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성대와 천마총을 가다...
단체관광의 진수(수박겉핥기)를 맛본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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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서 경주는 낯선 땅이었습니다. 학창시절에 수학여행으로 한번쯤 가봤다고 하는 경주를 서른살이 다 된 1999년에 처음으로 갔기 때문입니다. (당시에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수학여행이 없었습니다) 당시에 간 것도 행사차 갔기 때문에 경주교육문화회관에서 일주일을 보냈고, 경주 시내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로부터 4년후 2003년에 1박 2일 행사로 다시 경주를 방문했지만 이때도 역시 경주교육문화회관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관광도 못해보고 서울로 상경했습니다.

2006년 6월, 내 인생에 있어서 세 번째로 경주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도 물론 행사 진행을 위해서 갔지만, 행사의 내용에 ‘경주 시내 관광’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에 출발 전부터 기대를 잔뜩 가지고 갔습니다.

6월 20일,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흐르는 날씨였지만 관광을 하기 위해서 셔틀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버스는 우리 일행을 첨성대와 천마총이 있는 ‘경주역사유적지구’로 데리고 갔습니다.

▲ ‘경주역사유적지구’ 안내석
ⓒ 이인배


우리는 천마총이 있는 대릉원(大陵苑) 앞 주차장에서 내려서 첨성대가 있는 곳까지 걸어갔습니다.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날이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모자와 양산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첨성대는 생각했던 것만큼 웅장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과거 신라 사람들의 과학적인 건축물을 직접 눈으로 보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뿌듯함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 세계적인 문화유산 첨성대
ⓒ 이인배


단체 관광은 목적지에 도착해서 사진 찍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일행은 단체 관광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였습니다. 첨성대에 도착해서 사진 찍고 대충 둘러본 다음에 서둘러 천마총으로 이동했습니다.

천마총이 있는 대릉원으로 들어서자 마치 주인이 손님을 반기듯 청설모가 나무 위에서 우리를 맞이했습니다. 길게 휘어있는 나무도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 청설모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 이인배

▲ 길게 휘어져 있는 나무도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 이인배

▲ 겉에서 본 천마총
ⓒ 이인배


천마총에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가보니 천마총에서 발굴된 유물을 모조품으로 전시해 놓고 있었습니다. 무더운 바깥 날씨에 비해서 무덤 안쪽은 상당히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천마총에서 발굴된 유물로는 왕이나 왕에 버금가는 인물의 무덤이 아닐까 예상되고 있지만 정확하게 누군지는 알수 없다고 합니다.

▲ 천마총 내부...
ⓒ 이인배


그리고 학계에서는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도가 말인지 기린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말보다는 기린에 가깝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고 합니다. 천마도의 존재가 묘비명을 천마총으로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확실한 듯 합니다. 한때 묘비명이 ‘말 무덤’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묘비명을 바꿀 것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1981년 10월14일 문화재위원회가 명칭에 대해 재심의를 했으나 “발굴 조사결과 묻힌 주인공이 왕임을 확정할 수 있는 유물이 출토되지 않았으므로 그냥 천마총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첨성대와 천마총을 둘러본 우리 일행은 돌아오는 길에 안압지에 들러서 잠깐 돌아보았습니다.

▲ 잠깐 둘러본 안압지...
ⓒ 이인배


짧은 시간 동안에 첨성대와 천마총, 그리고 안압지를 돌아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각 유적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고대 신라인들의 숨결을 느껴볼 겨를도 없이 기념사진 찍기에 급급했습니다.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고 일행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로 문화유산을 찍기에 바빴습니다. 한마디로 단체관광의 진수를 맛본 시간이 되었습니다.

일단 짧은 시간이지만 한번 둘러보았다는데 의의를 두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보다 시간적 여유를 두고 천천히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날씨가 맑았지만 너무 더운 날씨에, 가장 더운 시간에 유적지를 돌아본다는 것은 엄청나게 무모한 시도였다는 사실도 새삼 피부로 느꼈던 관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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