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파아메리카,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결승토너먼트 8강전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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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파아메리카,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남미축구의 흐름을 판가름할 수 있는 ‘2007년 코파아메리카’ 대회가 베네주엘라에서 개최되어 남미 대륙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남미축구연맹 소속의 10개국과 북중미의 2개국(멕시코, 미국)이 초청되어 진행되는 이번 대회는 벌써 총 26경기 중의 3분의 2인 18경기를 소화하며 조별리그를 마쳤다.

절반 이상이 진행된 코파아메리카에서 멕시코가 디팬딩 챔피언 브라질을 2-0으로 격파한 것과, 페루가 우루과이를 3-0으로 제압한 것, 그리고 역대 남미 축구의 동네북 역할을 충실히 담당했던 베네주엘라가 예상을 뒤엎고 조 1위로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등 볼거리가 풍부한 조별리그가 상대적으로 세계 축구팬들에게 그다지 긴장감이나 흥미를 끌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브라질은 멕시코에게, 우루과이는 페루에게 패했지만 결과적으로 조별리그를 마친 상황을 놓고 본다면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그리고 베네주엘라의 결승토너먼트 진출은 최근 급성장한 베네주엘라 축구의 실력과 함께 개최국의 이점이 충분히 작용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총 12개 팀이 참가한 조별리그에서 결승 토너먼트 진출이 좌절된 팀은 4팀에 불과했다. 4팀씩 3개조로 나뉘어 진행된 조별리그에서 조 3위를 차지하더라도 결승 토너먼트 진출에 대한 가능성은 66%라는 사실은 대회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긴장감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고작 4팀을 탈락시키기 위해서 대회 전 경기의 3분의 2를 소화했다는 사실은 효율성 측면에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대회 방식에서 긴장감을 갖지 못한 남미 대륙 이외의 축구팬들이 코파아메리카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이유 중의 하나는 캐나다에서 열리는 'U-20 세계청소년축구대회'가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회는 비록 20세 이하의 청소년 축구대회이지만 세계적인 대회로 남미 이외의 지역은 코파아메리카보다 더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파아메리카는 남미축구의 진수를 보여주는 대회이기에 세계 축구의 관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대회이다. 그리고 조별리그가 끝난 이후 결승 토너먼트가 시작되는 시점이 진정한 코파아메리카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약간 관심을 갖고 코파아메리카를 지켜본 사람들은 지금까지의 긴장감과는 다른 상황 속에서 결승 토너먼트를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비로소 남미축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생존게임이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조별리그에서는 한 두 번의 실수도 너그럽게 용서될 수 있었지만, 결승 토너먼트는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우루과이와 베네주엘라

우루과이는 전통적으로 코파아메리카에서는 상당한 성적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에게 밀리며 2류 국가로 분류되었고, 과거의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첫 경기에서 페루에게 0-3으로 패하며 위기에 몰린 우루과이는 ‘썩어도 준치’라는 말을 생각나게 하며 조 3위로 결승 토너먼트에 턱걸이 하게 되었다.

반면, 베네주엘라는 지금까지 코파아메리카에서 1967년에 볼리비아를 3-0으로 이긴 것이 유일한 승리로, 역대 최저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보여준 베네주엘라의 모습은 그들이 더 이상 남미 축구의 동네북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다. 특별히 이번 대회에서는 개최국의 이점도 충분히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베네주엘라는 1승 2무로 조 1위를 기록했고, 우루과이는 1승 1무 1패로 조 3위를 기록하며 간신히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하였다. 우루과이와 베네주엘라는 이미 조별리그에서 한차례 격돌한 적이 있었는데(7월 3일), 당시에는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 브라질과 칠레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은 호나우딩요와 카카가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함으로 전력에 손실이 생겼지만, 브라질은 어느 한 선수에 의존하는 팀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별리그를 치르면서 조직력을 다질 것이고, 결승 토너먼트에서 집중력을 발휘한다면 충분히 우승을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브라질이 첫 경기에서 멕시코에게 일격을 당하고 체면을 구겼지만, 1차 목표인 조별리그 통과는 달성했다. 그들이 결승까지 아르헨티나와 멕시코를 만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행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미 조별리그에서 3-0으로 이겼던 칠레와 준준결승에서 상대한다는 사실도 좋은 측면으로 생각해볼 문제이다.

칠레는 조별리그에서 에콰도르에게 3-2로 역전승을 거두고 브라질에게는 0-3으로 패했지만, 멕시코와 0-0을 비기는 바람에 조 3위를 기록하고 결승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한 팀이다. 결승 토너먼트에서는 칠레보다 브라질이 오히려 부담이 클 것이기에 칠레로서는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임한다면 뜻밖의 대어를 낚을 수 있을 것이다.

브라질의 공격의 중심인 호비뉴가 팀이 얻은 4골(페널티킥 2개)을 혼자 넣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나머지 브라질의 공격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이 결승 토너먼트까지 지속된다면 상대팀은 브라질을 상대하기 한결 쉬워질 것이다.

# 아르헨티나와 페루

대회 시작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예상할 정도로 아르헨티나는 참가팀 중에 최강의 맴버를 구성하고 있었다. 아르헨티나 사령탑을 맡은 바실레 감독은 1993년 코파아메리카에서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끈 감독이다. 다른 조에서 브라질이나 우루과이가 상대팀에게 덜미를 잡히며 체면을 구긴 반면, 아르헨티나는 더 이상의 이변을 허용하지 않으며 세 번의 경기를 모두 승리하면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임을 확인시켜주었다.

3승으로 최강의 실력을 보여준 아르헨티나는 크레스포가 부상을 당하며 남은 경기에 참가할 수 없게 되어 전력에 차질이 생겼다. 물론 남은 선수들 중에 뛰어난 선수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고 하지만, 아르헨티나로서는 조별리그 3연승이 결승 토너먼트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준준결승에서 페루를 상대하게 되었는데,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준결승에 만날 멕시코와 파라과이의 승자와의 대결에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페루를 이겨야만 가능한 일이다. 페루는 조별리그에서 예상을 뒤엎고 우루과이를 3-0으로 이긴 경험이 있기 때문에,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 멕시코와 파라과이

지역적으로는 남미와 떨어져있지만 축구 스타일에서는 남미 축구와 가까운 멕시코는 최근 급성장한 미국에게 북중미 챔피언을 빼앗겼지만, 오히려 그것이 팀의 분위기를 쇄신하는 계기가 되었다. 멕시코는 조별리그에서 최강 브라질을 2-0으로 제압하며 이변을 일으켰으며 조 1위로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멕시코의 상대는 C조에서 아르헨티나에 이어 조 2위를 차지한 파라과이이다. 과거에 칠라베르트의 팀으로 알려진 파라과이는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를 하였고, 우리들에게 익숙한 산타크루즈가 공격의 중심에 서 있다. 젊은 세대로 무장한 파라과이는 경험 면에서는 부족할지 모르나 젊다는 것이 가장 강력한 무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멕시코와 파라과이의 대결은 브라질을 격파한 멕시코가 유리할 것으로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축구는 상대적인 것이기에 멕시코와 파라과이의 대결은 양 팀 모두에게 방심할 수 없는 한 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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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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