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의 도전, 그리고 한국 축구의 과제
아시안컵 축구, 동남아시아의 선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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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시안컵 축구 대회를 통해서 아시아의 축구는 중동과 동아시아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동남아시아의 국가들은 물론 개최지역이라는 유리한 입장에 있었지만 중동과 동아시아의 국가들을 상대로 한층 향상된 기량을 선보이며 더 이상 아시아의 축구가 중동과 동아시아 국가들만의 독무대는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아직은 서투른 모습이 역력하지만 하마터면 호주를 조별리그에서 탈락시킬뻔 했던 태국, 카타르와 UAE를 따돌리고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한 베트남, 우리나라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예상 외로 긴장한 상대 인도네시아 등은 세계 축구의 제3지대인 아시아에서도 3류 지역으로 취급받던 동남아시아의 축구도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특별이 이번 아시안컵은 동남아시아 4개국에서 개최되었다. 개최국인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는 개최국의 이점을 살리며 조별리그 통과를 제1차적인 목표로 삼았다. 결과적으로 베트남이 유일하게 목표를 달성하였고, 태국은 목표 직전에 좌절했으며, 인도네시아는 경기 결과로 놓고 본다면 상대팀에게 상당히 위협을 주면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아쉬운 것은 과거 동남아시아 축구를 이끌었던 말레이시아가 3패(1득점 12실점)를 기록하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 태국, 마지막 10분을 견디지 못하고 침몰하다.
A조는 이라크, 호주, 오만, 태국이 한 조를 이루었다. 이라크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보다는 약간 처지는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여전히 중동 축구를 대표하는 국가라고 할 수 있다. 호주는 새롭게 아시아연맹으로 합류한 신입생이지만, 우승을 장담할 정도로 실력은 아시아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만은 2002년 월드컵 이후 승승장구하리라던 우리나라에게 충격의 패배를 안겨준 나라로 알려져 있다. 태국은 가끔 한국 축구를 괴롭혔지만 최근에는 중동과 동아시아의 세력에 밀려서 서서히 잊혀져가는 존재가 되고 있었다.
태국이 조별리그 첫 경기인 이라크 전에서 1-1로 무승부를 이루고, 호주가 의외로 고전하면서 오만에게 간신히 1-1 무승부를 이루면서 A조는 안개국면으로 접어들었다. A조의 향방을 더욱 묘연하게 만든 것은 이라크가 호주를 3-1로 이기고, 태국이 오만을 2-0으로 이기면서 시작되었다. 1승 1무로 선두권을 형성하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이라크와 태국은 남은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 것이다. 반면 1무 1패를 기록하고 있던 호주와 오만은 마지막 경기를 이긴 후에 다른 팀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 오만전에서 두 골을 넣으며 태국의 2-0 승리의 견인차가 된 태국의 스트라이커 피팟 |
ⓒ 아시안컵 공식 홈페이지 |
태국은 호주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2점차 이상으로 패하지만 않는다면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가지고 있었다. 경기 또한 홈그라운드에서 치르기 때문에 상당히 유리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우승 후보의 하나인 호주가 조별리그에서 탈락의 수모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호주는 배수의 진을 치고 달려들었다. 태국은 전반에 한 골을 잃긴 했지만 더 이상의 실점을 하지만 않으면 호주를 따돌리고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호주가 경기 종료 10분을 남겨놓고 연거푸 3골을 몰아넣으면서 4-0으로 승리를 거두고 조 2위를 확보하며 천신만고 끝에 결승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하였고, 태국으로서는 아쉽게 탈락하고 말았다.
# 또 하나의 개최국, 베트남
이번 아시안컵이 동남아시아의 4개국에서 동시에 개최되었기 때문에 태국과 마찬가지로 베트남 역시 개최국의 이점을 안고 조별리그를 치르게 되었다. 베트남과 한조가 된 나라는 디펜딩 챔피언 일본, 중동의 강호 UAE, 카타르였다. 아무리 개최국의 이점이 작용한다고 하더라도 베트남이 나머지 세 팀과 경쟁해서 조별리그를 통과한다는 것은 상당히 힘들 것으로 예상되었다.
베트남은 첫 경기에서 중동의 강호 UAE를 2-0으로 제압하면서 이변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였다. UAE는 베트남에게 패한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두 번째 경기에서 일본에게 1-3으로 패하면서 일찌감치 탈락을 확정지었다. 베트남으로서는 두 번째 경기에서 카타르와 1-1로 비기면서 일본과 함께 1승 1무를 기록하였다. 마지막 경기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일본과 베트남이 1승 1무, 카타르가 2무, UAE가 2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베트남의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 일본이었다. 일본은 첫 경기에서 카타르에게 경기종료 2분을 남겨놓고 동점골을 허용하며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두 번째 경기에서 UAE를 3-1로 격파하면서 완전히 제기량을 찾았다. 마지막 경기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베트남보다는 카타르가 조별리그 통과가 더 유리했을지도 모른다. 카타르는 이미 예선탈락이 확정된 UAE와 경기를 남겨놓았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예상했던대로 일본에게 1-4로 패했다. 그러나 탈락이 확정된 UAE는 카타르에게 2-1로 역전승을 거두면서 비록 탈락은 했지만 조 3위를 기록하면서 대회를 마무리했다. UAE의 도움(?)에 힘입어 베트남은 조 2위로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감격을 누리게 되었다.
▲ 베트남의 축구팬들 |
ⓒ 아시안컵 공식 홈페이지 |
동남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결승 토너먼트에 오른 베트남은 8강에서 이라크와 대결했지만 0-2로 패하면서 4강 진출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축구는 계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변방 중의 변방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조별리그 통과를 통해서 직접 보여준 것이다.
# 인도네시아, 비록 좌절했지만 희망을 느꼈다.
한국이 속한 D조는 또 하나의 개최국 인도네시아와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바레인이 함께 속해 있었다. 한국으로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한 인도네시아와 바레인은 손쉬운 상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인도네시아로서는 객관적인 실력에서 나머지 팀들에게 뒤지는 것이 확실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홀가분한 상황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었을 것이다. 첫 경기인 바레인과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하면서 기분좋은 출발을 한 인도네시아는 다음날에 한국과 사우디가 1-1로 무승부를 이루는 바람에 선두로 나섰다.
인도네시아의 두 번째 상대 역시 인도네시아와는 객관적인 전력상 상대가 되지 않는 사우디아라비아였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선제골을 넣은 이후 인도네시아는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비길 수도 있다는 희망을 홈 팬들에게 안겨주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로서는 경기 종료 직전 추가시간에 결승골을 내주며 1승 1패를 기록하게 되었다.
만약 인도네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와 무승부를 기록하였다면 한국과의 마지막 경기는 한국으로서는 더 힘든 경기가 되었을 것이다. 사우디와의 무승부에 이어 바레인에게 1-2로 역전패하면서 결승 토너먼트에 자력으로 진출하는 것이 좌절된 한국은 무조건 인도네시아를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경기에 임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에게 0-1로 패한 인도네시아는 1승 2패로 조 3위를 기록하였고 사우디아라비아가 바레인을 4-0으로 이겨주는 바람에 한국이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 인도네시아 대표팀 |
ⓒ 아시안컵 공식 홈페이지 |
비록 1승 2패를 기록했지만 인도네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무승부 직전까지 갔고, 바레인에게 패한 한국을 마지막까지 긴장시켰다. 피파랭킹, 객관적 전력으로는 도저히 상대가 될 것 같지 않은 인도네시아는 이번 대회를 통해서 더 이상 아시안컵의 들러리는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 주었다.
# 동남아시아의 도전, 그리고 한국 축구의 과제
이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개최국의 이점을 안고 예상외의 성적을 올렸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동남아시아의 기후,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그들의 선전에 촉매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컵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선전을 단순하게 개최국의 이점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들 나름대로는 이번 아시안컵을 맞이하기 위해서 자신들 나름대로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하였다.
아시아의 강자로 오랫동안 군림해온 한국은 월드컵과 같은 세계적인 대회는 오래전부터 준비하지만 아시안컵 같은 지역적인 대회는 약간 경시하는 풍조가 있다. 호랑이는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에도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월드컵 같은 세계대회에는 최선을 다하지만 아시안컵 같은 대회는 그다지 많은 비중을 두지 않는다. 물론 대회가 시작되면 대표팀은 당연히 우승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이전에 사전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동남아시아 같은 축구의 변방 중의 변방은 끊임없이 자신들을 담금질하면서 실력을 키우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월드컵에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이루지 못한 성적을 거둔 2002년의 기억에만 빠져있다. 2002년의 성적이 일순간의 행운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자신을 담금질하면서 실력을 향상시키고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부단히 세계무대를 향한 도전도 필요하겠지만 우리보다 약한 팀들의 끊임없는 도전을 물리쳐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결과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아쉬운대로 아시안컵에서 3위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그 동안의 과정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 과정은 감독 혼자만 책임을 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승패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지도자에게 있다고 하지만, 이 과정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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