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신정아 사건으로 돌파구를 만들어라
신정아 사건으로 이명박 의혹까지 한꺼번에 해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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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톱 용어에 ‘작전뻑’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당장은 손해로 보이지만 결국은 두 배 이상의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신념을 담고 있는 전략이다.

 

신정아 사건이 터지면서 참여정부에게 흠집을 잡기 위해 안달을 하던 언론들은 그야말로 천금같은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동안 착실하게 공략해서 지지도를 많이 하락시켰지만 이번에 공세를 늦추지 않고 강하게 밀어붙이면 자신들이 바라던 꿈의 세상(정권 탈환)을 더욱 손쉽게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에 이명박 후보의 지지도가 약간 주춤해지면서, 수많은 의혹이 아직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우려가 있는 가운데 술자리에서 접대부 고르는 방법에 대한 비공개 특강이 언론에 노출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와 몇몇 인터넷 포털에서 약간 이슈가 되긴 했지만 조중동이 침묵하는 가운데 다행스럽게도 국민들은 여전히 신정아 사건에 집중하고 있다. 예상치 못했지만 갑자기 터진 안정환 사건 역시 얼마나 고마웠던가? 뭐니뭐니해도 당내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밀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여론이 아프가니스탄 피랍자에게 집중되면서 간신히 이길 수 있었던 것도 기억에 생생할 것이다.

 

신정아 사건을 가지고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연일 대여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만약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의 대선 승리 당시의 배짱을 갖고 있다면 이번 사건을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돌파해야 할 것이다.

 

우선 청와대와 대통령은 이번 신정아 사건을 그야말로 한 점 의혹 없이 모조리 드러내는 데 적극 협조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어쩌면 언론이 쓴 소설의 일부가 사실로 드러날지도 모른다. 변양균 말고 다른 청와대 실세까지 불똥이 튈지도 모른다. 그러한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의혹을 밝히려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그동안 이명박 후보에게 제기되었던 많은 의혹에 대해서 동등하게 검찰 조사를 하도록 제안해야 한다. 그야말로 양쪽의 의혹에 대해서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도록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만약 신정아 사건이 흐지부지 마무리되면서 대통령 선거가 한나라당의 승리가 된다면 참여정부 관계자들은 정권을 한나라당에게 헌사했다는 이미지를 벗을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철저한 조사를 통해서 청와대 관련자 몇 사람이 다치면서 참여정부의 정통성과 진실성을 되찾는다면 국민들은 다시금 참여정부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감추면 감출수록 더 큰 의혹으로 부풀려지기 마련이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조사도 진행한 국가기관이니 변양균 씨에 대한 조사를 못하란 법 없다. 국가기밀? 웃기는 소리다. 국가기밀 누설이 무서워서 수색영장을 기각하는 것은 그야말로 코메디다.

 

다시 한번 당부한다. 신정아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약속함과 동시에 이명박 후보에 대한 의혹도 철저하게 수사할 것을 약속하라. 만약 청와대가 한점 부끄럼이 없다면 수사를 통해서 결백을 증명하니 좋고, 이명박 후보가 한점 부끄럼이 없다면 수사에 철저하게 협조해서 결백을 증명하니 좋고, 국민들은 진실을 알아서 좋으니... 이것을 두고 바로 일석 삼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청와대, 지금 필요한 것은 뭐? 
도덕성에 타격을 받았지만, 정직성에는 타격을 받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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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스카잔차키스의 <전쟁과 신부>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그리스의 내전 당시 혁명군의 드라코스가 한때 자신이 상관으로 모신 바 있었던 정부군의 장교를 포로로 잡은 뒤에 그를 바라보며 생각한 내용이다.

 

드라코스는 감탄하면서, 연민을 느끼면서, 두려움을 느끼면서 그를 지켜보았다. 이 사람이 알바이나 산악 지역에서 어디를 가나 그 이름을 떨쳤던 용감하고, 과묵하고, 콧수염이 새카맣던 바로 그 용사였던가? 그런 기백을 지닌 사람들이 우리 편이 아니라니, 그 얼마나 안타깝고, 그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드라코스는 생각했다. 모든 미덕은 우리 편의 투사들이 갖춰야 하고, 모든 비겁함과 불명예는 적이 갖춰야 할 요소들이었다. 하지만 우리들 가운데 정직하지 못하고 비겁한 사람들이 더 많았으며, 상대편에는 용감한 자들이 더 많았다. 내 생각에는 하나님이 카드를 잘못 쳐서 나눠 주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모두 뒤죽박죽이 되어 있어서...

 

<최후의 유혹>, <그리스인 조르바>로 알려져 있는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만약 그가 그리스어가 아닌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태어났더라면 충분히 노벨상을 탔을 것이고, 더 뛰어난 평가를 받았지도 모른다.

 

<전쟁과 신부>에서 드라코스가 생각하는 이상과 현실과의 거리감은 아마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현실이다.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 내가 지지하는 정치 집단은 그야말로 도덕적으로 순결하고 좋은 미덕을 갖추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들 역시 수많은 비리에 자유롭지 못하고 오히려 더 추악한 모습을 그 내면에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신정아 사건으로 참여정부의 도덕성은 다시 한번 도마위에 올랐다. 한 개인이 잘못한 일이지만 언론은 이 사실을 빌미로 참여정부의 도덕성을 문제삼기 시작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고 한다. 호시탐탐 참여정부의 약점을 노리던 자들에게는 그야말로 더할나위없는 기회가 된 것이다.

 

한 개인의 사적인 연애담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이 아니다. 참여정부의 핵심으로 활동하던 사람의 개인적인 연애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사회에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자신이 한 집단을 대표하는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그 자신의 행동이 그 집단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 군부독재를 벗어나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를 구성하는 소위 민주화세력들은 그동안 권력을 차지한 이후에 어떤 모습을 보여왔을까? 물론 긍정적인 측면이 많이 있겠지만 오늘날 낮은 지지율과 반대적으로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상승한 것에 책임이 없을까?

 

변양균 이외에 또 다른 실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것은 물론 악의적인 루머를 퍼뜨리는 사람들의 책임도 있겠지만 그러한 루머가 그럴듯하게 받아들여지도록 보인 정부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물론 청와대는 여기에 대해서 자신들도 희생양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변양균이라는 한 사람에게 철저하게 속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해서 청와대는 진심으로 국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신정아 사건이 급물살을 타면서 언론은 과거에 노무현 대통령이 변양균을 비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것을 물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자신이 선택한 사람을 끝까지 믿어주는 것이 지도자로서 보여주어야 할 모습이다. 그런데 그것은 사건의 실체를 모르는 상황에서 했던 말이기 때문에 그 때 무슨 말을 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떠한 행동을 보이는 가가 중요한 것이라로 할 수 있다.

 

비록 지지율이 저조하다고 하더라도 노무현 대통령은 아직까지 대한민국을 다스리는 최고 통치권자이다. 그는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고 취임하기 전까지는 엄연하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도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청와대 관계자가 신정아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것은 철저하게 조사하고 일벌백계를 해야 한다. 그가 이번 신정아 사건에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고 하더라도 그가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 선택한 사람의 도덕적 결함이 청와대 전체에 대한 위상에도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자신의 편에는 한없이 너그럽고 상대방에게 비판적인 사람은 지도자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현 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까지 어떠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믿어주고 지지해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은 끝까지 성역없이 수사를 하도록 독려해야 할 것이다. 참여정부의 핵심이라는 작자가 개인적인 이해관계로 인해서 사회에 물의를 일으켰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변함없이 현 정부를 지지한 사람들을 무시해도 철저하게 무시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아니라고 거리감을 두기 이전에 그야말로 철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그나마 지금까지 현 정부를 끝까지 믿어준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생각한다.

 

현재 언론에서 루머일지 모르겠지만 변양균보다 더한 실체가 있다는 말을 공공연히 떠들고 있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더 이상의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끝내기보다는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면 더더욱 끝까지 수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언론이 거짓을 말하는지 청와대가 거짓을 은폐하고 있는지 끝까지 밝혀야 할 것이다. 뜨뜻미지근한 수사로 국민들에게 의혹과 의심을 남겨주지 말고 차라리 잘못한 일이 있다면 깨끗하게 고백하는 정직한 모습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정치권은 다같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상대방을 비판하기 이전에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비리에 자신이 연루되어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제기된 의혹이 단순한 소설이고 사실이 아니라고 무조건 부인하는 것만이 옳은 것은 아니다. 철저하게 규명하고, 잘못이 드러난다면 철저하게 사과하는 당당한 모습이 필요한 것이다.

 

과거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유력한 대권 후보로 급부상했던 게리 하트는 정직하지 못했기 때문에 선택되지 못하고 영영 정치계를 떠나야 했다. 미국의 대통령도 도덕성보다는 정직성에 더 큰 비중을 둔다고 생각한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요즘 정치인들은 자신은 전혀 먼지가 나지 않는 사람이라고 떠들고 있다. 그리고 그 먼지에 대해서 조사하려고 하면 정치공작이나, 음해다라고 게거품을 물고 있다. 그리고 일단 검찰에서 증거를 포착하기 이전까지는 무조건 아니라고 거짓말을 한다. 이것이 한국의 정치 현실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똥 묻은 개들이 판을 치는 현실이 오늘날의 한국 정치판인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도덕적으로 깨끗한 모습을 보이는 정치인이 우리나라의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한걸음 양보하자면 도덕적으로 깨끗하지는 못하더라도 정직한 지도자라면 국민들의 지도자가 될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거짓으로 자신을 포장한 지도자는 결코 국민들의 지도자가 될 수 없다. 그러한 사람이 지도자가 되는 순간 대한민국의 미래는 고사하고 현재조차도 불행에 처할 것이다. 도덕적 결함 때문에 국민들에게 버림을 받을 것이 두려워서 거짓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있는 정치인들은 결국 국민들에게 영원히 외면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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