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박람회엘 갔다. <세계 종교 박람회>.
무슨 산업 박람회가 아니라 종교 박람회였는데, 그런데도 경쟁은 못지 않게 치열했고 선전 소리도 못지 않게 높았다.

<유대관>에서 우리가 얻어들은 것인즉, 하느님은 동정심이 지극하시며 유대인이 하느님의 선민이라는 것이었다. 유대인! 어느 민족도 유대인만큼 선택된 민족은 없다나.

<이슬람관>에서 우리가 알게 된 것인즉, 하느님은 대자대비하시며 마호멧이 하느님의 유일한 예언자이시라는 것이었다. 예언자! 하느님의 유일하신 예언자님의 말씀을 귀담아듣는 거기서 구원이 온다나.

<크리스찬관>에서 우리가 발견한 것인즉, 하느님은 사랑이시며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는 것이었다. 교회! 교회에 들어오라, 아니면 영원한 저주를 무릅쓰라나.

나오는 길에 나는 친구에게 물었다 :

"자넨 하느님을 어떻게 생각하나?"

친구의 대답 :

"편벽하고 광신적이고 잔인하구먼."

집으로 오는 길에 나는 하느님께 여쭈었다 :

"주여, 어떻게 이런 일을 참고 계십니까? 기나긴 세월을 두고 사람들이 주의 이름을 더렵혀 왔음을 모르십니까?"

하느님이 말씀하셨다 :

"내가 그 박람회를 주최한 건 아니다. 나로선 창피해서 구경도 못 가겠는걸."

==>> 앤소니 드 멜로 [종교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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