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기자의 역사관은 무엇인가?
"일본쪽에서 바라본 東海 사태(4월20일자)"를 읽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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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자나라 일본을 적으로 만드는 건 국가적 자살"(?)

포털 사이트(다음)에 극우 논객의 한 사람인 조갑제라는 사람이 "부자나라 일본을 적으로 만드는 건 국가적 자살"이라는 글을 썼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 세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일파이거나, 미쳤거나, 사실이 왜곡되었거나...

사실 처음에 든 생각은 조갑제라는 사람의 간이 부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같이 독도 문제로 온 국민이 민감한 시기에 '일본을 이해해야 한다'라는 어조의 글을 쓴다는 것은 엄청난 강심장이 아니면 쓰기 힘든 글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예상은 그렇기 때문에 두번째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조갑제 닷컴(http://www.chogabje.com/)에 가 보았는데 거기에는 당사자가 직접 세번째 경우(사실이 왜곡되었다!)라고 항변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조갑제 기자는 아래와 같이 직접 해명하고 있습니다.

[원문] :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나라(日)를 적으로 돌리고 세계에서 가장 못살며 잔혹한 집단(北)과 세계에서 가장 큰 一黨 독재국가와 친구가 되겠다는 자살충동을 억제해줄 세력이 한국에 과연 있는가?
"초등학생 정도의 문장해독력이 있으면 알수 있듯이 내가 쓴 글의 뜻은 부자나라 일본을 적으로 만드는 게 '국가적 자살'이 아니라 일본을 적으로 돌리고 북한정권과 중국을 친구로 삼으려는 것이 '자살충동'이란 말이다"

2) 문장 해석의 문제...

일단 초등학생 정도의 문장해독력을 가지고 읽는다면 두가지 의미가 결합해야 '자살충동'이 올바로 이해된다는 말입니다. (1) 부자나라 일본을 적으로 만드는 것, (2) 세계에서 가장 못살며 잔혹한 집단과 세계에서 가장 큰 일당 독재국가와 친구가 되겠다는 것...

조갑제 기자는 두개 중에서 다음과 국민일보는 첫번째 것만 과장해서 소개함으로 자신을 왜곡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나아가서 자신이 강조하는 것은 두번째 이며, 첫번째 것은 보조 역할을 할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문장은 주종관계가 아니라 두개가 대등 접속사(and, 그리고)로 연결된 문장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주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대등접속사 혹은 등위접속사는 앞문장과 뒷문장이 대등한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물론 영어적인 문법적 사고라서 다르게 생각할 가능성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수십번을 읽어봐도 '부자나라 일본을 적으로 만드는 것'은 보조역할에 그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국어학의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2) 역사관의 문제...

일단 조갑제 기자의 변명을 들어보면서 일면 억울한 점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변명은 지엽적인 문장의 독해에 관한 것이고 정작 문제가 있는 부분은 조갑제 기자의 역사관에 있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기사를 작성하는 지역이 일본이기 때문에 일본의 입장에서 쓴 것은 이해가 되지만 시종일관 일본의 입장에서 나서서 변호하는 그의 역사관은 일본과 미국 중심주의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는 절대로 대화해서는 안된다는 배타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습니다.

"韓日 문제는 민주화된 국가끼리의 관계이기 때문에 이성적인 해결이나 타협이 가능하다. 韓中,南北관계는 민주화된 한국과 독재적인 국가(中) 또는 집단(北)과의 관계이기 때문에 實用的이거나 합리적인 해결이 어렵다"(黃砂나 납북자 문제처럼).

이성적인 해결이나 타협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신대 문제나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것은 어찌된 일인지요? 또한 그의 일본 천황이 우파의 중심으로 좌파가 反체제나 反국가적으로 흐르지 못하게 하는 정신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고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이 공격적으로 바뀌는 것은 전적으로 한반도의 상황 변화에 있다는 그의 표현을 읽어보면 그가 우리나라와 일본의 역사를 제대로 읽고 소화하고 있는지도 궁금할 뿐입니다.

"新羅의 삼국통일로 한반도에 대한 야심을 접어야 했던 日本은 그 뒤 한반도에 敵對세력이 들어서는 것은 安保위협이 된다는 생각에 집착하게 되었다. 우파적이거나 民主的인 한국이 존재하는 한 일본이 獨島문제를 물리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겠지만, 남한이 赤化된다면 일본은 獨島를 점령해 버릴 것이다."

놀라우리만큼 일본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있는 조갑제 기자의 글을 보면서 일본보다 일본을 더 잘 이해해줄 자세가 되어 있는 그의 문장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이렇게 일본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그가 왜 중국과 북한에 대해서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요? 물론 독재적인 국가들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에 대해서는 이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똑같은 기준으로 일본과 미국을 바라보는 모습이 전혀 없습니다. 국가적 이익을 위해서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의 패권주의가 그의 눈에는 아름다울 미(美)로 보일 뿐입니다. 제국주의적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대동아공영권을 선언하면서 한반도와 아시아를 짓밟은 일본의 과거는 과거일뿐입니다.

그리고 여지없이 현재 노무현 정권이 일본과 미국보다 중국과 북한쪽으로 기운다면 국가적 자살 상태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문제의 문장으로 마무리를 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나라(日)를 적으로 돌리고 세계에서 가장 못살며 잔혹한 집단(北)과 세계에서 가장 큰 一黨 독재국가와 친구가 되겠다는 자살충동을 억제해줄 세력이 한국에 과연 있는가? 日本이 태평양전쟁이라는 자살 코스를 걷게 된 것도 한때의 우방이던 영국과 미국을 적으로 돌리고 파쇼 국가인 독일과 이태리와 손잡았기 때문이다. 친구를 잘못 만나면 패가망신한다."

조갑제 기자가 왜 당당하게 일본을 적으로 돌리면 안되는지를 강하게 주장하게 된 배경은 역시 북측에 대한 입장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북과 친하면 적이고 북과 친하지 않으면 친구라는 도식으로만이 조갑제 기자의 글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조갑제 기자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글을 왜곡한 <다음>과 <국민일보>에 아래와 같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인은, 기자답지도 못하고 기사답지도 못한 이런 왜곡된 글을 인터넷상에 유포한 책임자를 가려내 법의 응징을 구할 것이다."

조갑제 기자를 기자로 불러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이지만, 만약 조갑제 기자가 원하는 대로 책임자가 법의 응징을 받는 나라라면 가능성이 전혀 없는 나라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실을 누가 먼저 왜곡했는지를 은폐하고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는 상황만 문제라고 생각하는 자세는 옳지 못한 것입니다.

조갑제 기자에게는 독도에 대한 도발을 감행하는 일본이 아직도 친근한 이웃의 모습으로 보이나 봅니다. 마지막 문장 "친구를 잘못 만나면 패가망신한다"라는 문장에 대해서 이런 말을 해 드리고 싶습니다. "친구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을 때 가만히 두면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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