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해소는 '오렌지 좌파의 전략적
호들갑'일뿐이다?
[류근일 칼럼] '양극화' 이용하는 '오렌지 좌파'를 읽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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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류근일(언론인) 칼럼을 보면 양극화가 화두로 떠오른 요즘의 사회적 현상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적응을 ‘못한’ 건지 ‘안한’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양극화에 대한 엄청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양극화를
이야기하면서 ‘경제적 불평등’이 제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런데 기나긴 칼럼을 통해서 그러한 ‘경제적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양극화 해소’의 방법을 이야기하는 정부가 마치 본질을 해결할 의지는 없으면서 자신들만의 잇속을 챙기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을 서슴없이 하고 있는 집단을 ‘오렌지 좌파’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칼럼의 도입부는
특유의 과장법으로 시작합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활동을 ‘양극화 떠벌리기’로 규정하면서 마치 볼셰비키 혁명 직전의 러시아처럼
몰아간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왜 하필이면 혁명 직전의 러시아를 떠올렸을까요? ‘오렌지
좌파’에게 속는다면 한국은 사회주의 혁명에 노출될 것이고, 역사를 거스르는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구(舊)좌파 권력진영의 양극화 논리는 2007년 정권 재창출을 위한 유일한 전략이라는 생각으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양극화를 조장해온
재벌, 기득권, 보수주의, 친미 세력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대중적 질시현상을 조장하는 전략의 희생자라는 동정어린 시선을 한껏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희생자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려는 용어 선택은 아래의 문장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하기야 재벌 비자금, 강남 집값, 8학군, 학벌사회,
영어 너무 잘하는 사람, 교양 높은 선남선녀를 보고 질시하는 심정이야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정서에 불을 댕기려는
구좌파의 이분법적 대치구도는 과연 타당한 것인가?”
양극화의 문제성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영어 잘하는 사람,
교양 높은 사람들에 대한 질투심의 표출이라는 결론으로 안내하는 칼럼니스트의 글솜씨는 나쁘지 않은 것 같지만, 문제는 현 사회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문제제기’를 전혀 엉뚱하게 이해하고 있음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양극화는 나쁜 것이지만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집단’은 불순한
의도가 있기 때문에 ‘양극화를 해소하면 안된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논리적 전개를 발전시키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러한 논리적 전개를 그대로 따라가면 ‘양극화를 해소하면 안된다’라는 주장은 없지만, 의미상으로는 ‘양극화 해소는
그다지 필요가 없다’라는 기본 전제가 있어야 쓸 수 있는 글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수 있습니다.
A : 양극화는 나쁜 것이다 (별로 강조하지 않음)
B :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 날뛰고 있는 집단은 ‘오렌지
좌파’이다. (엄청 강조)
C : 오렌지 좌파야말로 진정한 기득권 세력이다.
D : 오렌지 좌파 때문에 건전한 보수 우파도 희생을
본다.
E : 양극화 해소를 위한다는 주장은 위선적 행동이다.
칼럼니스트의 주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양극화가 나쁜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 어떻게 하자’ 라는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마치 양극화 해소는 관심이 없고, 양극화 해소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위선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는 주장만이 강조되어 있습니다.
만약에 칼럼니스트가 ‘양극화 해소는
그래도 필요하다’라고 생각했다면, ‘오렌지 좌파’에 대한 비판으로 글을 끝맺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글은 '오렌지 좌파'에 대한 비판이
절정에 달해있는 부분에서 끝납니다. 그 다음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면서...
"양극화 굿거리는 그래서 오늘의 신관사또
‘오렌지 좌파’가 자기들의 장밋빛 전성시대일랑 살짝 감추고서, 불우한 사람들의 불행을 최대한 부추기고 이용하려는 위선적 자가당착일 뿐이다" 라는
마지막 문장 이후에 독자들은 어떤 결론을 가져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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