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개소문이 ‘조기종영’되었다고?
시청률은 저조했지만 새로운 역사해석을 시도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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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몽’에게서 시작된 고구려 역사 열풍은 뒤이어 SBS의 ‘연개소문’과 KBS의 ‘대조영’이 물려받았다. 물론 이들은 주몽과는 다른 출발점을 가지고 있다. 주몽이 현대적 감각을 최대한 가미한 퓨전적인 성격이 강하다면, 나머지 두 드라마는 정통사극을 표방하고 출발하였다.

 

주몽이 고구려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드라마였다면 ‘연개소문’과 ‘대조영’은 고구려 역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드라마였다. 시청자들은 웅대한 고구려의 역사의 마지막을 연개소문과 대조영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대조영과 연개소문이 약간의 시간 차이를 두고 있었지만 두 방송사는 나름대로 시청률을 의식하고 있었고, 시청자들 역시 비슷한 시기를 다룬 두 시대극을 비교하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런데 오히려 두 드라마의 맞대결은 시청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었다기보다는 어느 한쪽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말았다. 대하 역사 드라마는 꾸준히 시청하면서 몰입해야 비로소 그 참 맛을 발견할 수 있는데, 두 드라마를 동시에 본다는 것은 드라마의 맥을 끊어버리는 행동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점차 두 드라마 중에서 선호하는 하나의 드라마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초반에 대규모 전투신을 선보이며 가능성을 보이면서 출발한 연개소문은 후발주자인 대조영에게 어느 순간 밀리기 시작했다. 시청률 경쟁에서 어느 순간부터 대조영이 연개소문을 앞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연개소문이 약속된 100회를 채우고 종영을 했지만, 대조영에게 밀리고 끝났다는 인상을 쉽게 지울 수 없게 되었다. 마지막회 시청률이 16.3%였고, 이날 대조영은 32.5%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사극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유동근과 서인석을 투입한 연개소문이 최수종과 이덕화를 투입한 대조영에게 밀렸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연개소문이 종영된 이후 대조영은 독주체제를 굳혔다. 양강 체제에서 독주 체제로 돌입하면서 연개소문이 약속된 100회를 채우고 종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때문에 조기종영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시청률에 입각하여 드라마를 평가한다면 분명히 연개소문은 대조영에게 패하고 조용히 물러난 것으로 보이겠지만, 보다 폭넓은 관점에서 평가한다면 연개소문은 연개소문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비록 비슷한 시간대인 대조영에게 밀리는 인상을 주기는 했지만 연개소문은 우리나라 사극에 있어서 정통적인 시각을 거부하고 새로운 자주적인 시각을 도입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연개소문은 자주적인 역사해석을 시도한 신채호의 주장을 담고 있는 것이 나에게는 독특함으로 다가왔다. 신채호가 언급한 ‘갓쉰동전’에 대한 이야기를 소재로 연개소문의 젊은 시절을 그린 것은 어찌보면 정통적인 역사관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에게는 파격적이고 왜곡된 역사로 보일 수 있었다.

 

연개소문은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역사 인물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며 새로운 해석을 제공한 것이다. 자신의 주인인 왕을 죽이면서까지 권력을 차지한 모반의 캐릭터에서 광활한 중원의 대제국에 맞서 싸우고 고구려의 기상을 드높이 세운 영웅이었다는 사실을 발굴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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