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두가지 가상 시나리오
미국의 우승과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 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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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의 우승을 위한 시나리오.

일본과 두번 싸워서 두번 다 승리한 한국이 다시 한번 결승 진출을 놓고 일본과 자웅을 겨루게 되었습니다. 총 16개국이 참가한 대회에서 한팀하고 세번을 싸운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연출된 대회가 바로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입니다. 참으로 기가막힌 경기 방식이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경기방식은 미국의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방식과 조금 유사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거기에다가 이번 대회를 통해서 다시한번 세계 최강임을 확인하려는 미국이 결승에 안착하기 위해서 마련해 놓은 시나리오였다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세계 야구 팬들이 어이없어 하는 경기방식을 고집하면서까지 미국은 자국의 결승진출에 목숨을 걸었습니다. 지역예선에서 캐나다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이라는 약체를 제물로 삼고, 멕시코가 캐나다를 이겨주는 도움에 의해서 2라운드에 진출하게 됩니다.

지역예선에서 보여준 미국의 전력은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최약체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게 이긴 것을 제외하고는 멕시코와 캐나다와의 경기에서 상대방을 압도하지 못하고 대등하거나 밀리는 양상을 보여준 것입니다. 물론 2라운드에 접어들면서 미국은 물론 다른 팀들도 2라운드에서는 미국이 제실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김인식 감독과 코치진, 그리고 국민들의 대부분도 비교적 상대하기 쉬운 멕시코와 일본을 잡고 4강에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2라운드에 접어들어도 미국의 전력은 향상되지 못했습니다. 첫경기인 일본과의 경기에서 심판의 도움(?)으로 간신히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기고도 떳떳하지 못한 미국의 모습은 절대 강자의 모습이 아니라 약간은 비열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어거지로 챙긴 1승 뒤에 대한민국에게 무기력하게 7대 3으로 패한 미국은 자력으로 4강에 오르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일본을 2대 1로 이겨준 덕분에 미국은 멕시코전에서 승리하면 4강에 오르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의해서 어렵게 얻은 행운을 미국은 자신들 스스로 날려버렸습니다.

홈런을 2루타로 수정하는 심판의 처절한 도움(?)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멕시코에게 2대 1로 패하고 4강에 오르지 못하는 수모를 당하고 맙니다. 세계 최강이자,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미국이 2라운드에서 보여준 모습은 예선전보다 못했습니다. 점차 나아지리라고 생각했던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로써 미국이 준비한 시나리오는 완벽했지만, 역시 스포츠는 각본없는 드라마라는 말을 다시한번 증명한 셈입니다.

2) 미국 메이저리그를 위한 선수 선발전?

WBC 대회를 지켜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바는 이번 대회가 또다른 미국 메이저리그의 올스타전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쿠바를 제외하고 우승권에 들어 있는 다른 국가들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기본으로 팀을 구성했습니다. 도미니카, 베네주엘라, 푸에르토리코 등은 저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는 선수들이 많기에 우승후보에 들어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회를 미국 메이저리그협회가 담당하였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이것은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라는 느낌보다는 '메이저리그 선수 테스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메이저리그가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야구 리그라는 사실은 야구팬이라면 솔직히 인정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국의 야구 선수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을 영광으로 알고, 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게 되면 온 국민이 기뻐하고 응원해 왔습니다. 물론 예외적인 국가가 있습니다. 쿠바는 선수들이 집단 망명할 것이 두려워서 자국의 최정예 맴버를 데리고 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번 경기를 통해서 실력이 검증된 선수들은 1차적으로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스카웃 우선 대상이 될 것입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게 WBC처럼 다른 나라의 유망주와 신인을 발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소문을 듣고 일부러 찾아가서 경기장면을 지켜보는 수고를 덜수 있고, 이번 대회에 참가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결과 데이터만 가지고 있어도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다른 나라 선수의 윤곽이 대충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은 비록 4강 진출 실패라는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지만, 보다 풍부한 메이저리그 선수층 확보를 위해서 많은 선수를 지켜보고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스포츠 마케팅 측면에서도 이번 WBC는 미국 메이저리그에 엄청난 효과를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존의 선수들과 함께, 이번 WBC를 통해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특급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 활약을 보인다면 미국 메이저리그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해당 선수의 국가는 미국 메이저리그에 지대한 관심을 보일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WBC에서 미국이 우승하면서 다른 나라의 뛰어난 선수를 발굴하면 금상첨화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이 4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두마리 토끼는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두번째 토끼는 도망치지 않고 스스로 잡히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WBC 대회가 끝나면서 새롭게 시작되는 스카웃 전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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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및 외부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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