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야기 30] 치열한 지역예선, 제6회 스웨덴 월드컵
[제6회 월드컵] 지역예선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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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변으로 본선 진출이 좌절된 나라들


제6회 스웨덴 월드컵의 지역예선은 치열했다. 그 중에는 충분히 본선에 오를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었지만 좌절한 국가들이 많았다. 그들 중에 월드컵을 2번이나 거머쥐었던 이탈리아와 우루과이의 지역예선 탈락은 더 이상 축구에는 절대강자가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다섯 번의 월드컵 중에 이탈리아와 우루과이가 두 번씩 우승컵을 차지하였고, 서독이 한번 우승컵을 차지하였다. 서독은 전 대회 우승국 자격으로 본선에 무혈 입성했고, 이탈리아와 우루과이는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지역예선을 치러야 했다.

이탈리아와 우루과이는 무난히 본선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나란히 사이좋게 지역예선에서 탈락하는 이변을 낳았다.

이탈리아는 북아일랜드, 포르투갈과 한조가 되었는데 홈경기에서는 두 번 다 이겼지만, 어웨이 경기에서 두 번 다 패하면서 북아일랜드에게 본선 진출을 허용하고 말았다. 특히 북아일랜드와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는 비기기만 해도 본선에 오를 수 있었던 경기였는데, 1-2로 패하며 탈락하고 말았다.

우루과이는 파라과이, 콜롬비아와 한조를 이루었는데, 약체로 꼽히던 콜롬비아와 비기는 바람에 파라과이가 1위를 차지하며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콜롬비아는 1무 3패로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월드컵 2회 우승국인 우루과이를 잡으면서 파라과이의 진출을 도왔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네 경기에서 4골밖에 얻지 못한 우루과이의 공격력이 문제였다.

# 뛰는 자 위의 나는 자

헝가리는 불가리아, 노르웨이와 한조가 되었다. 4년 전까지만 해도 헝가리의 상대가 되지 않았던 불가리아와 노르웨이는 헝가리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선전했다. 헝가리로서는 전설적인 푸스카스와 콕시스의 공백으로 더 이상 무적의 팀이 아니었다. 비록 무적은 아니지만 여전히 헝가리는 강했다. 헝가리는 1954년 맴버(Jozsef Bozsik, Nandor Hidegkuti, Laszlo Budai, Gyula Grosics) 이외에 Lajos Tichy라는 젊은 피를 수혈하여 3승 1패의 성적으로 불가리아(2승 2패)와 노르웨이(1승 3패)를 따돌리고 본선에 합류하였다.

1958년 제6회 스웨덴 월드컵 본선 진출국

1958년 월드컵에는 개최국 스웨덴과 전 대회 챔피언 서독이 자동 진출하였고, 지역예선을 거쳐 14개 팀이 합류했다. 이들은 4개의 조로 나뉘어 각 조의 상위 2팀이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하게 된다.

1조 : 서독, 북아일랜드, 체코슬로바키아, 아르헨티나
2조 : 프랑스, 유고슬라비아, 파라과이, 스코틀랜드
3조 : 스웨덴, 웨일즈, 헝가리, 멕시코
4조 : 브라질, 소련, 잉글랜드, 오스트리아
1930년대 이탈리아와 대등한 실력을 보이며 세계 최강의 실력을 자랑하던 오스트리아는 그 힘이 많이 소진되었지만, 네덜란드를 따돌리고 3승 1무의 성적을 거두며 화려한 부활을 꿈꿨다. 네덜란드는 1950년과 1954년 대회에 불참했기 때문에 월드컵에 대한 감각을 찾지 못하고 2승 1무 1패로 좌절해야 했다.

1956년 올림픽 챔피언 소련이 1958년 스웨덴 월드컵 본선에 오르기 위해서는 험난한 과정을 겪어야 했다. 소련을 마지막까지 괴롭힌 상대는 동유럽의 폴란드였다. 소련은 폴란드와 플레이오프까지 치르는 시련을 겪었지만 최고의 골키퍼 야신이 골문을 지키며 2-0으로 승리하여 월드컵에 처음 출전하는 감격을 누렸다.

남미에서는 브라질과 파라과이, 그리고 아르헨티나가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브라질은 쉬운 상대인 페루와 경기를 치렀는데 의외로 고전하며 1승 1무, 2득점 1실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들에 비해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는 나란히 3승 1패의 성적으로 본선에서의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한편 북중미의 멕시코는 미국과 캐나다를 제압하며 최종 라운드에 올랐고, 코스타리카를 1승 1무로 제압하며 본선 진출권을 획득하였다.

# 나는 자 아래의 뛰는 자

뛰는 자 위에 나는 자가 있다는 옛말처럼 충분히 본선에 오를 수 있는 실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더 강한 상대를 만나서 본선 진출을 이루지 못한 나라들도 있었다.

아일랜드는 4년 전 스위스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프랑스의 벽을 넘지 못하고 본선 진출에 실패했는데, 4년 후 스웨덴 월드컵 지역예선에서는 잉글랜드의 벽을 넘지 못하고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벨기에는 4경기에서 16득점을 하는 놀라운 득점력을 선보이며 선전했지만 더 강한 상대인 프랑스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때 프랑스는 4경기에서 19득점을 하며 지역예선에 참가한 다른 모든 나라들보다 뛰어난 공격력을 선보였다.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프랑스의 탁월한 스트라이커로 본선에서 13골을 넣는 쥬스 폰테인(Just Fontaine)은 지역예선에서는 후보 선수에 불과했다.

그 밖에 루마니아는 유고슬라비아의 벽을 넘지 못했고, 포르투갈은 이탈리아를 잡으며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적으로 북아일랜드의 진출을 도와주는 역할에 멈추고 말았다. 스페인은 스위스와 비기는 바람에 스코틀랜드에게 본선 진출을 허용하고 말았다.

남미의 볼리비아는 지금까지도 도깨비팀으로 불리고 있다. 그들은 홈에서는 무적에 가까운 성적을 올리고 있다. 고산지대인 그들의 홈에서 상대편은 제기량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지역예선에서도 볼리비아는 홈에서 아르헨티나와 칠레를 이겼지만 어웨이에서 두 번 다 패하는 바람에 2위에 머물고 말았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그들의 최종 승자인 이스라엘이 유럽의 웨일즈와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혹독한 과정을 거치며 탈락하여, 단 한 개의 본선 티켓을 유럽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 꼴찌들의 합창

화려한 성적으로 본선에 진출하는 팀이 있는 가 하면 아쉽게 탈락하는 팀이 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동네북이 되어 다른 팀의 승수 챙기기 위한 스파링 파트너로 전락하는 팀이 있다.

초창기 축구 역사에서 영국과 대등한 실력을 선보였던 1조의 덴마크는 지역예선에서 잉글랜드와 북아일랜드에게 두 번씩 패하며 동네북 신세로 전락하였다. 2조의 아이슬란드 역시 4패로 벨기에와 프랑스의 제물이 되었다. 3조의 노르웨이는 비록 최하위는 기록했지만 헝가리를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4조의 동독은 체코와 웨일즈에 이어 1승 3패를 기록하여 최하위를 기록하며 서독의 성공에 비해 비교되었다. 5조의 룩셈부르크는 4패(3득점, 19실점)로 자타가 공인하는 유럽의 최약체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6조의 핀란드 역시 전패의 대열에 동참하며 약체임을 증명했다. 7조의 그리스는 강호 유고슬라비아와 한차례 비기며 선전했지만 내리 3패를 기록하며 높은 세계의 벽을 실감해야 했다. 8조의 포르투갈은 이탈리아를 이기며 다른 꼴찌들과는 차원이 다름을 증명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9조의 스위스는 스페인과 비기면서 스코틀랜드의 1위를 도왔다.

남미 지역예선에서는 1조의 페루가 브라질과 접전을 벌이며 선전했다. 2조의 칠레는 볼리비아와 조 2위를 놓고 자존심 대결을 펼쳤으나 볼리비아가 홈에서 아르헨티나를 꺾는 바람에 3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3조의 콜롬비아는 예상대로 조 3위를 기록하며 탈락했지만 물귀신처럼 우루과이의 발목을 잡으며 파라과이의 진출을 도왔다.

북중미의 미국은 멕시코와 캐나다를 상대로 4패를 기록하며 스포츠 선진국이지만 축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한편 과테말라는 3패를 기록하며 꼴찌의 대열에 동참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경기 전에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여 특별히 꼴찌를 정할 수도 없었는데, 그들의 최종 승자가 유럽의 웨일즈에게 패하며 그들 전체가 꼴찌임을 간접적으로 증명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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