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도 할 말은 있다
[월드컵 이야기 19] 주연이 되지 못하고 조연에 멈춘 국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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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차라리 우리만 나갔으면 좋았을 것을...

독일은 1934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오스트리아를 누르고 3위를 차지한 바 있었다. 그로부터 2년 뒤에 자국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개최국으로서 우승을 노렸지만 노르웨이에게 0-2로 패하면서 좌절을 맛보았다. 히틀러로서는 기분이 상했겠지만, 다른 종목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여 독일은 종합우승이라는 결과를 이끌어 내었다.

1938년 프랑스 월드컵이 다가오면서 독일은 탄탄한 조직력을 키워나갔고, 1937년 말에 치러진 지역예선에서 안정된 실력으로 핀란드(2-0, 에스토니아(4-1), 스웨덴(5-0)을 차례로 격파하고 3승으로 본선 진출권을 획득하였다.

초창기 세계 축구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대진운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독일로서는 대진운만 잘 갖추어지면 본선에서 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역예선을 거쳐 월드컵 참가팀이 확정된 이후, 독일로서는 하나의 고민거리가 생겨났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당시 세계 최강을 형성하던 오스트리아를 합병하며 오스트리아의 뛰어난 선수들을 자국에 포함 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베를린 올림픽 이후에 팀워크를 다지며 조직력을 키운 대표팀에다가 오스트리아의 뛰어난 선수들을 보강하면 최강의 전력을 갖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한 독일은 오스트리아 선수들 중에서 몇 명을 자국의 대표팀에 합류시켰다.

그러나 전력이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한 독일의 생각과는 반대로 독일은 월드컵 본선에서 조직력에서 허점을 드러내었다. 6월 4일 독일은 프랑스 월드컵 첫 경기인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선취골을 넣고 동점골을 허용해 무승부를 기록하여 재경기를 가지게 되었다. 6월 9일 스위스와의 재경기에서 먼저 두 골을 넣으며 2-0으로 앞서나가던 독일은 전반 종료 직전에 한골을 허용하고 후반에 내리 세 골을 허용하면서 2-4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독일은 뛰어난 선수를 보강하기는 하였으나, 단체종목에서 개개인의 능력보다 중요할 수 있는 조직력에서 문제점을 보이며 8강에 들지 못하고 좌절을 맛보게 되었다. 독일로서는 오스트리아 선수들을 보강하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나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 오스트리아, 국가의 소멸과 함께 날아간 정상의 꿈

아주리 군단과 마찬가지로 1930년대 유럽 축구의 정상을 달리던 오스트리아로서는 1934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수중전으로 제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좌절한 바 있었다. 2년 뒤 베를린 올림픽에서 설욕의 기회를 노렸으나 역시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에게 패하고 은메달에 머문 오스트리아로서는 1938년 프랑스 월드컵에 거는 기대가 남달랐다.

그러나 지역예선을 통과하고 본선을 몇 달 앞둔 오스트리아는 독일에게 합병당하면서 국가가 소멸됨과 동시에 국제대회 참가 자격을 상실하고 말았다. 몇몇 오스트리아 선수들이 독일 대표로 참가하여 월드컵 무대를 밟았지만 그것은 조국 오스트리아를 위해서가 아니라 점령국 독일을 위한 대표가 되었다. 특별히 ‘기적의 팀’ 오스트리아 공격의 핵인 진델라는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하고(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제외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자살로 조국의 운명과 함께 하여 축구팬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 3연속 본선 진출에 만족 - 프랑스, 벨기에, 루마니아

제1회 대회부터 3회 대회까지 빠지지 않고 참가한 유럽의 나라는 프랑스, 벨기에, 루마니아였다(남미에는 브라질이 있었다).

프랑스는 제1회 대회에서는 아르헨티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하였고, 제2회 대회에서는 오스트리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한 바 있었다. 제3회 대회는 개최국으로서 1회전에서 벨기에를 3-1로 꺾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하였지만 2회전에서 최강 이탈리아의 벽을 넘지 못하고 다시 한 번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1920년 올림픽 챔피언에 오른 바 있는 벨기에는 제1회 대회에서 2패(득 0, 실 4), 제2회 대회에서 1패(득 2, 실 5)로 한 번도 이기지 못해 자존심이 상해있었다. 제3회 대회에서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 전의를 불태웠으나 1회전에서 개최국 프랑스에게 1-3으로 패하며 월드컵 통산 4패를 기록하며 쓸쓸히 고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루마니아는 제1회 대회에서 2승 1패로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둔 바 있었다. 그러나 제2회 대회에서는 체코슬로바키아에게 1-2로 역전패 하며 1회전 탈락의 쓴 잔을 마셨다. 제3회 대회에서 루마니아는 1회전에서 북중미의 쿠바에게 3-3 무승부를 기록하여 재경기를 하게 되었고, 1-2로 역전패 하며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 그 밖의 국가들

오렌지군단 네덜란드는 항상 중상위권을 유지하는 실력을 갖고 있었다. 올림픽에서 3연속으로 동메달을 획득한 바 있는 네덜란드는 제2회 대회에서 스위스에게 덜미를 잡히며 1회전 탈락했고, 제3회 대회에서는 체코슬로바키아를 만나 연장전에서 내리 세 골을 내주며 0-3으로 패하고 1회전에서 탈락했다.

노르웨이는 올림픽 동메달 주역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라고 예상되었지만, 첫 경기에서 불행하게도 디팬딩 챔피언 이탈리아를 만나 연장에서 결승골을 허용하며 1-2로 패하고 1회전에서 탈락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노르웨이와 마찬가지로 폴란드 역시 1회전에서 남미의 브라질을 만나 선전했지만 5-6으로 패하고 탈락했다. 만약 노르웨이나 폴란드가 대진운이 좋았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체코슬로바키아는 2회 대회의 영웅 네예들리가 팀을 이끌었지만 4년전에 비해서는 그 비중이 약간 가벼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나라로 여겨졌다.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를 3-0으로 이긴 체코슬로바키아는 2회전에서 남미의 브라질을 만났다. 두 번에 걸친 격렬한 경기 끝에 1-2로 패하고 탈락했지만, 브라질 역시 체코와의 경기 후유증으로 준결승에서 이탈리아에게 패하고 3-4위전으로 밀려났다. 체코슬로바키아로서는 브라질과의 두 번의 경기에서 브라질의 스트라이커 레오니다스를 효과적으로 봉쇄하지 못한 아쉬움을 갖고 있다.

승리보다 참가에 목적이 있는 것 같은 북중미의 쿠바는 1회전에서 동유럽의 루마니아를 재경기 끝에 꺾고 2회전에 진출하는 감격을 누렸다. 그러나 2회전에서 북유럽의 스웨덴에게 0-8로 패하며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였다. 한편 네덜란드령 인도는 1회전에서 헝가리를 상대로 0-6으로 패하고 탈락했다. 이들은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참가한 국가라는 기록에만 만족하고 돌아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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