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야기 39] 칠레, 홈그라운드의 이점으로 4강 신화를 이룩하다
[제7회 월드컵] 개최국의 이점을 충분히 살린 칠레의 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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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레, 개최국의 이점을 살리다
월드컵 개최국은 개최국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특권들이 있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그 어느 대회보다 중요하게 작용하는 축구 대회에서 월드컵을 개최한다는 것은 자신의 실력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역대 월드컵에서 개최국은 최소한 조별리그를 통과했는데, 비교적 약체로 꼽히던 스위스가 1954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하였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일본과 한국이 나란히 조별리그를 통과했고 한국은 내친김에 4강까지 내달린 적이 있다.
1962년 제7회 월드컵을 개최한 칠레 역시, 개최국의 이점을 충분히 살리며 조별리그 통과와 그 이상의 성적을 노리고 있었다.
FIFA의 회원국들에게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월드컵을 개최해야 한다”는 호소가 먹히며 개최권을 획득한 칠레는 정작 월드컵이 개최되자 다른 것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자신들의 팀이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것에 총력을 기울였다. 관중들은 편파적인 응원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개최국의 이점으로 파울이 난무해도 아량으로 용서받은 칠레의 경기는 두고두고 오점으로 남고 있다.
# 조별리그
칠레는 서독, 스위스, 이탈리아와 한 조가 되었다. 스위스가 약체라고 하지만 이탈리아와 서독은 월드컵 우승까지도 경험한 저력이 있는 팀이었다. 칠레로서는 첫 경기인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조별리그 통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칠레가 조별리그 통과를 노리는 만큼 나머지 세 팀 역시 조별리그 통과를 1차적인 목표로 삼고 있었기 때문에 조별리그는 상당히 거칠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칠레는 스위스와의 첫 경기에서 의외로 고전하기 시작했다. 스위스가 먼저 한 골을 넣으며 앞서기 시작했다. 칠레의 선수들은 승리하기 위해서 거칠게 스위스를 몰아붙였고, 심판의 판정 역시 칠레에게 유리하게 적용되었다. 결국 칠레는 3-1로 스위스에게 승리하며 1승을 거두었다.
칠레의 두 번째 상대는 이탈리아였는데, 이 경기는 훗날 ‘산티아고의 전투’로 알려진 월드컵의 폭력적인 경기 중의 하나가 된다. 경기 전부터 신경전이 날카로웠는데 이탈리아의 기자는 칠레에 대한 혹평의 기사를 써서 칠레의 국민들을 흥분시켰다.
칠레의 거친 공격에 맞서서 이탈리아 역시 ‘이에는 이’로 대항했는데, 결국 경기는 2-0으로 칠레가 승리했지만 진정한 승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칠레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충분히 살리며 승리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서독으로서는 2승으로 준준결승 진출이 확정된 칠레를 만난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만약 그때까지 준준결승 진출을 장담하기 힘들었다면 제2의 ‘산티아고의 전투’의 희생자는 서독이 되었을 것이다. 칠레는 서독에게 2-0으로 패했지만 이미 준준결승 진출이 확정되었기 때문에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손뼉도 맞부딪쳐야 소리가 난다고 칠레 혼자서 거친 경기를 독점한 것이 아니었다. 상대팀들 역시 승리를 위해서 상대를 넘어뜨리는 반칙을 서슴없이 저질렀다. 어쩌면 칠레가 개최국이고 조별리그를 통과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심했다는 말을 듣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하튼 칠레 대회는 유럽과 남미의 자존심이 걸린 대회였는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조별리그가 치러졌고, 그만큼 거친 플레이가 난무한 대회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조금 떨어지는 칠레가 개최국의 이점을 살리며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이 자리잡고 있었다.
# 칠레, 홈그라운드의 텃세로 얻은 4강 신화
칠레의 준준결승 상대는 유럽챔피언(1960년 유럽선수권대회 우승국) 소련이었다. 소련은 전설적인 골키퍼 야신이 버티고 있었는데, 유고슬라비아를 2-0으로 제압하고 남미의 우루과이(2-1), 콜롬비아(4-4)를 따돌리고 조 1위로 준준결승에 진출했다.
당시에 소련은 남미 축구를 격파할 수 있는 유력한 유럽의 강자로 주목을 받고 있는 팀으로, 4년 전에 비해서 전력이 한층 강화된 팀이었다. 브라질이 조별리그에서 펠레가 부상으로 앞으로의 경기 출전이 불투명해지면서 소련이 칠레를 꺾는다면 브라질도 우승을 장담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러나 소련은 개최국 칠레에게 1-2로 패하고 준준결승에서 탈락하고 만다. 전설의 골키퍼 야신은 올림픽과 유럽선수권대회 우승에 이어 월드컵에도 도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8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소련을 꺾은 칠레의 준결승 상대는 최강 브라질이었다. 칠레의 국민들은 혹시나 자신의 팀이 브라질을 꺾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경기장을 찾았지만 브라질은 상대가 개최국의 이점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승리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결국 칠레는 2-4로 패하고 3-4위전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칠레로서는 실력에 비해서 월드컵 4강에 진출한 것은 대단한 성공이라고 생각하면서 브라질이 결승에 오른 것에 불만을 품지 않았다.
칠레는 3-4위전에서 유고슬라비아를 1-0으로 제압하며 3위를 차지했다. 칠레로서는 자신들의 실력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다. 그들이 만난 유럽의 국가들 중에 서독을 제외한 스위스, 이탈리아, 소련, 유고슬라비아가 무릎을 꿇었다.
개최국으로서 얻은 귀중한 4강(3위)이었지만, 역사는 칠레가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개최국이라는 장점을 충분히 살린 결과였고, 그들의 진정한 실력은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축구 경기에서 승리를 위해서는 적당한 파울은 이미 필요한 수준이 되었고,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서 수비가 훌륭한 팀도 되고, 비열한 파울을 저지른 팀으로 찍히기도 한다.
칠레가 개최국으로 얻은 4강의 신화는 많은 축구팬들이 ‘홈그라운드의 텃세’가 많이 작용한 결과라고 낙인을 찍었다. 칠레로서는 그 4강의 신화에 자신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 작용했는지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그들에게 남겨진 숙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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