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변방, 야구 종가를 무너뜨리며 야구 역사를 다시 쓰다...
대한민국, 결코 WBC 대회의 들러리가 아님을 입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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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목받지 못하던 해외파들, 한(恨)을 풀다...

우리나라에서 미국의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은 박찬호 선수 이전에는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나라의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크게 활약하면서 우리나라 선수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오늘까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은 풀타임 메이저리그 선수가 되기 위해서 부단히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했고,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선수로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에 WBC 대회에 참가한 해외파 중에서 서재응, 김병현, 봉중근, 최희섭, 김선우 등은 해당 소속팀에서 충분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지지 못했습니다. 일본에 진출한 이승엽도 감독의 구미에 맞게 들쭉날쭉 출장하여 한때 2군으로 내려가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대만전과 일본전에서 세이브를 기록한 박찬호 선수는 텍사스에서 한물 간 선수로 평가받으면서 이적해야 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구대성 선수는 2005년 한 해 동안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다시 국내로 복귀하였습니다.

보다 넓은 세계의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기 위해서 해외로 진출한 그들은 머나먼 타국에서 언어와 생활의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서 부단히도 노력을 했을 것입니다. 때로는 실패의 쓴 잔을 마시면서 언젠가는 세계의 무대에서 떳떳하게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 끊임없는 훈련과 자기 수양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의 경기 결과만을 접하고, 그들을 쉽게 평가하는 데에만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해외에 나가 있는 선수가 부진을 면치 못할 경우 우리는 혹독한 비판을 했습니다. “더 이상 외국에서 망신당하지 말고 우리나라에 돌아와야 한다.” 이런 말을 쉽게 하곤 했습니다. 그들이 이번 WBC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에 합류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세계 4강에 진출할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했습니다.

그러한 해외파들은 이번 WBC 대회를 통해서 다시금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했고, 그동안의 부진을 깨끗하게 떨쳐버리기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마치 한(恨)풀이처럼 보였습니다.

박찬호 선수의 대만전과 일본전의 세이브를 통해서 메이저리그 경험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서재응 선수의 뛰어난 피칭은 지금까지 실력보다 못한 평가를 내렸던 미국 메이저리그가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믿음직스런 투구를 하였습니다. 김병현과 봉중근, 구대성 역시 위기의 순간에 중간계투로 등장해서 인상적인 투구를 하였습니다. 이승엽 선수는 타자로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에 미국으로 진출하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서 확실한 홈런타자의 진가를 발휘하였습니다. 최희섭 선수는 그동안의 부진을 말끔히 씻는 3점 홈런을 미국전에 터뜨렸습니다.

2) 국내파와 최고의 코치진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국내의 프로야구에서 실력을 키운 국내파 선수들은 ‘우물안 개구리’일지도 모른다는 예상을 깨고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의 경기에서 결코 주눅들지 않은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그들은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하리라는 예상을 예전에 미처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단순히 친선경기, 스프링캠프를 통해서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간단하게 미팅을 하는 수준이었을 것입니다.

그러한 국내파들이 이번 WBC 대회를 통해서 자신들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는 모습은 대한민국의 야구의 수준이 단순히 해외파들 덕분에 높게 평가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해외파의 선전 덕분에 일본을 격파하고 미국을 격파한 것은 아닙니다. 국내파 선수들이 해외파 선수들과 팀워크를 맞춰서 하나가 되어서 승리를 향해 달렸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효과적인 선수 교체, 적절한 투수진의 운영을 보면서 이번 대회를 통해서 화려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감독과 코치진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뛰어나고 우수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 변경된 룰과 규칙에 따라서 적절하게 투수진을 교체하는 뛰어난 감각을 선보였으며, 경기 진행 도중에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감독과 코치진의 선수 관리는 정말 돋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기에 임하는 순간, 감독과 코치가 선수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믿어야 하고 선수 또한 감독과 코치를 믿고 지시한 작전을 수행해야 팀의 전력은 극대화되는 것입니다. 선수 따로, 감독 따로의 팀은 절대로 단체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바로 이러한 상식에 충실한 결과 비상식적인 팀을 차례로 격파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일본은 투구수 제한 덕분에 자멸했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바뀐 룰에 대해서 감독이나 코치가 효과적으로 투수진을 운용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거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확실히 우리보다는 뛰어난 선수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경기에 임하는 그들의 모습은 일단 자만심에 빠져있었고, 팀플레이보다는 자신만의 플레이를 고집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습니다.

3) 야구의 변방, 야구 종가를 무너뜨리며 야구 역사를 다시 쓰다...

이번 WBC 대회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국가대표는 미국은 물론 세계의 야구팬들을 깜짝 놀라는 대형사고(?)를 쳤습니다. 바로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을 7대 3으로 격파한 것입니다. 그것도 미국의 초호화 맴버가 총 출동한 경기에서 말입니다. WBC 대회 시작 전부터 일본은 해볼만 하지만, 미국전은 최선을 다해서 후회없는 경기를 하자는 것이 대표팀의 생각이었고 우리 국민들의 생각이었습니다.

3년전에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어한 이승엽을 과소 평가했던 미국이 14일의 경기를 통해서 얼마나 후회를 했겠습니까? 이승엽의 진가는 홈런을 통해서도 입증되었지만, 그 이후에 고의사구를 통해서 더욱 빛났습니다. 미국의 메이저리그 선수가 이승엽과의 정면대결을 피하는 광경을 보면서, 남모르는 감격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막강 타선을 3점으로 잠재운 우리나라 투수진 또한 미국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야구의 종가를 자처하면서 야구의 변방인 한국에게 패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세계 4강으로 세계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한 대한민국이 4년이 지난 2006년에 미국을 꺾으면서 세계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 이상의 성과를 거둔 대한민국의 야구는 확실하게 세계의 야구팬들에게 더 이상 야구의 변방이 아니라 떠오르는 신흥 강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 앞으로도 더욱 노력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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