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보다 진지하지 못했던 불국사 관광
진지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 자신이 부끄러웠던 불국사 방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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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하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이 ‘불국사’입니다. 또한 불국사 하면 떠오르는 것은 ‘수학여행’입니다. 학창시절에 수학여행으로 불국사를 다녀온 사람들을 많이 있기 때문에, 36년동안 불국사를 한번도 안가봤다는 이야기를 하면 놀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번 경주 행사(출장)에서는 있었던 관광 시간에 반드시 불국사와 석굴암을 가보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석굴암은 보존차원에서 입구까지만 개방되어 있어서 실제로 관광의 효과는 떨어진다고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국사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불국사 입구까지 대형버스로 이동한 우리 일행은 입장료를 계산하고 일주문(一柱門)을 통과하여 불국사로 들어섰습니다. 지극한 일심(一心)으로 부처님과 진리를 생각하며 이 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는 이 문은 이미 관광객의 입장료를 받는 입구가 되어버렸습니다.

▲ 불국사 입구
ⓒ 이인배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가는 도중에 오른쪽에 자그마한 오솔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천왕문에 들어서니 양쪽에 사천왕(서방광목천왕, 북방다문천왕, 남방증장천왕, 동방지국천왕)이 무시무시한 얼굴로 우리를 맞아주었습니다.

▲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가는 도중에 발견한 오솔길
ⓒ 이인배

▲ 천왕문, 왼쪽이 서방광목천왕, 오른쪽이 북방다문천왕.
ⓒ 이인배


천왕문을 지나 잠시 걷다보니 낯익은 전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실제로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서적이나 TV를 통해서 무수히 봐왔기 때문에 대단히 익숙한 전경이었습니다. 문화재 보존 차원에서 안양문으로 통하는 연화교와 칠보교, 자하문으로 통하는 청운교와 백운교의 출입을 금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안양문과 자하문은 실질적으로 ‘문’의 역할은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 밖에 청운교와 백운교를 올려다보면서 왼쪽을 보면 범영루가 원래의 모습보다 축소되어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 불국사 전경
ⓒ 이인배


마침 초등학교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와서 우리나라 역사의 문화재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인솔하에 여기저기를 둘러보기도 하고, 문화재를 안내한 문구를 열심히 노트에 받아 적고 있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지만, 실제로 눈으로 보면서 노트에 필기하는 것이 훨씬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대웅전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오른쪽으로 난 길로 돌아서 경내로 들어가자 제일먼저 우리를 반기는 것이 10원짜리로 우리에게 익숙한 다보탑(多寶塔)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보탑 바로 옆에는 ‘무영탑’으로도 알려져 있는 석가탑(釋迦塔)이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 불국사 경내로 통해있는 우회도로
ⓒ 이인배

▲ 다보탑
ⓒ 이인배

▲ 석가탑
ⓒ 이인배



다보탑과 석가탑에는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초등학생들이 고사리같은 손으로 노트에 필기하며 탑을 바라보는 시선과, 단지 왔다 갔다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 사진을 찍으려고 포즈를 취하는 어른들이 대조가 되어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시간관계상 대웅전(大雄殿), 비로전(毘盧殿), 극락전(極樂殿), 관음전(觀音展), 무설전(無說展), 나한전(羅漢殿)을 한번씩 둘러보고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불국사를 둘러본다는 것이 우리의 문화 유산을 이해하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름대로 불국사에 한번 방문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인터넷을 통해서 내가 방문한 불국사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라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하면서, 다음번에 가면 보다 여유를 가지고 문화 유산에 대하여 차근차근 살펴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생들의 진지한 모습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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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한겨레, 시골아이고향에도 올립니ㅏ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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