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코파 아메리카 조별리그 1/3 결산
"아직 두 경기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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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코파 아메리카 대회가 6월 26일 우루과이와 페루의 경기를 시작으로 남미 대륙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12팀이 세 개의 조로 나뉘어 8팀이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방식의 이번 대회에서 각 팀은 조별리그에서 세 경기씩을 소화하게 된다. 7월 1일(한국시각) 현재 한 경기씩 소화한 각 조의 상황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전망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A 그룹] 페루, 베네주엘라, 볼리비아, 우루과이

지금까지의 기록을 놓고 본다면 우루과이는 코파 아메리카에서 가장 뛰어난 성공을 보인 팀이다. 우루과이는 코파 아메리카에서 총 14번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것은 아르헨티나와 같은 기록으로 코파 아메리카만을 놓고 본다면 7회 우승의 브라질을 압도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사이의 자그마한 나라인 우루과이는 남미 축구의 초창기를 지배한 팀이다. 물론 최근에는 그 비중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 비해서 상당히 약화되었지만, 우루과이는 14번 우승의 경험을 토대로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는 팀이다.

우루과이로서는 비교적 쉬운 조별리그를 치를 것으로 예상되었다. 페루가 두 번 우승의 경험이 있고, 볼리비아가 한 번의 우승 경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최근 세 번의 대회(1999년, 2001년, 2004년)에서 보여준 모습은 우루과이를 능가하지 못했다. 그리고 개최국 베네주엘라는 홈 그라운드라는 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남미 축구 역사에 있어서 거의 동네북의 신세를 도맡아 해온 팀이었기에, 우루과이로서는 예전같지는 못하지만 무난히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우루과이는 페루에게 0-3으로 패했고, 베네주엘라는 볼리비아와 2-2로 무승부를 이루었다. 아직 한 경기밖에 치르지 못한 상황이지만 우루과이의 패배와 베네주엘라의 선전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A조 중간 성적

페루 : 1승 (득 3, 실 0)
베네주엘라 : 1무 (득 2, 실 2)
볼리비아 : 1무 (득 2, 실 2)
우루과이 : 1패 (득 0, 실 3)


[B그룹] 멕시코, 칠레, 에콰도르, 브라질

브라질은 그야말로 말이 필요없는 영원한 우승후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정상에 가장 근접한 팀이지만 브라질은 역사적으로 남미 대륙에서는 가끔 어이없는 경기를 치를 때가 있었다. 그리고 대회 초반에는 컨디션을 찾지 못하다가 결승 토너먼트부터는 서서히 본 실력을 드러내는 팀이 바로 브라질이라고 할 수 있다.

둥가 감독이 이끄는 브라질은 간판 스타 호나우지유와 카카가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하면서 전력에 차질이 생겼다고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원한 우승후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그런 브라질이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북중미의 멕시코에게 0-2로 패하며 충격을 던져주었는데, 멕시코는 최근 북중미에서 미국에게 패하며 2위에 그친 팀으로,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베스트 멤버가 총출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욱 충격의 강도를 더해주고 있다. 이 경기에서 멕시코는 브라질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은 오초아의 선방과, 카스티요의 선제골은 세계 최강 브라질을 침몰시키기에 충분했다.

브라질은 호나우지유와 카카의 공백이 컸다는 변명을 할 수도 있지만, 브라질이 역대로 어느 한 두 사람에게만 의존하는 팀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볼 때 최강의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은 것은 사실이다.

한편 칠레는 움베르토 수아조의 종횡무진 활약에 힘입어 에콰도르에게 3-2로 역전승을 거두었고, 멕시코에 이어 골득실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B조 중간 성적

멕시코 : 1승 (득 2, 실 0)
칠레 : 1승 (득 3, 실 2)
에콰도르 1패 (득 2, 실 3)
브라질 1패 (득 0, 실 2)


[C그룹]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미국, 콜롬비아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할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인 아르헨티나는 남미 축구의 역사 속에서 초창기에는 우루과이와 남미 축구를 대표했고, 중반 이후에는 브라질과 남미 축구를 대표하고 있다.

월드컵에는 그다지 인연이 없는 아르헨티나는 코파 아메리카에서는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대회까지 코파 아메리카에서 107승을 거두며 102승의 우루과이에게 간발이 차이로 앞서고 있는데(브라질은 91승), 전력이 평범해진 우루과이에 비해서 최다 우승국의 영광을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아르헨티나는 메시, 리켈메 등의 선수들을 불러들여 최강의 멤버를 구성하여 코파 아메리카에 도전하게 되었다. 브라질이 호나우딩요, 카카를 합류시키지 못하며 최강 멤버 구성에 실패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A조와 B조에서 우루과이와 브라질이 충격의 패배를 당하며 이변의 희생양이 된 반면, 아르헨티나는 미국을 4-1로 제압하며 더 이상의 이변을 허락하지 않았다. 미국은 전반 8분에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1-0으로 앞서나갔으나, 인터밀란에서 뛰고 있는 크레스포가 동점골(10분)과 역전골(63분)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뒤집었고, 아이마르(77분), 테베스(85분)가 추가골을 넣으며 미국의 추격 의지를 잠재웠다.

미국이 최근 골드컵에서 멕시코를 제압하며 북중미의 맹주가 되었기 때문에 미국의 전력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2007년 코파 아메리카의 초반 레이스에서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팀은 아르헨티나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같은 조의 파라과이는 산타크루즈의 헤트트릭에 힘입어 콜롬비아를 5-0으로 제압하였다. 콜롬비아는 전반에 얻은 페널티킥의 기회를 파라과이의 골키퍼 비야의 선방으로 날려버린 것이 무척 아쉬운 순간으로 남았다. 1990년대 이후 남미 축구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던 콜롬비아는 2001년 우승, 2004년 4위를 기록하며 2007년 대회에 기대를 모으고 출발했지만, 첫 경기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친 것이다.

C조 중간 성적

파라과이 1승 (득 5, 실 0)
아르헨티나 1승 (득 4, 실 1)
미국 1패 (득 0, 실 5)
콜롬비아 1패 (득 1, 실 4)



아직 두 경기가 남아있다

한경기씩을 치른 2007 코파 아메리카 조별리그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브라질과 우루과이가 첫 경기에서 패했다고 하지만 12팀 중에 8팀이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대회 방식을 놓고 본다면, 브라질이나 우루과이가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할 가망성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첫 경기의 패배가 선수들에게 약이 되어 남은 두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도 있다.

대부분 우승을 노리는 팀들은 선수들의 컨디션을 준결승 이후로 맞추어 팀을 조율한다고 보았을 때, 첫 경기에서 패했다고 쉽게 우승 후보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초반에 강자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면서 2007년 코파아메리카의 조별리그는 결과를 끝까지 예측할 수 없는 혼전의 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남미 축구는 이제 어느 정도 평준화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약체로 분류되었던 베네주엘라가 하마터면 볼리비아를 이길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이제 더 이상 남미 축구에서는 절대 강자, 혹은 절대 약자는 없다는 사실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축구는 상대적인 운동경기이기 때문에 오늘 승리를 거두었다고, 내일 승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첫 경기에서 삼바축구의 브라질을 압도한 멕시코나, 전통의 강호 우루과이를 격파한 페루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남은 여정은 길고 험난하다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만심을 버리고 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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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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