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양이 에이즈에 걸렸다구?"

연예인에 대한 루머, 우리는 항상 궁금하고 재미있어 합니다.

 

한때 '연예인 X-파일'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범죄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하면서도, 호기심 때문에 '연예인 X-파일'을 찾으려고 인터넷을 뒤지기도 했습니다. 필자도 그러한 사람들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루머로 떠도는 이야기는 왜 그리도 그럴듯하게 꾸며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루머를 듣고 있으면 마치 사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느낍니다. 항상 술자리에 가면 정치인 헐뜯는 이야기, 연예계 뒷이야기가 빠지는 적이 없습니다.

처갓집에 들를 때마다 마땅히 할 일이 없는 저는, TV를 보면서 처제들과 화면에 등장하는 연예인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어떤 연예인은 쌍꺼풀 수술이 잘못되었다', '누구랑 누구랑 사귄다', '누구는 버르장머리가 없다' 등 '연예인 X-파일'에 나오는 이야기는 왜 그리도 기억에 오래 남는지….(영어 단어는 그렇게 외워지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그런 루머는 한번 듣고도 이렇게 오래 남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연예인이 도마 위에 오르면 쉴 새 없이 그 연예인에 대한 정보(루머)가 쏟아지고, 또 다른 연예인이 화면에 등장하면 화제는 다시 그 연예인에게 집중됩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가 갑자기 처제가 연예인인 K양에 대해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했습니다.

"형부, 알아요? 연예인 K양이 지금 에이즈 걸렸데요"
"뭐? 진짜?"
"그래서 지금 방송출연이 뜸한 거래요."

그 이야기를 듣고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최근에 K양이 방송에 출연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CF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신선하고 따끈따끈한 소식이 지금까지 나에게 알려지지 않았을까? 고민할 새도 없이 나의 머리 속엔 이미 '연예인 K양, 에이즈로 방송 중단!'이라는 특종이 자리를 잡아버렸습니다.

이런 특종 중의 특종을 알게 된 순간부터 입이 근질근질 거려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서 이 사실을 말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잘못해서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쇠고랑을 찰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면에 처할 때마다 기가 막히게 돌아가는 나의 잔머리는 어떻게 하면 완전범죄의 요건을 갖출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결론은 타이밍만 잘 맞추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연예인 루머에 대한 대화에 끼어들어서 슬쩍 내 머릿속 특종을 꺼내놓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회사에 출근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습니다. 이윽고 여직원 중 하나가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누구랑 누구랑 사귄다고 하더니 진짜인가 봐, 인터넷에 떴네"라고 말했습니다. 이윽고 여직원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루머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슬쩍 그 대화에 끼어들어서 내 머릿속 특종을 꺼내놓았습니다.

"그거 알아요? K양이 지금 에이즈에 걸렸다는 소문."

지금 해당 연예인은 왕성한 연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날 이후, 하마터면 '왕따'가 될 뻔했습니다. 루머를 루머로 받아들이지 않고 사실로 받아들인 결과, 괜히 연예인 K양에 대한 이상한 소문의 진원지로 사람들의 질타를 받을까봐 당분간 조심하면서 지냈습니다. 다행히도 인터넷에는 'K양이 에이즈'라는 루머가 돌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으로 떠도는 루머는 전혀 근거가 없는 허황된 소식인 경우도 있고, 뭔가 사실일지도 모르는 근거를 바탕으로 생성된 소식일 수도 있습니다. 루머에 대해서 네티즌들이 전적으로 잘못했다는 견해도 있고,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해당 연예인들이 몸가짐을 신경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루머의 근원지가 네티즌이라기보다는 연예계의 뒷골목이 아닐까 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모여서 TV를 볼 때마다 새로운 루머나 소식들을 서로 교환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대중 앞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에 대한 루머는 언제나 흥밋거리입니다. 이상하게도 이러한 루머들 중에서는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루머보다는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루머가 많습니다.

여러분은 근거 없는 소문(루머)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