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화려함 보다는 승리를 선택했다...
[16강전] 브라질 vs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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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과 가나의 8강 진출을 위한 싸움은 브라질이 충분히 이길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스코어는 3대 0으로 브라질의 압승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브라질의 화려한 축구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2% 부족함을 느끼게 하는 경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브라질은 전반 시작 5분만에 카카의 패스를 받은 호나우두의 선취골로 1대 0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골은 호나우두 개인에게는 월드컵 통산 15골인 동시에 월드컵 사상 최다골로 기록되었습니다. 관중들로서는 이후 브라질이 경기를 지배하며 쉽게 승리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가나의 반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대부분 브라질을 만나면 수비에 중점을 두면서 역습을 시도하는 경기를 펼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지만, 가나는 오히려 공격에 중점을 두면서 브라질을 압박했습니다. 공격에 있어서는 오히려 브라질을 압도할 정도로 몰아붙인 가나의 공격은 인상적이었지만 마지막 마무리에서 항상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골결정력에서 문제를 보인 가나에 비해서 브라질은 경제적인 축구를 구사했습니다. 간간이 역습을 시도하여 가나의 수비를 괴롭히면서 가나 공격의 리듬을 끊었고, 완급을 조절하면서 경기를 운영했습니다. 줄기차게 공격을 시도하던 가나가 전반전 종료 1분을 남기고 방심한 틈을 이용하여 카푸가 가나의 배후를 침투하여 크로스를 날렸고 아드리아누가 골로 성공시키면서 전반전을 2대 0으로 마무리했습니다.

후반전에 들어서도 가나는 동점을 만들기 위해서 계속 공격에 치중하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수비에 치중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브라질이었지만 가나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는 동시에 점차 공격을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가나는 후반 35분 기안이 페널티킥을 유도하는 시뮬레이션 액션으로 경고를 받고,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2대 0의 스코어를 뒤집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가는 후반 39분경 브라질은 또 한번 집중력을 발휘하여 제 호베르투가 가나의 오프사이드 함정을 무력화시키면서 세 번째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가나로서는 경기 내내 공격적인 모습으로 브라질을 압박했지만, 전반 5분과 전반 종료 5분, 그리고 경기 종료 5분을 남겨놓고 집중력을 발휘한 브라질에게 3대 0이라는 스코어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브라질로서는 보기드물게 가나의 공격에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고 가나의 수비의 공백을 허물어버리면서 세골을 성공시키며 8강 진출에 성공하였습니다.

이 경기가 끝난 뒤에 브라질의 감독 파헤이라는 “왜 브라질은 항상 화려한 축구를 선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역사는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인 팀이 아니라 우승을 차지한 팀만을 기억한다”라고 말하면서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는 의미의 말을 던졌습니다.

파헤이라 감독은 지난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브라질 국민들에게 가장 수비적인 전술을 구사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던 사람이었습니다. 화려한 공격력을 앞세웠던 2002년 한일월드컵과 비록 전승을 기록하며 8강에 올랐지만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보여준 브라질의 모습은 분명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것을 놓고 보면 감독의 성향에 따라서 팀이 어떠한 축구를 구사하는 지를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승리하는 팀으로 변신을 시도한 브라질의 축구에 대해서 전세계 축구팬들의 시각은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전세계 축구팬들 중에서는 이번 월드컵을 기다리면서 화려한 브라질만의 축구를 4년만에 볼 수 있다는 즐거운 기대를 한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물론 브라질 국민들이 우승에 대한 간절한 마음도 무시할 바는 아니지만, 우승을 떠나 진정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영원한 강자로 남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수비적인 전술로 우승을 노리는 파헤이라 감독의 선택이 과연 옳았는가는 한번 생각해 보아야할 점으로 남습니다.

여하튼 브라질은 가나를 꺾고 8강에 올랐습니다. 물론 브라질의 전력을 막강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가나를 압도하지는 않았지만 실력으로 가나보다는 한 수 위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그러나 가나의 공격적인 축구를 지켜본 사람들은 아직은 미성숙하지만 다음번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가나가 한층 성숙한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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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시골아이고향, 한겨레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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