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잘 싸웠지만 마무리가 엉성했다...
[월드컵 관전 소감 3] 전반 초반 기습적인 자책골을 극복하지 못한 파라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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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강팀과 약팀의 경기를 보면 약팀보다는 강팀이 심리적으로 부담감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습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심리적 부담감은 가끔 선수의 플레이를 위축시키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잉글랜드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강의 맴버로 이번 월드컵에서 정상을 차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전력으로 분석되어 왔습니다. 반면 파라과이는 매번 16강에는
들었지만 그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강팀으로 구분되는 잉글랜드로서는 심리적 부담감을
떨쳐버리는 것이 파라과이와의 경기에서 우선적으로 필요했을 것입니다. 물론 유럽의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감은 기우였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파라과이와의 경기 초반에는 오히려 파라과이가 부담을 더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잉글랜드와 파라과이가 속한 조에는
북유럽의 강호 스웨덴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파라과이로서는 비교적 약체로 꼽히는 아프리카의 트리니다드토바고를 제압하고 스웨덴과 조 2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잉글랜드와 예선 첫 경기를 치르게 된 파라과이로서는 시작부터 주눅들지 않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마치
잉글랜드의 홈구장을 옮겨놓은 듯한 경기장의 분위기는 파라과이 선수들의 초반 움직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잉글랜드의
경기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베컴의 존재가 잉글랜드의 자존심과도 같다는 것은 그의 프리킥 한번으로 확실하게 보여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잉글랜드는 베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조 콜, 램파드, 제라드 등의 뛰어난 선수들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과거에 베컴의 팀으로 인식되는
이미지를 많이 벗어버린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것이 2002년 잉글랜드의 모습과 2006년 잉글랜드의 모습이 다른
점입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잉글랜드가 베컴의 팀이었다고 한다면, 2002년 월드컵에서 파라과이는 칠라베르트의 팀이었다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 골 넣는 골키퍼인 칠라베르트의 모습은 볼 수 없습니다. 그만큼 세월은 과거의 영웅을 기록에 남겨놓고
새로운 영웅을 그라운드에 불러들입니다.
비록 잉글랜드가 프리미어리그의 초특급 스타 군단이라고 하지만 파라과이는 남미의 지옥같은
예선을 통과한 팀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잊지 말아야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 초반 5분을 넘기지 못하고 베컴의 프리킥이 수비수 가마라의
머리에 맞고 골이 되었을 때 파라과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워낙 베컴의 프리킥이 날카로왔기 때문에 가마라의 머리에 맞지 않았더라도 골이
되었을 가능성이 많았지만 초반의 실점은 그야말로 파라과이가 넋이 나간 것 같은 전반 초반의 분위기로 흘렀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파라과이의 골키퍼가 수비 과정에서 부상으로 후보 골기퍼인 알도 보바디야로 교체되면서 대량실점을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운 상황까지
전개되었습니다. 보고있는 사람들이 안쓰럽게 생각할 정도로 전반 초반은 완전한 잉글랜드의 분위기였습니다. 역시 우승 후보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잉글랜드의 선수들은 파라과이를 압도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파라과이가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잉글랜드는 전통의
‘킥 앤 러시’ 전법을 자주 사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미드필더를 거치지 않고 수비에서 곧장 최종 공격수에게 연결되는 패스가 자주 연출되었고 전반
초반과는 달리 심리적으로 안정을 되찾은 파라과이의 수비수들은 이러한 잉글랜드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부분은 다른 축구
전문가들과는 다른 생각일지 모릅니다. 필자의 짧은 생각으로 느낀점입니다)
전반을 0대 1로 뒤진 가운데 후반전을 맞이한 파라과이는
전반과는 달리 공격의 주도권을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미드필드에서는 잉글랜드보다 파라과이가 골을 잡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파라과이의 문제점은 수비 보다는 공격에 있었습니다. 잉글랜드 진영까지는 쉽게 전진했지만 마지막 마무리 단계에서 단조롭고 무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파라과이의 간판 공격수인 산타크루즈는 잉글랜드의 수비수에게 철저하게 마크를 당하면서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고,
오히려 발데스와 파라데스의 움직임이 활발했습니다. 그러나 파라과이는 골결정력에서 문제점을 보이고 전반 초반에 자책골로 실점한 1점을 끝내
만회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습니다.
후반전의 모습은 잉글랜드가 너무 일찍부터 굳히기에 들어간 것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수비에
치중하다가 역습을 노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결국 잉글랜드는 승리를 거두었지만 득점이 상대방 자책골 1점에 그쳤다는 것은 잉글랜드로서도
그다지 만족스러운 점수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것은 이날 경기를 지켜본 잉글랜드 팬들도 아쉬운 점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잉글랜드는
승점 3점을 챙기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지만, 우승 후보의 면모를 세계의 축구팬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데는 어딘지 모르게 부족한 모습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반면 파라과이는 전반 초반의 실점과 함께 후반 내내 잉글랜드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도 마무리 단계에서 보여준 날카롭지
못한 플레이는 두고두고 아쉬운 점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앞으로 남은 예선전을 맞이하는 두 팀에게 똑같이 필요한 것은 골결정력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잉글랜드의 입장으로서는 수비에서 한번에 넘어가는 패스가 상대방에게 위협적일 수는 있지만 너무 그것만 고집할 경우 상대방이
오히려 수비를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장신 크라우치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오언이 활발하게 좌우를 휘집어 주어야
합니다. 이것은 아마 루니가 가세하면 두배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파라과이로서는 산타크루즈가
하루빨리 완전한 기량을 되찾아야 합니다. 산타크루즈가 살아나야 나머지 공격수들의 공간이 살아날 것입니다. 이번 경기를 통해서 강호 잉글랜드를
상대로 미드필드를 장악할 정도의 미드필더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다음 경기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바로 이것 때문에
남은 B조의 경기가 흥미 진진하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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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잉글랜드의 플레이에 약간 실망을 했습니다. 반면 파라과이는 개인기가 뛰어났지만 조직력과 골결정력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오마이뉴스, 한겨레, 시골아이고향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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