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8년 제3회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유럽축구의 챔피언을 가리는 제3회 대회가 1968년 이탈리아에서 개최되었다. 원래 이 대회의 이름은 ‘유럽 네이션스 컵’이었는데, 제3회 대회부터 ‘UEFA 유럽 축구 선수권대회’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대회의 방식 또한 새롭게 바뀌었다. 8개의 조로 나뉘어 각각 두 번씩 겨루어 각 조의 1위 팀이 2차전으로 진행되는 8강전에 진출하였다. 8강에 진출한 팀들이 홈앤드어웨이로 맞붙어 이긴 승자 4팀의 준결승부터는 개최국 이탈리아에서 진행되었다.


이 대회는 1966년 제8회 잉글랜드 월드컵이 끝나고 10월부터 조별 예선이 치러졌는데, 월드컵을 유럽으로 가져온 이후에 벌어진 대회인 만큼 월드컵 본선에서 맹활약한 팀들과 본선에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팀들, 그리고 본선에 참가하지 못한 팀들이 유럽의 최강자를 가리기 위해서 자존심을 걸고 참가한 대회였다.


# 조별 예선 - 8개조


예선 1조에서는 스페인과 체코슬로바키아, 아일랜드, 터키가 한조가 되었다. 스페인은 월드컵에서 서독과 아르헨티나에 이어 조 3위를 기록하며 결승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한 팀이었는데, 3승 2무 1패를 기록하며 체코슬로바키아(3승 1무 2패)를 제치고 8강 진출에 성공하였다. 1966년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아깝게 포르투갈에게 본선 티켓을 내어주었던 체코슬로바키아는 마지막 두 경기에서 터키와 비기고(0-0) 아일랜드에게 패하는 바람에(1-2) 승점 1점 차이로 2위에 머무르고 말았다. 1966년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포르투갈에게 아깝게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다시 한 번 좌절을 맛보았다.


예선 2조에서는 불가리아, 포르투갈, 노르웨이, 스웨덴이 한조가 되었다. 불가리아는 1966년 월드컵에서 3패로 초라한 성적을 거둔 반면 포르투갈은 승승장구하며 3위까지 올라간 팀이었다. 나머지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팀들이었다. 불가리아는 4승 2무를 기록하며 월드컵에서의 실패를 조금이나마 보상받을 수 있었다. 포르투갈은 월드컵의 4강 신화를 유럽축구선수권대회로 이어가지 못하고 2승 2무 2패로 2위를 기록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게 된다.


예선 3조는 소련, 그리스, 오스트리아, 핀란드가 속해 있었다. 월드컵 4위의 소련은 5승 1패로 그리스(2승 1무 2패)와 오스트리아(2승 1무 2패)를 일찌감치 따돌리고 8강 진출에 성공하였다.


예선 4조는 유고슬라비아, 서독, 알바니아가 속해 있었다. 유고슬라비아는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한을 풀고자 하였고, 서독은 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한 여세를 몰아가려고 하였다. 이들의 최종 순위는 동네북 신세였던 알바니아가 결정해 주었다. 서독과 알바니아의 마지막 경기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유고슬라비아는 3승 1패를 기록하고 있었고, 서독은 2승 1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서독이 알바니아를 이길 경우 골득실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서독으로서는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었다. 알바니아는 세 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고 12점이나 실점한 팀이었다. 누가 보아도 서독이 이기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알바니아가 예상외로 서독과 비기는 바람에 유고슬라비아가 8강에 진출하게 되었다.


예선 5조에서는 올림픽 챔피언 헝가리가 베네와 파르카스를 앞세워 4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동독, 네덜란드, 덴마크를 따돌리고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네덜란드는 2승 1무 3패를 기록하여 동독(3승 1무 2패)에 이어 3위를 차지했지만, 후에 토탈사커를 전 세계에 알리는 영웅 요한 크루이프가 두 골을 넣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예선 6조에서는 월드컵에서 북한에게 일격을 당하며 충격을 입었던 이탈리아가 5승 1무의 성적으로 루마니아(3승 3패), 스위스(2승 1무 3패), 키프로스(1승 5패)를 일찌감치 따돌리며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예선 7조에서는 프랑스가 4승 1무 1패를 기록하여 벨기에(3승 1무 2패), 폴란드(3승 1무 2패), 룩셈부르크(1무 5패)를 따돌리고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벨기에로서는 프랑스에게는 1승 1무로 우위를 지켰지만 폴란드에게 2패를 당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예선 8조는 영국에 속한 네 개의 팀이 ‘영국선수권대회’로 겸해서 진행되었다. 이 대회에서 잉글랜드가 4승 1무 1패를 기록하여 스코틀랜드(3승 2무 1패), 웨일즈(1승 2무 3패), 북아일랜드(1승 1무 4패)를 따돌리고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에게 1승 1무로 우위를 지켰지만 북아일랜드에게 1-0으로 일격을 당하는 바람에 승점에서 1점 뒤져 2위에 머물렀다.


# 8강 토너먼트


불가리아와 이탈리아의 경기에서는 양 팀이 1승 1패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이탈리아가 골득실에서 앞서 4강에 진출하게 되었다.


소련 역시 헝가리와 1승 1패를 기록했는데, 골득실에서 우세하여 4강 진출에 성공하였다. 소련은 세 번 연속으로 4강 진출에 성공하며 유럽 축구의 강자로 확실히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1966년 월드컵 우승국인 잉글랜드는 우승의 주역들이 활약하며 디팬딩 챔피언 스페인을 2승(1-0, 2-1)으로 제압하고 4강에 합류했다.


유고슬라비아는 프랑스와 대결하였는데, 적지에서 무승부를 기록하고(1-1), 홈에서 5-1로 대승을 거두며 4강에 합류했다.


이로써 4강은 동유럽에서 2팀(소련, 유고슬라비아), 서유럽에서 2팀(잉글랜드, 이탈리아)이 진출하며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용적인 면에서 봤을 때 동유럽의 축구는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가지고 서유럽의 국가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 행운의 유럽챔피언 이탈리아


1966년 월드컵에서 아시아의 북한에게 패하고 조별리그 탈락의 쓴잔을 마셨던 이탈리아는 6월 5일, 4강에서 소련을 상대로 0-0 무승부를 기록하였는데, 동전던지기로 승자가 되어 결승에 진출하는 행운을 얻었다.


한편 같은 날 벌어진 잉글랜드와 유고슬라비아와의 준결승은 Dragan Džajić이 후반 종료를 얼마남겨놓지 않고 결승골을 뽑아낸 유고슬라비아의 승리로 끝났다.


6월 8일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와 유고슬라비아는 1-1로 비긴 후에 6월 10일에 재경기를 가졌는데, 이탈리아가 2-0으로 승리하고 유럽챔피언에 오르며 월드컵에서의 충격을 어느 정도 보상받을 수 있었다.


6월 8일에 거행된 잉글랜드와 소련의 3-4위전은 바비 찰튼과 허스트가 전 후반에 각각 한골을 넣은 잉글랜드가 승리하고 3위를 차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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