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우리는 실력과 함께 운도 갖추었다..."
[8강전] 이탈리아 vs 우크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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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 3초를 남겨놓고 기적의 페널티킥을 얻어 호주를 1대 0으로 물리친 이탈리아로서는 심판의 도움으로 8강에 진출했다는 비난을 막기 위해 제물이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이탈리아로서는 비교적 쉬운 상대로 여겨지는 우크라이나와 8강에서 격돌하게 되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걸출한 득점기계 솁첸코가 버티고 있지만, 축구는 혼자서 하는 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이탈리아보다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지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스페인에게 0대 4의 치욕의 패배를 당하면서 자존심을 구겼지만 이후 경기력이 살아나서 조별리그를 2승 1패로 통과하고 16강전에서 오심 혜택의 논란을 받고 있는 스위스와의 연장 혈투 끝에 승부차기로 꺾고 8강에 올랐습니다.

이미 4강에 오른 독일의 파트너를 결정하기 위한 경기가 7월 1일 오전 4시에 함부르크에서 펼쳐졌습니다. 이탈리아로서는 16강전에서 심판의 절대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연장에서 호주에게 무릎을 꿇었을지도 모르는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월등한 경기를 보여주어야 전 세계 축구팬들의 따가운 시선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것이 오히려 승리에 대한 지나친 부담감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로서는 첫 출전에 8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룩했기 때문에 조금 부담감은 덜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득점기계 솁첸코로서는 8강에 만족할 수 없었을 것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탈리아의 우세 속에 우크라이나의 선전을 기대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선취골을 넣으며 산뜻한 출발을 했습니다. 전반 6분경 이탈리아는 수비수 참브로타의 중거리슛으로 1대 0으로 앞서기 시작한 이탈리아로서는 전통의 빗장수비가 우크라이나의 맹공을 효과적으로 막아내었습니다.

우크라이나로서는 실점을 만회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지만 이탈리아의 빗장수비와 부폰 골키퍼에게 번번히 막히며 전반전을 1대 0으로 뒤진채 후반전을 맞이했습니다. 후반전에서도 계속해서 동점골을 넣기 위한 노력을 시도했지만 우크라이나의 공격수에게는 지독하게 운이 따르지 않았고, 이탈리아의 수비수와 골키퍼에게는 지독하게 운이 따랐습니다.

결국 빗장수비로 후방이 든든한 이탈리아가 후반 13분과 23분에 루카 토니의 연속골로 3대 0으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6대 4의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골결정력을 살리지 못한 우크라이나로서는 8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탈리아는 4강에서 아르헨티나를 꺾고 올라온 독일과 결승 진출을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탈리아가 4강에 진출할 실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동안의 과정 속에서 행운이 많이 따른 것은 사실입니다. 이러한 행운이 결승까지 계속될 것인지 앞으로의 경기를 관심있게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2006년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실력과 함께 행운도 갖춘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호주가 종료직전 페널티킥을 허용하지 않았더라면 히딩크의 4강 신화는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지켜본 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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