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경선을 바라보며...
경선 이후, 한나라당이 하나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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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온 국민이 가슴졸이며 지켜보던 국민경선을 우리는 기억한다. 당시에 한나라당도 비슷한 경선을 치렀지만 처음부터 이회창 후보의 독주가 예상되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2007년 한나라당의 경선은 시작부터 뜨거운 열기가 국민들에게까지 전달되었다. 그런데 너무 과열된 경선 분위기는 이제 의혹제기의 수준을 넘어서 까발리기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경선을 지켜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과연 경선의 결과가 어떨까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경선 이후의 상황도 상당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시작은 모든 후보자들이 경선 결과에 승복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들었다. 그러나 모든 후보자들이 이러한 입장을 대통령 선거전까지 고수할 수 있을까?
경선불복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과거 1997년 신한국당 경선에 불복하고 독자적으로 출마했던 이인제 의원이다. 그는 2002년 민주당 경선에서도 불만을 품고 탈당하여 독자적으로 이회창을 도우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스스로 깎아먹었다.
지금의 상황은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지금은 정당의 경선에 참가했던 사람은 패하더라도 원칙적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법이 개정되었다. 경선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승복해야 한다.
현재 한나라당에서 대통령 후보자가 되기 위해 진흙탕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는 이유는 바로 후보자들이 배수의 진을 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배수의 진을 치고 경선에 뛰어든 사람이면 반드시 승리를 바랄 것이고 바라던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무엇보다 실망감이 클 것이다.
후보자들의 나이를 놓고 본다면 이명박 후보가 가장 절실한 상황일 것이다. 1941년생으로 가장 나이가 많은 이명박 후보는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다음번 기회는 70세를 훌쩍 넘어버린 상황에서 경쟁력이 상당히 떨어질 수 있다. 공직자의 은퇴 연령이 점차로 낮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젊은 대통령을 원하는 국민들이 점차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이명박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50대 중반인 박근혜와 홍준표 후보는 어쩌면 이번 기회에 선택되지 않더라도 이미지 관리만 잘하면 다음번 기회에서 좋은 점수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이번 기회가 아니라 다음번 기회로 넘어간다면 60대로 접어들기 때문에 경쟁력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도 있다. 그리고 다음번 기회까지 정치권에서 이미지를 지속해서 가져간다는 것은 상당히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다.
한편, 40대 중반인 고진화와 원희룡은 그야말로 이번 기회가 아니라 차기 혹은 차차기를 노리고 경선에 참가한 듯하다. 그러나 이들이 향후 한나라당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에게 ‘고진화’와 ‘원희룡’이라는 이름 석자를 알리는 데는 성공했다.
최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을 지내면서 청계천 복원이라는 사업을 진행한 추진력 등으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이명박 후보자는 아마도 가장 높은 지지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자가 선택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맞는 말이지만 12월 대통령 선거가 어떤 구도로 펼쳐지는가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이명박 후보의 본선 경쟁력은 유력한 후보가 세 명 이상 등장했을 경우에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겠지만 한나라당과 반한나라당의 구도로 짜여질 경우에는 현재의 지지율이 그다지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다. 이전 대통령 선거에서 당연히 이회창 후보 대세론으로 대통령 선거를 치른 한나라당은 다크호스 정도로만 여겼던 노무현 후보에게 패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이명박 후보가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한나라당의 경선 결과에 대해서 양측이 절대적으로 승복하기로 사전에 약속을 한 바 있고, 현행 공직선거법상 경선에 참가했던 자는 결과에 불만이 있더라도 독자적으로 출마할 수 없게 되어있기 때문에 표면상으로는 경선 결과에 승복하겠지만, 이렇게까지 치고받는 난타전의 후유증은 없을까?
홍준표, 고진화, 원희룡 후보자는 경선 이후에 당내 입지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 최대한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명박과 박근혜는 현재 공방전을 놓고 본다면 경선 이후에 쉽사리 화합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이미 갈 때까지 간 상황처럼 양쪽 진영은 까발리기와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런 예상을 뒤엎고 경선 이후에 대화합을 이루고 일치단결하여 범여권 후보자와 진검승부를 치를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으로서는 자신들이 꿈꾸고 있는 정권교체를 현실로 만드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이 선택되지 않더라도 자신이 속한 정당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에 대해서 정치인들과 국민들은 촉각을 세우고 지켜보고 있다.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망한다’,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전쟁이 일어난다’ 등의 다양한 말이 정치권을 넘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정권을 잡지 못하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망할 나라라면 지금까지 유지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군부독재도 이겨낸 국민이 바로 우리들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다면 올바른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고, 나라와 민족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국민들이 올바르게 인식하고 있다면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온 국민이 잘사는 선진 한국으로 멈추지 않고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성숙한 국민들이 훌륭한 대통령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성숙한 국민들을 진정으로 아끼고 위하는 정치인은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연연하기보다는 자신이 했던 말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이다. 바로 그러한 정치인이야말로 대통령이 되지 않더라도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지도자로 역사에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해방 60년이 넘은 지금까지 우리는 불행하게도 존경받는 정치인이 많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경선을 바라보며, 한나라당에 그다지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한나라당의 치열한 경선이 더욱 치열하면 치열할 수록 범여권에 어부지리 효과를 줄 수 있기에 그들의 진흙탕 싸움을 크게 환영하고 싶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나라의 최고 통치자를 선택하는 과정이 이렇게까지 지저분하게 진행되어야 할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항상 우리편에만 훌륭한 사람이 있는 법은 아니다. 간혹가다가 '적이지만 훌륭하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경쟁자도 있는 법이다. 한나라당 경선에 참여한 경쟁자들이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사고방식에서 조금 유연한 생각을 한다면, 이렇게까지 까발리기는 되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 경선 이후, 표정 관리 차원에서 결과에 승복하고 마음에도 없는 선거 운동을 하는 모습이 아니라 진정으로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아쉬움을 접고 한나라당의 정권획득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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