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50] 우루과이, “아! 옛날이여!”
[1970년 월드컵] 우루과이 수비에 비해 빈약한 공격력으로 4위에 머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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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 챔피언에서 평범한 팀으로 전락한 우루과이
월드컵 초대 챔피언이었던 우루과이는 제2회와 제3회 대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자국에서 열린 제1회 대회에 유럽의 국가들이 보인 무성의에 대한 불만의 표시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우루과이의 실력이 예전같지 않기 때문에 패하는 것이 두려워서 그런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열린 제4회 브라질 월드컵(1950년)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우루과이는 제1회 대회 당시처럼 최강의 팀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같은 대륙의 브라질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뛰어나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었다. 그러나 우루과이는 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것은 월드컵의 이변 중의 하나로 기록되었다. 그만큼 우루과이의 우승 가능성은 브라질에 비해서 낮았었다는 이야기다.
우루과이는 1954년 제5회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하며 정상은 아니지만 건재함을 과시했다. 1958년 제6회 대회에 지역예선에서 파라과이에게 패하며 본선진출에 실패한 우루과이는 1962년 제7회 대회에서 볼리비아를 꺾고 본선에 올랐지만 본선 조별리그에서 동구권의 소련과 유고슬라비아에게 패하며 결승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하였다. 1966년 제8회 대회에서 지역예선에서 무패의 성적으로 본선 올라 조별리그를 통과하여 결승토너먼트에 진출했지만 당시 준우승팀인 서독에게 0-4로 패하며 탈락한 바 있었다.
# 우루과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라!
많은 축구팬들은 우루과이가 비록 월드컵에서 두 번 우승했지만 예전의 명성을 거의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다. 설상가상으로 우루과이의 열악한 경제요건은 자국의 우수한 선수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국내 리그에 불황을 가져온 우루과이는 서서히 남미축구의 맹주 자리에서 이탈하고 있었다.
비록 300만명 정도의 인구를 가진 남미의 자그마한 나라였지만, 우루과이의 축구는 남미축구를 대표하는 나라였다. 1950년 이후 월드컵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지만 1950년대 이후 8번 개최된 코파아메리카에서 3번 우승할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었다. 1970년 월드컵이 열리기 전 1967년 코파아메리카에서 우승을 차지한 현 남미 챔피언이었다.
1970년 제9회 대회에서 본선에 진출한 모든 팀들은 각자 필승의 각오를 가지고 있었다. 그 중에 우루과이는 그동안의 부진을 털어버리고 20년만의 우승을 노리고 있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 있지만 우루과이는 1930년 우승 이후 20년만인 1950년에 우승을 차지했고, 또 다시 20년이 흐른 1970년 멕시코 월드컵을 맞이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예감이 좋았다.
우루과이는 지역예선에서 무실점을 기록하며 본선 티켓을 확보했고, 디팬딩 챔피언 잉글랜드, 서독, 브라질과 함께 우승후보에 거론되며 세 번째 우승을 노리고 있었다.
# 간신히 탈락을 모면한 조별리그
우루과이는 본선 조별리그에서 이탈리아, 스웨덴, 이스라엘과 2조에 배정되었다. 6월 2일 본선 조별리그 첫경기에서 우루과이는 처음 출전한 이스라엘을 2-0으로 가볍게 이기며 기분좋은 출발을 했다.
우루과이의 두 번째 상대인 이탈리아는 첫 경기에서 스웨덴을 1-0으로 이긴 팀으로 수비가 강한 팀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이탈리아의 수비와 마찬가지로 우루과이 역시 수비하면 남에게 뒤지지 않는 팀이었다. 양 팀의 방패는 상대편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양 팀의 수비가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은 반대로 양 팀의 공격이 형편없는 모습을 보였다는 표현으로 바꿀 수 있었다. 결국 양 팀은 0-0으로 비기며 1승 1무를 기록하였다.
우루과이의 마지막 상대는 북유럽의 스웨덴이었다. 스웨덴은 이탈리아에게 0-1로 패하고, 이스라엘에게 0-0으로 비기면서 탈락 위기에 몰려 있었다. 그러나 스웨덴은 우루과이를 2점차 이상으로 이기면 결승 토너먼트 진출도 가능한 상황이었기에 마지막 우루과이와의 경기에 최선을 다했다.
우루과이는 최소한 두 점차 이상으로만 패하지 않는다면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이러한 유리한 상황은 오히려 우루과이 선수들의 플레이에 안좋은 영향을 끼쳤다. 우루과이는 그들이 바라던대로 두 점차 이상으로는 패하지 않았다. 스웨덴이 후반에 한골을 넣으며 1-0으로 이겼지만 골득실에서 밀리며 우루과이가 이탈리아(1승 2무)에 이어 조 2위를 차지하고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하게 되었다.
우루과이가 속한 2조의 네 팀(이탈리아, 우루과이, 스웨덴, 이스라엘)이 합작한 골은 여섯골에 불과했다. 다른 조가 15골 이상의 화려한 축구를 선보인 반면 우루과이가 속한 조는 수비를 중심으로 하는 경기를 보여주었다. (조 1위를 차지한 이탈리아는 세 경기에서 한 골만 넣었다)
# 결승 토너먼트, 공격력의 빈곤
우루과이의 빈약한 득점력은 결승 토너먼트에서도 계속 문제점으로 남았다. 준준결승에서 우루과이는 1조의 1위 팀 소련과 상대했다. 소련은 조별리그에서 2승 1무(득점 6, 실점 1)를 기록하며 준결승에 오른 팀이었는데, 6월 14일에 벌어진 준준결승에서는 우루과이의 철통같은 수비를 뚫지 못하고 고전했다.
우루과이 역시 소련의 수비를 좀처럼 뚫지 못하였는데, 우루과이로서는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부상을 당하고 계속 벤치를 지키는 페드로 로차의 공백이 아쉬웠다. 비록 공격은 약하지만 수비가 뛰어난 우루과이는 소련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내었고 연장전에서 에스파라고가 천금같은 결승골을 넣으며 소련을 1-0으로 물리치고 준결승에 진출에 성공하였다.
네 경기에서 3골만 넣으며 4강 진출에 성공한 우루과이의 준결승 상대는 말이 필요없는 강력한 우승후보 브라질이었다. 브라질은 조별리그를 3승으로 가뿐히 통과하였고, 준준결승에서 남미의 복병 페루에게 4-2로 승리를 거두며 준결승에 진출한 팀이었다. 브라질이 네 경기에서 넣은 골은 무려 12골이었다.
막강 공격력을 자랑하는 브라질과 상대적으로 수비가 강한 우루과이의 대결은 브라질의 우세가 예상되었다. 그러나 20년 전, 절대적인 열세를 극복하며 우승을 차지한 우루과이는 ‘축구는 상대적이다’, ‘남미 축구의 브라질을 이길 팀은 우리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브라질 역시 우루과이에게 패했던 안좋은 기억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우루과이를 얕잡아볼 수 없었다.
6월 17일 브라질과 우루과이의 준결승에서는 우루과이가 먼저 골을 성공시켰다. 전반 내내 브라질의 막강한 공격을 효과적으로 봉쇄한 우루과이는 20년 전의 승리를 떠올렸고, 브라질 역시 20년 전의 패배를 떠올렸다. 그러나 한 골을 빼앗기면 두 골을 넣는 브라질은 전반 종료 직전에 동점골을 뽑아내었고, 후반에 두 골을 추가로 넣으며 3-1로 우루과이를 제압하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것은 우루과이의 수비가 형편없었던 것이 아니라 브라질의 공격이 뛰어났기에 나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 우루과이, “아, 옛날이여!”
우승의 희망을 날려버린 우루과이는 3-4위전에서 4년 전에 자신들에게 패배를 안겨주었던 서독과 만났다. 서독은 준결승에서 리베로 베켄바우어가 부상을 당했기 때문에 3-4위전에는 베켄바우어를 출전시킬 수 없었다. 우루과이는 비록 우승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4년전의 패배를 설욕하며 3위를 달성하려고 했다. 그러나 우루과이는 서독에게 0-1로 패하며 4위에 머물고 말았다.
우루과이는 1970년 월드컵을 마치며 과거의 명성에만 집착하지 말고 자국의 리그를 활성화하면서 공격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 세계적인 대회로 완전히 자리잡은 월드컵에서 우루과이의 비중은 점차 그 무게를 상실하고 있었으며, 세계의 축구팬들의 기억 속에 우루과이는 ‘과거의 강팀’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1970년 월드컵 이후, 우루과이는 이후의 대회에서 그저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지역예선에서 탈락하기까지 했다. 우루과이로서는 그야말로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만한 축구 영웅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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