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구, 그렇게 할 짓이 없는가?
가리봉 이름 변경? 그게 그렇게 간단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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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통해서 가리봉동이라는 명칭이 없어지고 새로운 동네 이름이 등장한다는 보도를 접했습니다. 해당 정보를 더욱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서 구로구 홈페이지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가리봉 도시환경정비사업 도시브랜드네이밍&법정동명 새이름 공모전 응모요강’이라는 한글 자료를 다운받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자료에는 현재 동명을 새롭게 바꾸는 이유를 ‘과거 구로공단의 회색이미지와 낙후·영세한 가리봉동의 이미지를 근본적으로 탈바꿈하기’ 위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구로구청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번 달 16일까지 새로운 이름을 공모하고 있다고 하고 이것에 대한 결정은 주민 과반수 참여의 설문조사에서 3분의 2가 찬성하면 바뀌어진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단순히 이런 과정을 통해서 바뀔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서울시가 주소 체계를 바꾸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새로운 주소체계는 그다지 서울 시민들에게 설득력있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괜히 수억원을 들여서 도로 표지판만 설치해 놓은 것은 아닌지 비판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행정은 아이디어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행정은 주민들이 얼마나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것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와 시범적 실시를 통해서 최선의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검토단계에서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시범적 실시 단계에서 아니면 포기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한 것입니다. 새로운 주소체계는 시작부터 무리가 있는 행정이었습니다. 그동안 든 예산이 너무 아깝지만 지금이라도 더 이상의 예산낭비를 절감하기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범국민적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하고 무조건 실시만 하면 된다는 식의 발상은 그야말로 우리나라 행정이 주먹구구라는 소리를 듣게 만듭니다.

 

구로구가 추진하고 있는 ‘가리봉’ 명칭 변경은 구로구 주민들뿐만 아니라 서울시민의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현재 서울시의 도로체계와 교통체계, 간판, 지도 등 모든 분야에서 ‘가리봉’이라는 이름을 변경해야 하는 후속작업이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을 통해서는 쉽게 바꿀 수 있겠지만 활자화된 매체는 그야말로 전면적인 수정이 가해져야 합니다.

 

이 과정에는 수많은 재정이 불가피하게 들어갈 것입니다. 공공시설인 표지판이나 안내문은 국가에서 바꿔주겠지만, ‘가리봉’이라는 이름과 직접 간접적으로 관련성을 가지고 생활하던 시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가리봉’이라는 이름을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그때 들어가는 개인적 비용을 구로구에서 보상해 줄까요? 동명 개정에 대한 여파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동명을 바꾸겠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의 행정이고 전체 서울시민을 고려하지 않은 극단적인 지역 이기주의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이 낸 세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는 못할 망정 이런 엄한 곳에 사용하려는 발상을 누가 제일 먼저 시작했는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의 가리봉동이라는 이미지가 회색이미지이고 낙후되고 영세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이름 때문은 아닙니다. 단순히 이름을 바꾼다고 없던 이미지가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이름이 상징하고 있는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지만 보다 다른 방법을 통해서 바꿀 수 있는 문제입니다. 과거 그야말로 청계천하면 더러운 물(똥물)이라고 생각하고, 깨끗하지 못한 개천의 상징이었던 청계천은 지금 관광 상품으로 새롭게 이미지를 변신했습니다.

 

구로구는 지금이라도 쓸데없는 구 예산을 엄한 곳에 사용할 생각을 버리고 다른 방법으로 지역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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