스페인의 이미지는 그야말로 '무적함대의 부활'이었습니다. 따라서 양팀간의 경기는 스페인이 우세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 시작되기 전만해도 ‘아트사커’의 프랑스는 강력한 우승후보였습니다. 그러나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골도 넣지 못하고 16강 진출이 좌절된 이후, 세계의 축구 전문가들에 의해서 프랑스는 늙은 호랑이라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2006년 독일월드컵이 시작되기 전까지도 프랑스는 톱시드를 배정받았지만, 조별리그 통과 조차도 쉽게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조별리그가 시작되고 토고와의 마지막 경기를 남겨놓은 시점까지 조 3위를 달리면서 자존심을 구긴 프랑스는 토고를 2대 0으로 이기고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의 16강 진출에 대해서 많은 언론은 ‘썩어도 준치였다’라는 시선으로 프랑스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16강에서 상대하게 된 스페인이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화려함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초라한 프랑스의 모습 때문에, 프랑스의 승리를 장담하지 못했습니다.

언론에서 늙었다 늙었다 하니까 진짜로 지단의 플레이는 전성기가 지난 플레이로 보였고, 세대교체에 실패했다 실패했다 하니까 실제로 프랑스의 경기가 후반 중반 이후에는 체력적인 문제를 노출하며 무기력한 것 같이 보였습니다.

16강전 마지막 경기, 프랑스와 스페인의 경기는 프랑스의 역전승으로 끝났습니다. 스페인이 먼저 전반 27분경 프랑스 수비수 튀랑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었고, 키커로 나선 다비드 비야의 발을 떠난 공은 그대로 골문 안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그러나 프랑스의 반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프랑스는 전반 40분경 라베리가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전반전을 1대 1로 마무리지었습니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양팀은 득점을 올리기 위해서 일진 일퇴의 공방전을 벌였습니다. 후반전 중반을 넘어서면서 구겨진 자존심의 프랑스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승리를 향한 집념을 불사르기 시작했습니다. 후반 38분 스페인의 푸욜이 범한 반칙으로 프리킥이 주어졌습니다. 지단의 발에서 떠난 공은 비에라의 머리를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가면서 스코어를 2대 1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스페인은 동점골을 넣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시간이 부족한 탓에 서두르는 모습이 역력했고, 이것을 역습으로 이용한 프랑스는 후반 45분이 지나고 주어진 추가 시간에 지단이 세 번째 골을 넣으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프랑스가 스페인을 이긴 것이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이전이었다면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일 사람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2002년부터 조성된 종이호랑이의 이미지는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조별리그에서 프랑스가 살아남은 것도 쉽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16강전에서 스페인을 꺾은 것은 의외의 결과였다는 반응이 나오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프랑스는 16강전에서 스페인을 이김으로 다시 한번 명예회복을 위한 다음 단계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만약 8강전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친다면 프랑스에 대한 세계의 인식은 다소 수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쉬운 것은 조별리그에서 화려한 모습을 보여준 스페인이 16강에서 프랑스에게 1대 3으로 역전패를 한 것입니다. 항상 뛰어난 전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월드컵 본선에서 그다지 뛰어난 성적을 내지 못하는 스페인으로서는 큰 경기에서 유달리 약한 모습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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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화려함 보다는 승리를 선택했다...
[16강전] 브라질 vs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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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과 가나의 8강 진출을 위한 싸움은 브라질이 충분히 이길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스코어는 3대 0으로 브라질의 압승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브라질의 화려한 축구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2% 부족함을 느끼게 하는 경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브라질은 전반 시작 5분만에 카카의 패스를 받은 호나우두의 선취골로 1대 0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골은 호나우두 개인에게는 월드컵 통산 15골인 동시에 월드컵 사상 최다골로 기록되었습니다. 관중들로서는 이후 브라질이 경기를 지배하며 쉽게 승리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가나의 반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대부분 브라질을 만나면 수비에 중점을 두면서 역습을 시도하는 경기를 펼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지만, 가나는 오히려 공격에 중점을 두면서 브라질을 압박했습니다. 공격에 있어서는 오히려 브라질을 압도할 정도로 몰아붙인 가나의 공격은 인상적이었지만 마지막 마무리에서 항상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골결정력에서 문제를 보인 가나에 비해서 브라질은 경제적인 축구를 구사했습니다. 간간이 역습을 시도하여 가나의 수비를 괴롭히면서 가나 공격의 리듬을 끊었고, 완급을 조절하면서 경기를 운영했습니다. 줄기차게 공격을 시도하던 가나가 전반전 종료 1분을 남기고 방심한 틈을 이용하여 카푸가 가나의 배후를 침투하여 크로스를 날렸고 아드리아누가 골로 성공시키면서 전반전을 2대 0으로 마무리했습니다.

후반전에 들어서도 가나는 동점을 만들기 위해서 계속 공격에 치중하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수비에 치중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브라질이었지만 가나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는 동시에 점차 공격을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가나는 후반 35분 기안이 페널티킥을 유도하는 시뮬레이션 액션으로 경고를 받고,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2대 0의 스코어를 뒤집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가는 후반 39분경 브라질은 또 한번 집중력을 발휘하여 제 호베르투가 가나의 오프사이드 함정을 무력화시키면서 세 번째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가나로서는 경기 내내 공격적인 모습으로 브라질을 압박했지만, 전반 5분과 전반 종료 5분, 그리고 경기 종료 5분을 남겨놓고 집중력을 발휘한 브라질에게 3대 0이라는 스코어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브라질로서는 보기드물게 가나의 공격에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고 가나의 수비의 공백을 허물어버리면서 세골을 성공시키며 8강 진출에 성공하였습니다.

이 경기가 끝난 뒤에 브라질의 감독 파헤이라는 “왜 브라질은 항상 화려한 축구를 선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역사는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인 팀이 아니라 우승을 차지한 팀만을 기억한다”라고 말하면서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는 의미의 말을 던졌습니다.

파헤이라 감독은 지난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브라질 국민들에게 가장 수비적인 전술을 구사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던 사람이었습니다. 화려한 공격력을 앞세웠던 2002년 한일월드컵과 비록 전승을 기록하며 8강에 올랐지만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보여준 브라질의 모습은 분명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것을 놓고 보면 감독의 성향에 따라서 팀이 어떠한 축구를 구사하는 지를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승리하는 팀으로 변신을 시도한 브라질의 축구에 대해서 전세계 축구팬들의 시각은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전세계 축구팬들 중에서는 이번 월드컵을 기다리면서 화려한 브라질만의 축구를 4년만에 볼 수 있다는 즐거운 기대를 한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물론 브라질 국민들이 우승에 대한 간절한 마음도 무시할 바는 아니지만, 우승을 떠나 진정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영원한 강자로 남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수비적인 전술로 우승을 노리는 파헤이라 감독의 선택이 과연 옳았는가는 한번 생각해 보아야할 점으로 남습니다.

여하튼 브라질은 가나를 꺾고 8강에 올랐습니다. 물론 브라질의 전력을 막강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가나를 압도하지는 않았지만 실력으로 가나보다는 한 수 위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그러나 가나의 공격적인 축구를 지켜본 사람들은 아직은 미성숙하지만 다음번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가나가 한층 성숙한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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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통해서 대리만족을 느끼다...
탈락한 억울함을 보상받기 위해서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나를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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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을 통해서 인연을 맺게 된 경우를 우리는 가끔 보게 됩니다. 그 인연은 대부분 안좋은 감정으로 시작됩니다. 골을 넣어 이겨야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때론 반칙도 있고 서로 불필요한 충돌이 감정의 골을 깊게 하면서 인연을 악연으로 만들어 갑니다. 축구를 통해서 민족적인 감정을 표출하기도 하고 새로운 감정이 생기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지역예선에서 탈락하거나 본선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팀들은 자신들의 억울함(?)을 보상받을 길을 나름대로 모색하기도 합니다. 자신들을 탈락시킨 팀을 꺾어줄 정의의 사도(?)가 나타나기를 갈망하면서 나머지 경기에 관심을 가지기도 합니다.

한국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스위스에게 패하며 16강 진출이 좌절되었습니다. 이 경기 하나로 인하여 스위스에 대한 국민적인 감정이 일순간 나빠지기도 했습니다. FIFA 홈페이지가 한국에서의 접속을 차단할 정도로 네티즌의 게릴라 활동이 왕성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억울하고 원통하다고 해도 재경기는 없기 때문에 한국의 축구팬들은 우리를 탈락시킨 스위스가 잘되는 꼴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16강전 ‘스위스와 우크라이나’의 경기는 관심의 대상으로 급부상하였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우크라이나가 어떤 팀인지 잘 모르지만 어쨌든 스위스를 격파해주기를 바랬습니다.

물론 이것이 온 국민의 한결같은 바램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를 꺾은 스위스가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만약 스위스가 심판의 공정한 판정 속에서 우리를 이겼다면 오히려 스위스가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심판 때문에 우리의 많은 사람들이 스위스가 아닌 다른 팀을 응원하게 된 것 같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얼떨결에 스위스와 16강에서 맞붙은 바람에 한국 사람들의 응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승부차기로 승리한 우크라이나에게는 대진표 상으로 8강전에서 이탈리아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탈리아는 히딩크 감독의 호주를 종료직전 페널티킥으로 이긴 팀이었습니다.

히딩크 감독에 대한 남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는 한국 사람의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호주를 응원했기 때문에 이탈리아가 석연찮은 판정으로 호주를 꺾고 8강에 오른 것이 또 마음에 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탈리아와 우크라이나의 8강전을 관전하면서 한국의 축구팬들 중 대다수는 이탈리아보다는 우크라이나를 응원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다가 당사자인 호주 역시 이탈리아보다는 우크라이나를 응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다크호스라는 평가는 받고 있지만 워낙 상대가 전통의 강호 이탈리아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경기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약한 팀이 강한 팀을 이기는 것을 흥미롭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의 많은 축구팬들은 이탈리아보다는 우크라이나의 선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팀을 응원할 예정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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