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자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만났다. 두 사람이 시간이 남아 돌아서 만났거나 한가해서 만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온 국민이 아는 사실이다. 두 사람이 만나서 주고받은 대화의 내용은 어찌보면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정치 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면밀한 검토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대화의 주도권을 시종일관 쥐고 있었다. 이명박 후보는 말을 아끼면서도 나름대로 자신의 처지를 비추는 선에서 대화에 임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나름대로 자신이 군인으로서 정치인으로 살면서 터득한 노하우를 함축해서 전해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전두환 : 애 많이 썼다. 다 알아서 하시겠지만 한편끼리 싸우면 안 된다. 싸울 땐 싸우고 다 끝나면 페어플레이 해야 한다. 집안끼리 싸우면 다른 이들이 모르는 얘기도 들춰지고 그런다. 잘 활용하면 강한 대비책도 될 수 있다.


=>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 여기에서 사용된 ‘애’라는 용어는 노력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조직폭력계의 용어로는 ‘아이들’이라는 표현으로도 사용된다. 아이들을 많이 풀어서 경선에 임했다는 함축적인 의미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경선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을 검찰이나 다른 쪽에서 철저하게 조사하지 못하도록 아이들을 많이 풀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말은 아마도 본인이 해놓고도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를 것이다. 그냥 대충 좋은 말이라고 생각되는 말을 두서없이 열거한 것 같다.


=> 먼저 그는 싸우면 안된다고 했다. 그런데 곧바로 싸울 땐 싸우라고 말한다. 그 다음에 싸운 다음에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싸울 때는 페어플레이가 상관이 없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단 싸울 때는 오로지 이기는 것에만 집착해 왔다는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집안끼리 싸우면 비리가 들추어진다는 말은 자신의 집권 이후에 노태우 대통령 시대부터 시작된 자신에 대한 험난한 역경을 통해서 얻어진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인듯 하다.

 

=> 마지막으로 “잘 활용하면 강한 대비책도 될 수 있다”는 말은 무슨 말일까? 이것은 적이 공격할 방향은 들추어진 것들이기에 그것에 대한 대비책을 잘 하라는 내용일 것이다. 물론 이런 뜻으로 이야기했다면 그야말로 적의 계략을 역이용하는 제갈공명 뺨을 칠 이야기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그러한 고단수의 전략을 염두에 두었을까?


이명박 : (이번 경선은) 역사에 없었던 일이었다.


=> 이명박 후보는 이번 경선이 역사에 없었던 일이라고 답변했다. 이렇게 힘들게 승리할 줄 몰랐다는 의미도 있지만, 자신이 역사에 없었던 일의 승리자라는 것은 청계천 신화를 뛰어넘어 새로운 경선 신화를 창조했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을지도 모른다.


전두환 : 진짜 민주주의 하는 것 같다.


=> 전두환 전 대통령이 생각하고 있던 이상적인 민주주의가 그동안 한나라당에서 보여준 경선 과정에 녹아 있다는 말이다. 오로지 승리를 위해서 서로를 물고 의혹을 제기하고, 적절한 해명이 아니라 대충 무마한 경선이 대한민국이 목표로 삼아야 할 민주주의일까?


이명박 : (경선 기간이) 너무 길었다.


=> 만약 경선 기간이 조금만 더 길었더라면 박근혜 후보에게 추월당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각계의 의견을 염두에 둔다면 이명박에게는 정말로 기나긴 기간이었을 것이다.


전두환 : 경선 방식이 좀 잘못된 것 같다. 다음에는 발전시켜라.


=> 옛날 체육관에서 추대 형식으로 대통령에 오른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서는 경선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대놓고 말하면 무지하게 욕먹을 것 같으니까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만약 진정 대한민국의 경선 시스템을 걱정한다면 대안적인 방법에 대해서 어느 정도 언급해 주었을 것이다. 누구나 방식이 잘못된 것은 알지만, 보다 대안적이고 발전적인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정치인들의 대부분은 정부에 대해 비판만 한다. 그런데 정작 대안이 없다. 그들은 나중에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 자신들이 했던 비판을 고스란히 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왜 하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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