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주몽>이 동북공정에 맞써 싸우는 선봉장이 될 수 있을까?
<주몽>을 통하여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항한다는 최완규 작가의 인터뷰를 보고...

=-=-=-=-=-=-=-=-=-=-=

“최완규 작가님, 중국의 동북공정이 무엇인지는 아시나요?”

최근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고조선, 고구려, 심지어 발해까지도 자기의 역사에 편입시키는 중국의 만행에 대해서 현재 최고의 시청율을 기록하고 있는 사극 <주몽>의 작가의 인터뷰가 인터넷에 올랐다.

최완규 작가는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현재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해서 드라마 <주몽>을 통해서 반박하겠다고 밝혔다.

[최완규 “中역사왜곡 ‘주몽’통해 밝히겠다” , 마이데일리 9월 5일]
“부여, 고구려 자체를 부정하는 중국의 역사왜곡의 동북공정 내용을 접하면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MBC월화 사극‘주몽’의 전개 내용과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을 주장한 내용이 정면 배치됩니다. 앞으로 전개될 ‘주몽’의 고구려 건국과정을 통해 중국의 동북공정의 역사왜곡에 대해 자연스럽게 반박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작가가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해서 분노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드라마 <주몽>을 시청하면서 느끼는 역사 왜곡이 점차 심해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작가의 인터뷰 내용 자체에 대해서 약간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작가가 앞으로 ‘반박하리라’ 밝혔지만 드라마 자체가 우리나라의 역사를 허구적 상상력으로 많은 부분 수정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드라마 <주몽>이 오히려 중국의 동북공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근거가 희박하다는 네티즌의 주장도 있다. 그러나 최근 ‘동북공정’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에서 드라마 <주몽>을 높이 평가하고 꼭 봐야 할 한국 명작 드라마 1위로 선정했다는 사실은, 드라마 <주몽>에서 전개되는 이야기가 중국인의 입맛에도 특별하게 거슬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주몽', 동북공정의 中 언론서 '최고명작' 평가, 마이데일리 9월 3일]
베이징서 발행되는 신징바오(新京報)는 '중국인들이 보고 실망하지 않을' 올해 최고의 한국드라마로 '주몽'을 꼽으면서, 내용 소개에 한국서의 인기도를 곁들여 전하며 작품성도 높이 평가했다... 이어 “단군이 건립한 고조선 멸망 후 유민들은 분열과 전쟁의 참혹 속에서 4개 부족국가로 흩어진다”, “고조선 영토위에서 고조선 유민 해모수(주몽 부친)가 적군에 필사적으로 대항하지만 결국 철기병 앞에 무너진다”며 주몽의 등장 배경을 풀어나갔다.

중국의 언론에 비치는 드라마 <주몽>이 중국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해될까? 드라마 <주몽>은 친절하게도 한사군의 일부인 현도군에게 굽신거리는 부여, 한나라 철기병의 맹활약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다가 철제무기의 비밀을 어렵게 입수한 후에 독립운동(?)을 하듯 한나라에게 저항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것은 중국이 원래 주변국들보다 우월했다는 중국인들의 기본적인 사상(중화사상)을 기본으로 깔고 있기 때문에 비위에 거슬리지 않고 오히려 크게 환영할만한 내용이다.

60부작으로 기획한 드라마 <주몽>이 반환점을 돌았지만, 아직도 드라마 <주몽>에서 말하는 역사가 올바른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물론 드라마의 전개가 빠르고 재미있지만, 그것을 역사로 받아들이기에는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 절반을 끝낸 드라마에서 무수한 역사적 왜곡을 단지 극적 재미를 위한 픽션을 가미했다고 말하는 작가의 역사를 보는 눈에 대해서 일부 네티즌들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작가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한 픽션’의 한계를 어디까지 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 드라마 <주몽>에는 허구적 상상력이 너무 풍부하게 가미되는 바람에 역사적 내용을 다룬 사극이라는 이미지가 많은 부분 상실된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후의 절반에서 드라마 <주몽>이 동북공정에 맞서 싸우는 선봉장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그것은 지난번 드라마 내용 중에 한나라와 일전을 각오하는 금와에게 선봉장이 되겠다고 나서는 영포 왕자의 발언처럼 엉뚱한 상황일수도 있다.

물론 드라마 <주몽>이 고구려에 대한 존재를 일깨워준 것은 상당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절반을 달려온 드라마의 역사 왜곡 상황을 고려할 때,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는 선봉장을 맡기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오히려 <연개소문>이나 <대조영>에게 기대를 거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역사 드라마는 아무리 허구적 상상력을 발휘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알려진 역사적 상황을 무시하고 새롭게 써서는 안되는 것이다. 소서노가 일찍 주몽을 만나서 사랑을 했다던가, 후에 부여의 왕으로 고구려를 위협한 대소가 현도군 태수와 거래하는 등의 기록은 자칫 잘못하면 역사적으로 왜곡된 시각을 시청자들에게 줄 수 있다.

이미 주몽 드라마 자체가 역사를 왜곡하면서, 중국의 역사 왜곡을 나무란다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오십보 백보’라는 고사성어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

오마이뉴스, 한겨레, 미디어다음, 시골아이고향, U포터뉴스에도 올립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