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사건은 허위 학력의 문제로 출발했지만 권력형 비리와 정부의 도덕성 문제로까지 발전했습니다. 초반에 허위 학력에 대해 열을 올리던 언론은 이제 정치권 문제로 완전히 돌아섰습니다. 초반 허위 학력의 전쟁터는 이제 브라운관을 주름잡던 연예인들에게 떠맡겨진 상황입니다. 순차적으로 공개되는 연예인들의 허위 학력 문제는 언론이 이미 리스트를 가지고 있으면서 차례로 (자신들의 시나리오에 따라) 공개되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신정아 사건이 권력형 비리와 정부의 도덕성 문제로 발전하면서 급기야는 사생활침해 논란까지 진행되었습니다. 문화일보가 신정아 누드를 공개하면서 그야말로 언론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에 대해 사뭇 궁금합니다. 이 시점에서 신정아 누드가 공개될 이유가 무엇일까요? 문화일보가 시초가 되었지만 이후 모든 언론사가 신정아 누드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섹스 스캔들’의 가능성은 이제 그럴듯한 상황으로 인지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문화일보는 신정아 누드 공개 이후에 국민들에게 집중 포화를 맡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러한 행위에 대해서 비판은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공개된 신정아 누드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인터넷을 뒤지는 것이 국민들입니다. 예전에 오현경 비디오, 백지영 비디오 사건 때도 사람들은 남의 사생활을 들추는 것이 나쁜 일인 줄은 알고 있지만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하기도 했습니다.

 

학력 위조, 권력형 비리, 정부의 도덕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나타난 누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그것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아니 그러한 현상에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우리의 사회는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본능적으로 움직이면서 그것을 나름대로의 도덕성과 윤리성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성매매, 성추행에 대한 가십거리가 단연 사회의 이슈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성적으로 그것이 올바르지 않기 때문에 바로 잡으려는 사회의 이성적인 노력도 있겠지만, 실제 어떠한 일이 진행되었고 그 사건의 전말이 무엇인가에 대한 사회의 본능적인 궁금증도 한몫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신정아 사건, 허위 학력에 대한 진실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권력형 비리가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정부의 도덕성이 문제가 된다면 공개하여 바로 잡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누드 사진까지 공개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성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것은 아니다’라고 마음속의 양심은 외치고 있지만, 본능적으로 신정아 누드를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창에 ‘신정아 누드’를 쳤던 한 사람으로서 문화일보가 잘못을 했지만 우리 모두 그 잘못에 암묵적으로 동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문화일보의 생각없는 행동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지나쳤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마음 속에서 문화일보보다 더한 야만성이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사회의 도덕적 양심을 자극시켜야 합니다.

 

어제 신정아 사건에 대해서 아내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습니다. "만약 당신이 변양균 실장의 입장이었다면 안그랬을 자신있어?" 당장은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양심은 나에게 자신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다시 아내가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이제는 안그럴 자신있다."

 

우리는 사회적인 사건과 이슈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학습의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회의 사건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에게 그러한 상황이 미리 닥쳐오지 않았기 때문에 가할 수 있는 비판일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비판은 안그럴 자신이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앞으로 (만약 나에게 그러한 상황이 닥쳐오더라도) 안그러겠다는 각오을 갖고 비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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