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조별리그 D조 돌아보기...
톱시드 멕시코 천신만고 끝에 16강 진출...

=-=-=-=-=-=-=

D조는 북중미의 멕시코, 유럽의 포르투칼, 아프리카의 앙골라, 아시아의 이란이 16강 진출을 놓고 격돌하였습니다. 톱시드를 배정받은 멕시코가 비교적 약체로 평가되면서 전반적으로 D조의 중량감이 16강에서 만날 죽음의 C조보다 다소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월드컵에 단골손님으로 참가하는 멕시코가 톱시드 배정의 실력을 증명해야 할 입장이라면, 포르투칼로서는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다가 16강도 진출하지 못한 수모를 씻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었습니다. 이들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은 약간 떨어지지만 나름대로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대표하는 팀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앙골라와 이란의 선전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조별리그로 예상되었습니다.

6월 12일 오전 1시, 멕시코는 아시아의 강호 이란과 첫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전반전을 1대 1로 마무리한 멕시코는 후반 들어서 점차 공격을 주도해 나갔으며,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수비에 허점을 보이는 후반 30분 이후에 두골을 몰아넣어 3대 1로 기분좋은 출발을 하였습니다.

6월 12일 오전 4시, 포르투칼과 앙골라의 경기는 나름대로 경기외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하였습니다. 포르투칼에게 400년간 식민통치를 받았던 앙골라로서는 4년전 세네갈이 식민통치를 받았던 프랑스를 격파했던 것을 상기하며 새로운 이변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뛰었습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전반 3분에 이미 포르투칼의 편이 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전혀 위축되지 않고 대등한 경기를 펼친 앙골라였지만 전반에 실점한 한골을 끝내 만회하지 못하고 0대 1로 아쉬운 패배를 당하게 됩니다.

6월 17일 오전 4시, 멕시코는 앙골라와 접전 끝에 0대 0의 무승부를 기록합니다. 이날의 무승부는 앙골라의 골키퍼 히카르누의 눈부신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앙골라에게 첫 승점을 안긴 앙골라의 골키퍼 히카르누가 소속팀이 없는 실업자라는 사실은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재미있는 화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6월 17일 오후 10시, 포르투칼과 이란의 경기에서는 브라질 출신으로 축구를 위해서 포르투칼인이 된 데쿠의 활약에 힘입어 포르투칼이 2대 0으로 승리를 하고 16강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 동시에 이란은 2패로 탈락이 확정되었습니다.

포르투칼과 마지막 경기를 남겨둔 멕시코는 1승 1무를 기록하고 있었고, 이란과 마지막 경기를 남겨둔 앙골라는 1무 1패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경기 결과에 따라서 16강 진출과 탈락이 확정되기 때문에 두 팀은 서로 상대방의 경기에 주목하면서 경기에 임했습니다.

6월 21일 오후 11시, 포르투칼을 상대한 멕시코가 자력으로 16강에 오르려면 포르투칼에게 최소한 비겨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있었습니다. 만약 멕시코가 포르투칼에게 덜미를 잡히고 앙골라가 이란을 잡는다면 복잡한 골득실로 따져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심리적 부담감은 곧바로 스코어로 나타났고, 멕시코는 초반에 먼저 두골을 빼앗기고 한골을 만회하여 전반전을 1대 2로 뒤진채로 마무리했습니다. 동점을 향한 멕시코의 집념은 후반 초반에 페널티킥을 얻었지만 브라보가 공을 허공에 날리면서 실축하는 바람에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습니다.

후반 16분 멕시코의 루이스 페레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면서 멕시코의 상황은 더욱 절망적으로 변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후반 15분경 앙골라가 이란에게 한골 앞서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날아왔습니다.

숫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멕시코는 동점골을 넣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1대 2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다른 경기장에서 1대 0으로 뒤지던 이란이 동점에 성공하고 결국 1대 1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멕시코는 조 2위로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행운을 얻게 되었습니다.

D조에서 1위를 기록한 포르투칼은 C조의 2위인 네덜란드와 16강에서 만나게 되었고, 천신만고 끝에 D조 2위를 차지한 멕시코는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와 8강 진출을 놓고 겨루게 되었습니다.

D조에서 비록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끝까지 멕시코의 16강 진출의 걸림돌이 되었던 앙골라의 선전은 많은 축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앙골라로서는 이미 2패로 16강 진출이 좌절된 이란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것을 원망해야 했습니다.

▲ 조별리그 D조 결과
ⓒ 네이버
월드컵 조별리그 C조 돌아보기...
코트디부아르와 세르비아의 혹독한 신고식...

=-=-=-=-=-=-=

C조를 두고 전문가들은 전통의 강팀과 떠오르는 신흥 강호의 대결로 보았습니다. 흔히 죽음이 조라고 일컬어지는 C조에는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 토탈사커의 대명사 네덜란드, 지역예선 최소 실점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유럽 빅리그 출신으로 무장된 아프리카의 강호 코트디부아르가 속해 있었습니다.

세계의 축구팬들은 ‘죽음의 조’에 편성된 팀들 중에서 어떤 팀이 살아남을 것이고 어떤 팀이 탈락할 것인가에 대해서 다양한 분석을 시도했습니다. 대부분 죽음의 조에 속한 팀들간의 경기는 그다지 큰 점수가 나지 않기 때문에 수비력이 우수한 팀이 유리하다는 전망도 있었고, 경험과 관록이 패기를 누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습니다.

50%의 생존게임의 첫 스타트는 6월 11일 오전 4시에 아르헨티나와 코트디부아르의 경기였습니다. 이 경기에서 아르헨티나는 전반 24분에 크레스포가, 37분에 사이올라가 골을 성공시켜 2대 0으로 앞서나갔습니다. 후반 들어서 아르헨티나는 리켈메의 경기 운영에 힘입어 드로그바가 후반 37분에 넣은 만회골 이후 더 이상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아 2대 1로 승리를 거두며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습니다.

6월 11일 오후 10시, 토탈사커의 네덜란드가 아르연 로번의 활약으로 밀로세비치가 분전한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를 1대 0으로 제압하며 귀중한 승점 3점을 얻었습니다.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는 첫 출전 첫 경기치고는 나름대로 선전하여 다음 경기를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6월 16일 오후 10시, 아르헨티나와 만난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는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6대 0이라는 엄청난 스코어 차이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전반에만 세골을 넣은 아르헨티나의 파상공격에 지역예선 최소실점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는 맥없이 무너졌으며, 결국 ‘지역예선과 본선은 확실히 다르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이 경기를 이김으로 2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

6월 17일 오전 1시, 네덜란드는 아프리카의 복병 코트디부아르를 만나 힘든 경기를 펼쳤지만 2대 1로 승리를 거두며 2승으로 아르헨티나와 마찬가지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 코트디부아르는 나름대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아르헨티나전과 마찬가지로 초반 실점이 아쉬움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예상외로 너무 쉽게 16강 진출팀이 가려진 ‘죽음의 조’인 C조의 마지막 경기는 각자의 자존심 대결로 관심을 모았습니다. 6월 22일 오전 4시,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가 조 수위를 놓고 격돌하였으나 양 팀은 16강전을 대비하며 이렇다할 모험을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양팀은 0대 0으로 비겼으며 골득실을 따져 아르헨티나가 1위를, 네덜란드가 2위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시간대에 진행된 코트디부아르와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의 경기는 비교적 화끈한 경기로 진행되었습니다. 양팀 모두 주전 공격수(케주만, 드로그바)가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활발한 경기를 펼치며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였습니다. 코트디부아르는 먼저 두골을 빼앗겼지만(전반 10분, 전반 20분), 전반 37분에 페널티킥으로 한점 따라붙었으며, 후반전에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의 알베르트 나지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이후에는 더욱 그라운드를 장악하면서 공격을 주도해 나갔고 결국 후반 22분 동점골을 성공시켰고, 후반 41분에 얻은 페널티킥으로 월드컵 첫승을 통쾌한 역전승으로 장식하였습니다.

전통의 강호와 신흥 강호가 만난 죽음의 조는 비교적 싱겁게 16강 진출팀이 판가름났습니다. C조의 경기를 통해서 우리들은 지역예선과 본선이 전혀 다른 분위기라는 사실을 인식하였고, 관록과 경험이 월드컵 본선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는 지역예선에서 최소 실점으로 막강한 수비력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총 10골을 허용하는 수모를 당하면서 3패를 기록하였고, 유럽의 빅리그 출신들을 대거 기용한 코트디부아르는 경험 부족으로 인하여 초반 실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였습니다.

이미 조별리그 결과가 나왔지만, 만약 코트디부아르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가 다른 조에 속했거나 비교적 약한 팀들과 첫 경기를 치렀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코트디부아르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로서는 월드컵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조별리그 C조 최종 결과
ⓒ 네이버

 

=-=-=-=-=-=-=

 

오마이뉴스, 한겨레, 시골아이고향에도 올립니다.

월드컵 조별리그 B조 돌아보기...
1위 잉글랜드, 2위 스웨덴

=-=-=-=-=-=-=

B조는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와 함께, 북유럽의 강호 스웨덴, 남미의 파라과이, 북중미의 트리니다드토바고가 격돌했습니다. 잉글랜드는 자타가 인정하는 강력한 우승후보의 스타군단으로 16강 진출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58년 이후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스웨덴(4무 7패)이 2002년 한일월드컵에 이어서 같은 조에 속했다는 것이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바이킹 군단 스웨덴은 지역예선에서는 크로아티아에 이어 조 2위로 본선에 진출한 팀이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파라과이는 스웨덴보다는 다소 뒤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트리니다드토바고는 월드컵 첫 출전이라는 부담감을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의 과제로 주어졌습니다.

6월 10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잉글랜드는 파라과이와 만났습니다. 당초 잉글랜드의 낙승이 예상되었지만 잉글랜드로서는 아쉬운 1대 0의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날 파라과이는 전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실점 이후에 잉글랜드보다 강한 집중력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었습니다.

다음으로는 6월 11일 오전 1시, 스웨덴과 트리니다드토바고가 격돌하였습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교된 이날의 경기에서 스웨덴은 압도적인 분위기로 계속해서 트리니다드토바고를 몰아붙였지만, 트리니다드토바고의 골키퍼(히즐롭)의 신들린 선방에 무승부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승점 1점씩을 얻었지만 스웨덴은 초상집 분위기였고, 트리니다드토바고는 잔치집 분위기를 보여주었습니다.

6월 16일 오전 1시, 잉글랜드는 트리니다드토바고를 맞이해서 후반 35분이 넘도록 득점에 성공하지 못하는 답답한 경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날도 트리니다드토바고의 히즐롭 골키퍼의 선방이 눈부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후반 38분에 장신 스트라이커 크라우치의 헤딩골과 종료 직전 제라드의 중거리슛으로 2대 0의 승리를 거두며 16강 티켓을 확보하였습니다.

6월 16일 오전 4시, 1무의 스웨덴과 1패의 파라과이가 피할 수 없는 일전을 겨루었습니다. 1무의 스웨덴으로서는 첫 경기의 부진을 씻기 위해서, 1패의 파라과이는 지면 탈락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경기에 임했습니다. 경기는 88분동안 0대 0으로 진행되었지만, 마지막 2분을 남겨놓고 승리의 여신은 스웨덴을 선택했고, 융베리의 결승골에 힘입어 1승 1무를 기록한 스웨덴은 16강 고지에 한걸음 다가섰으며, 파라과이는 2패로 탈락이 확정되었습니다.

6월 21일 오전 4시, 잉글랜드와 스웨덴의 경기는 과연 잉글랜드가 스웨덴 무승의 징크스를 탈출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잉그랜드가 전반 34분에 먼저 선제골을 집어 넣었지만, 후반 8분 스웨덴의 알베크가 월드컵 통산 2,000호 골을 성공시키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려 놓았습니다. 후반 39분 제라드의 헤딩골로 다시 한점 앞서나가면서 무승 징크스를 깨는가 싶더니 종료 1분을 남겨놓고 수비수 캠벨의 실수를 놓치지 않은 스웨덴의 라르손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2대 2 무승부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6월 21일 오전 6시, 잉글랜드와 스웨덴이 무승부를 기록하는 순간, 파라과이와 트리니다드토바고의 경기는 파라과이의 2대 0 승리로 끝났습니다. 트리니다드토바고로서는 자신들이 파라과이를 이기고, 잉글랜드가 스웨덴을 이기는 두가지 조건이 충족될 경우에 16강 진출의 한가닥 희망을 가지고 있었지만 두가지 조건은 하나도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트리니다드토바고로서는 2006년 독일월드컵에 처음으로 출전해서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기도 했지만(스웨덴전), 결국 세 경기에서 한골도 넣지 못하며 월드컵의 높은 벽을 실감했습니다. 파라과이는 잉글랜드와 스웨덴을 맞이하여 열심히 싸웠지만 골결정력의 부족으로 일찌감치 2패로 탈락을 확정지은 후에 트리니다드토바고에만 2대 0의 분풀이를 한 결과가 되었습니다.

B조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잉글랜드와 스웨덴이 16강에 진출했습니다. 대체로 16강에 올라갈만한 팀들이 올라갔다는 평가이지만 내용상으로 잉글랜드와 스웨덴이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준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2승 1무로 조 1위를 기록한 잉글랜드는 생각보다 날카로움이 없이 단조로운 공격 패턴을 고집하였습니다. 1승 2무로 조 2위를 기록한 스웨덴 역시 시종일관 답답한 경기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B조의 경기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잉글랜드는 전혀 잉글랜드 답지 않았고, 스웨덴은 전혀 스웨덴 답지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16강전에서 잉글랜드는 에콰도르와, 스웨덴은 독일과 8강 진출을 위한 대결을 펼치게 됩니다. 그리고 세계의 축구팬들은 잉글랜드와 스웨덴이 하루빨리 자기의 모습을 되찾고 진정한 실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별리그 B조 결과


=-=-=-=-=-=-=

 

오마이뉴스, 한겨레, 시골아이고향에도 올립니다.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돌아보기...
독일과 에콰도르의 16강 진출...

=-=-=-=-=-=-=

A조는 개최국 독일과 함께, 북중미의 코스타리카, 동유럽의 폴란드, 남미의 에콰도르가 격돌했습니다. 최근 독일 전차군단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개최국의 이점과 함께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독일이 16강 진출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나머지 한 장의 16강 티켓을 놓고 세팀이 자웅을 겨룰 것이 예상되었습니다.

북중미의 예선이 비교적 쉽다는 견해 때문에 피파랭킹은 코스타리카(21위)보다 낮지만 치열한 유럽 예선에서 살아남은 폴란드(22위)의 16강 진출을 조심스럽게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남미 예선을 통과한 에콰도르는 홈경기에서만 강하다는 이미지를 벗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6월 10일, 월드컵의 개막을 알리는 독일과 코스타리카의 개막전은 독일의 4대 2 승리로 끝났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독일을 이끌었던 발라크가 결장한 상황에서도 독일의 막강한 공격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그러나 코스타리카의 수호신 완초페에게 두 번이나 뚫린 수비는 보완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다음으로 폴란드와 에콰도르가 격돌하였습니다. 에콰도르는 당초의 예상을 뒤엎고 폴란드를 2대 0으로 격파하였습니다. 폴란드는 4년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한국에게 0대 2로 패한 악몽을 다시금 떠올렸으며, 에콰도르는 ‘안방호랑이’라는 불명예를 날려버리는 기분좋은 한판이 되었습니다.

6월 15일, 독일과 폴란드의 경기는 과거 역사적 관계 덕분에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경기였습니다. 비록 전력상으로는 뒤지지만 폴란드로서는 지면 탈락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독일과 맞붙었습니다. 폴란드 출신으로 독일 대표로 뛰고 있는 클로제와 포돌스키에 대한 관심도 컸던 경기였으나, 결과는 독일이 1대 0으로 승리하면서 폴란드는 제일 먼저 16강 탈락이 확정되고 말았습니다.

같은날 벌어진 또 다른 경기는 에콰도르와 코스타리카의 경기였습니다. 에콰도르는 코스타리카의 공격수 완초페를 꽁꽁 묶어두고, 테노리오, 델가도, 카비에데스의 연속골로 3대 0의 승리를 거두며 2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 이 경기의 결과에 따라 이미 2승을 확보한 독일도 16강 진출이 확정되었습니다.

6월 20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는 같은 시간에 시작되었습니다.

이미 16강 진출이 확정된 독일과 에콰도르가 1위와 2위를 가르기 위해서 격돌했는데, 결과는 독일의 3대 0 승리로 비교적 쉽게 끝나버렸습니다. 독일은 16강에서 B조의 1위가 예상되는 잉글랜드를 만나지 않기 위해서 베스트 맴버를 총출동시켰고, 에콰도르는 16강 진출이 확정된 상황에서 정면승부를 하지 않고 주전의 대부분을 쉬도록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미 16강 탈락이 확정된 폴란드와 코스타리카의 경기는 폴란드의 2대 1 역전승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나름대로 전패를 할 수 없다는 비장한 각오로 임한 두 팀은 먼저 선제골을 빼앗긴 폴란드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두골을 넣어 역전승을 거두었습니다.

A조는 2002년 한일월드컵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녹슨 전차군단이라는 평가를 받던 독일이 막상 뚜껑을 열어보았을 때 막강한 화력을 가지고 있음이 확인되었고, 폴란드는 조 2위가 가능하다고 예상되었지만 초반 2패로 일찌감치 16강 탈락을 확정지은 후에 마지막 경기에서 발동이 걸리는 현상을 반복했습니다.

한편으로 에콰도르가 예상을 뒤엎고 16강에 진출한 것은 피파랭킹의 비교를 통해서 전력의 우위를 비교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처럼 첫 경기를 이긴 팀이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다시한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독일의 16강 진출은 누구나 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에콰도르의 16강 진출은 다소 의외라는 견해가 있습니다. 또한 에콰도르가 16강을 넘어 8강 이상의 성적을 낼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그러나 독일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주전 대부분을 아껴둔 에콰도르가 전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을 가정해 볼 때 에콰도르의 선전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 조별리그 A조 결과
ⓒ 네이버

 

=-=-=-=-=-=-=

 

오마이뉴스, 한겨레, 시골아이고향에도 올립니다.

앙골라, "아프리카의 자존심은 우리가 지킨다!"
[비전문가의 월드컵 관전 소감 23] D조, 앙골라 vs 멕시코

=-=-=-=-=-=-=

아프리카에서 2006년 월드컵에 출전한 나라는 토고, 가나, 코트디부아르, 앙골라, 튀니지로 총 5개의 나라입니다. 전통적으로 아프리카에서 강팀으로 분류되는 팀들을 격파하고 본선에 오른 아프리카의 다섯 개 나라에 대해서 본선 진출에 대한 전력은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팀들이지만 월드컵의 경험이 거의 없는 것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경험이 없기 때문에 위기 관리 능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반면 베일에 가려진 팀들이기 때문에 의외의 성적을 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는 것이 처음 출전한 팀들이 가지고 있는 변수 중의 하나입니다.

조별리그 1라운드를 진행한 결과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국가들이 비교적 고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월드컵이라는 커다란 대회에서 ‘경험을 쌓은 팀들이 가지고 있는 관록’이 승패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도 무시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포츠 경기에 있어서 ‘징크스’와 ‘경험’은 경기의 결과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라운드를 진행한 결과, 아프리카에서 본선에 진출한 팀들은 1무(튀니지) 4패의 초라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모두들 상대팀들에게 철저하게 농락당하거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긴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선전하고 밀어붙이기도 했는데,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거둔 것은 실력의 차이도 있겠지만 경험의 차이도 있겠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봅니다.

지역예선에서 나이지리아를 격파하고 올라온 앙골라는 그야말로 국제대회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팀이었습니다. 나이지리아가 세계 축구계에서 아프리카의 돌풍을 주도해 왔기 때문에, 나이지리아를 격파하고 올라온 앙골라가 호락호락하게 당할 팀이 아니라는 사실은 조별리그 첫 경기인 포르투칼과의 경기에서 입증이 되었습니다.

포르투칼에게 아깝게 0대 1로 패한 앙골라가 두 번째로 만난 팀은 D조의 톱시드를 배정받은 멕시코였습니다. 멕시코는 이란에게 3대 1로 승리하고 기분좋은 출발을 보인 팀이었습니다. 누가 보아도 멕시코의 승리가 예상되는 경기였지만 역시 멕시코와 앙골라의 경기는 ‘축구공은 둥글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경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앙골라의 골키퍼 주앙 히르카누는 소속팀도 없는 거의 무명의 선수에 가까웠지만 멕시코의 일방적인 공격을 막아내어 팀의 무승부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였습니다. 경기 종료 10여분을 남겨놓고 앙골라의 선수 한명(안드레)이 퇴장당하는 바람에 숫적인 열세로 멕시코의 공격을 막아야 했던 앙골라는 끝까지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경기에 임했기 때문에 더욱 귀한 무승부였다고 생각합니다.

1무 1패를 기록하게 된 앙골라와 1승 1무를 기록하게 된 멕시코는 명암이 엇갈렸습니다. 앙골라는 비교적 손쉬운 이란과의 경기를 남겨놓고 있지만, 멕시코는 쉽지 않은 상대인 포르투칼과의 경기를 남겨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앙골라의 16강 진출의 가능성은 남은 아프리카 팀들보다 비교적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번보다 전력으로는 대등할지 모르지만 처녀출전국 중심으로 구성된 아프리카 팀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16강 진출의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앙골라의 존재는 아프리카의 자존심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

 

오마이뉴스, 한겨레, 시골아이고향에도 올립니다.

코트디부아르, " 먼저 실점한 게 아쉬웠다."
[비전문가의 월드컵 관전 소감 22] C조, 코트디부아르 vs 네덜란드

=-=-=-=-=-=-=

조별리그만 통과하면 결승까지도 갈 수 있는 전력이라고 칭찬을 받은 코트디부아르는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아르헨티나를 만나 잘 싸우고도 1-2로 졌습니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이 배수의 진을 친 코트디부아르가 두 번째로 만난 팀은 유럽의 강호 네덜란드였습니다.

특별하게 밀리지도 않았지만 아르헨티나와 경기는 ‘관록’, 또는 ‘월드컵의 경험’이 작용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운도 실력이라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르헨티나와 코트디부아르의 경기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밀리지 않은 경기를 펼치고도 패한 코트디부아르가 다른 조에 속했다면 16강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었을 거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네덜란드와 경기는 초반 실점이 마지막까지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네덜란드는 전반 23분 로빈 판 페르시, 27분 뤼트 판 니스텔로이가 연속으로 득점에 성공하여 스코어를 순식간에 2-0으로 만들었습니다.

코트디부아르는 38분께 바카리 코네가 네덜란드 수비수 두명을 따돌리고 득점에 성공해 1-2 의 스코어를 만들었습니다. 이후에는 동점골을 만들기 위해 애를 썼지만 네덜란드의 수비진과 에드윈 판데르 사르 골키퍼는 두 번째 골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코트디부아르는 아르헨티나전과 마찬가지로 네덜란드와 경기에서도 1-2로 아쉽게 졌습니다. 그러나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전혀 주눅들거나 당황하지 않고 끝까지 세계적인 강팀을 상대로 몰아붙이는 저력을 보여줘 세계 축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코트디부아르가 C조에 속하지 않았다면? 코트디부아르가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아르헨티나가 아니라 세르비아-몬테네그로와 치렀다면?

이런 가정을 해 봤을 때 지금의 결과와는 다른 결과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먼저 코트디부아르가 다른 조에 속했다면 충분히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는 팀이라는 것은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 경기를 통해서 충분히 입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세르비아-몬테네그로와 먼저 경기를 치렀다면, 그리고 세르비아-몬테네그로를 이겼다면 팀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을 것이고 그 분위기를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전에서 최대한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코트디부아르에게서 아쉬운 점은 두 경기 모두 먼저 실점했다는 것입니다. 실점 이후 이를 만회하기 위해 경기장을 뛰는 것은 앞서고 있을 때보다 훨씬 힘들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습니다.

월드컵 때마다 16강에 진출하지는 못한 게 아쉬운 팀들이 생깁니다. 축구팬들은 그들의 경기를 계속해서 보기를 원하지만 조별리그 성적에 따라 16강 진출이 좌절돼 더 이상 경기를 뛰지 못하는 팀들이 나오게 됩니다.

아직 세르비아-몬테네그로와 마지막 경기를 남겨 뒀지만 그 경기가 끝나면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더 이상 코트디부아르의 경기를 볼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2006년 독일월드컵이 끝나면 축구팬들로서는 세 경기밖에 보지 못한 것이 아쉬운 팀으로 코트디부아르를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

 

오마이뉴스, 한겨레, 시골아이고향에도 올립니다.

세르비아, "지역예선과 본선은 다르다"
[비전문가의 월드컵 관전 소감 21] C조, 아르헨티나 vs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

지난해 12월 독일월드컵 조추첨 결과 아르헨티나, 코트디부아르, 세르비아-몬테네그로, 네덜란드가 C조에 속하자 축구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죽음의 조’라고 평가했습니다.

월드컵에서 처음 출전한 코트디부아르와 세르비아-몬테네그로를 어떻게 평가했기에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에 못지 않은 전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을까요?

아마도 코트디부아르는 선수들 대부분이 유럽의 빅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기 때문에 전력을 높이 평가한 것 같고, 세르비아-몬테네그로는 유럽 지역예선에서 실점을 하나밖에 안한 최고의 수비력이 높이 평가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코트디부아르를 2-1로 격파한 아르헨티나가 세르비아-몬테네그로를 만났을 때 대등한 경기는 아니더라도 아르헨티나가 힘겹게 승리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경기를 이길 수 있는 득점력에서는 뒤지지만 비길 수 있는 수비력은 갖추고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상외로 아르헨티나는 세르비아-몬테네그로를 애처로울 정도로 몰아붙여서 6-0 대승을 거뒀습니다. 아르헨티나가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던 전문가들조차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점수차였습니다.

아르헨티나는 6분 로드리게스, 31분 캄비아소, 41분 로드리게스가 연속으로 골을 성공시켜 전반전을 3-0으로 앞서나갔습니다. 반면 세르비아는 전반전에 유효슈팅이 단 한 개도 없는 무기력한 공격을 보여 일찌감치 경기의 승패가 판가름 나버렸습니다.

후반전 들어서 세르비아-몬테네그로는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후반 20분께 간판공격수 마테야 케주만의 퇴장으로 더욱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이후 경기의 분위기는 완전히 아르헨티나가 장악했고, 세르비아-몬테네그로는 전의를 상실한 듯 지역예선에서의 탄탄한 수비 조직력은 찾아볼 수 없었고 경기가 끝나기만을 바라는 듯 했습니다.

후반 33분 크레스포, 39분 테베스, 43분 메시의 득점으로 후반전에도 전반전과 같은 세골을 넣은 아르헨티나는 6-0이라는 엄청난 스코어로 승리를 거두게 됐습니다.

아르헨티나의 무서운 공격력은 확실하게 입증된 것 같습니다. 지난 2002년에 1라운드 탈락이라는 좌절을 겪은 아르헨티나는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은 물론 20년만에 우승까지도 넘보는 강력한 전력을 과시했습니다.

아르헨티나와 세르비아-몬테네그로의 경기는 세르비아-몬테네그로 감독이 경기후 소감에서 밝혔듯이 ‘지역예선과 본선은 확실히 다르다’라는 사실을 축구 전문가들에게 알려준 셈이 됐습니다.

지역 예선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고 본선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설득력이 많이 떨어질 것입니다.

세르비아-몬테네그로가 지역예선에서 보여준 좋은 경기력을 본선에 그대로 반영시키기 위해서는 아마도 지역예선 이후 곧바로 본선을 치렀어야 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명함을 내밀 수 있어도 세계의 모든 대륙에서 올라온 팀들과 경기는 워낙 수준차이가 많기 때문에 그것도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세르비아-몬테네그로를 6-0으로 꺾은 아르헨티나는 기분좋은 2연승의 상승 분위기를 16강 이후까지 이어나가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같은 조에서 남은 네덜란드와의 경기를 어떻게 치르는가가 또 다른 관심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16강 진출이 확정된 상황에서의 경기는 자칫 김빠진 경기가 될 수 있지만,조별리그 경기 가운데에는 초고의 매치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르비아-몬테네그로는 6-0의 치욕적인 패배로 가라 앉은 분위기를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16강 진출은 좌절됐지만 강팀이 즐비한 조였다는 사실로 위로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남은 코트디부아르와의 경기에서 자존심을 살릴 수 있도록 열심히 뛸 것을 기대해 봅니다.

 

=-=-=-=-=-=-=

 

오마이뉴스, 한겨레, 시골아이고향에도 올립니다.

스웨덴, "융베리가 팀을 구했다!"
[비전문가의 월드컵 관전 소감 20] B조, 스웨덴 vs 파라과이

B조의 처음 두 경기가 끝났을 때, 사람들은 잉글랜드와 스웨덴이 그다지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잉글랜드는 파라과이를 맞아 1대 0으로 힘들게 승리했고, 스웨덴은 무난히 이길 것으로 예상했던 트리니다드토바고를 맞아 숫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0대 0으로 비겼습니다.

스웨덴이 트리니다드토바고와 비겼을 때, 마치 16강 진출에 실패한 것처럼 초상집 분위기였던 모습을 TV에서 보았습니다. 경기 시작 전부터 트리니다드토바고는 당연히 이겨야 할 상대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서 참담한 표정이었을 것입니다.

반면 잉글랜드를 맞이해서 비록 졌지만 보기 드물게 잉글랜드를 압박했던 파라과이는 스웨덴만 잡는다면 16강 진출을 기대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였고, 보기보다 스웨덴이 약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스웨덴과의 경기를 상당히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스웨덴의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융베리라는 이름을 많이 들을 것입니다. 그만큼 미드필더로서 그라운드를 열심히 뛰어다니는 성실한 모습이 유럽의 클럽 선수들 사이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합니다. 항상 공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달려가는 근성이 강한 선수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스웨덴은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파라과이를 거세게 공격했으며, 파라과이는 수비를 하다가 반격을 하는 모습으로 임했습니다. 전반전을 득점없이 비긴 팀들 중에서 후반전 초반에 먼저 살아난 팀은 파라과이였습니다. 그러나 스웨덴의 반격으로 다시금 주도권은 스웨덴에게 돌아갔습니다.

전후반을 부지런히 뛰던 융베리의 머리는 전후반 90분 내내 외형적인 모습으로도 빛났지만, 후반 종료 직전에 터진 골은 그야말로 융베리의 머리를 평소보다 더욱 빛나게 만들었습니다. 그의 골은 조국 스웨덴이 16강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승점 3점을 보태는 골이기도 했습니다.

융베리의 스웨덴과 산타크루즈의 파라과이의 맞대결에서는 융베리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융베리를 선택했습니다. 파라과이는 (운명의 여신에게서) 선택받지 못하고 추가 시간의 실점을 아쉬워해야만 했습니다.

 

=-=-=-=-=-=

 

오마이뉴스, 한겨레, 시골아이고향에도 올립니다.

잉글랜드, "답답해 보여도 16강은 진출했다..."
[비전문가의 월드컵 관전 소감 19] B조, 잉글랜드 vs 트리니다드토바고

=-=-=-=-=-=-=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잉글랜드는 사상 최강의 선수로 구성되어 브라질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습니다. 비록 승리하기는 했지만 본선 조별리그 첫 경기인 파라과이와의 경기는 그다지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잉글랜드는 경기 전까지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었지만, 파라과이와의 첫 경기 이후 축구팬들과 네티즌들에 의해서 날카로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심지어는 ‘뻥 축구를 고집하는 최고의 기량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라는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들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잉글랜드가 두 번째로 상대해야 할 팀은 강호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숫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비기는 경기를 연출하여 세계의 축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트리니다드토바고라는 나라였습니다. 트리니다드토바고는 스웨덴과의 무승부로 사기가 많이 올라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비록 전력상으로 잉글랜드에 비해서 약체라고 하지만, 잉글랜드로서는 절대로 방심할 수 없는 상대였습니다.

경기가 시작되고 많은 축구팬들의 예상대로 잉글랜드가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 계속해서 트리니다드토바고의 골문을 공략했지만 좀처럼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신들린 방어로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준 히즐롭 골키퍼는 이번 경기에서도 뛰어난 수비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전반전 도중 제라드의 강슛을 몸(?)으로 막은 요크가 한동안 그라운드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팀 닥터나 동료 선수들은 요크가 공에 맞은 부분을 익히 알고 있기에, 걱정을 하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을 참느라고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주도권을 빼앗긴 트리니다드토바고였지만, 간혹가다가 날카로운 역습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잉글랜드는 이러한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저항에 오히려 위험스러운 장면을 맞이합니다. 전반 종료 직전에 잉글랜드의 골키퍼가 중심을 잃고 넘어진 사이에 트리니다드토바고의 공격수 존슨이 달려들었고 머리에 맞은 공은 힘없이 포물선을 그리며 골대 안으로 향했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잉글랜드 수비수 테리가 무의식적으로 뛰어 오르면서 공을 걷어내어 위기를 간신히 모면했습니다.

후반 들어서 잉글랜드는 어떻게 해서든지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나아가 후반 13분경 마이클 오언을 빼고 웨인 루니를 투입하며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잉글랜드로서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반면 트리니다드토바고는 첫 경기에서 강호 스웨덴과 비긴 것처럼, 두 번째 경기에서도 강호 잉글랜드와 비기려는 의도를 보이며 수비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후반 36분경, 장신 스트라이커 크라우치가 베컴의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서 잉글랜드가 목마르게 기다렸던 첫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이 골을 통해서 세계의 축구팬은 베컴의 발을 황금발이라고 하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2미터의 장신 스트라이커의 로봇춤을 기대했지만, 크라우치는 로봇춤 세레모니를 할 여유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의 머리에는 그저 한골 넣음으로 해서 한골 앞서가기 시작했다는 생각으로 가득찬 것 같았습니다. 너무 기쁘고 흥분한 나머지 자신이 전매특허로 가지고 있는 골세레모니를 잠시나마 잊어버렸던 것 같습니다.

전후반 90분이 끝나고 추가시간에 양팀은 한번씩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잉글랜드의 제라드의 슛은 골로 인정되었지만,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스턴 존의 슛은 골대 안으로 들어가기는 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무효가 되었습니다.

잉글랜드가 트리니다드토바고를 이기기 위해서 답답함과 초조함으로 보낸 시간은 80여분이었습니다. 아직 완전한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한 루니까지 투입할 정도로 잉글랜드는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비록 루니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않더라도 축구팬들은 월드컵의 무대에서 루니를 볼 수 있었다는 생각에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루니가 점차 경기를 거듭하면서 제 컨디션을 찾아갈 것이기 때문에 축구팬들은 언젠가는 화려하게 날아오를 루니의 미완성의 모습을 아량으로 지켜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트리니다드토바고에게 2대 0으로 이긴 잉글랜드는 16강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 16강에서 A조의 독일과 에콰도르 중에 어떤 팀이 상대가 될지는 다음번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까지 지켜보아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오마이뉴스, 한겨레, 시골아이고향에도 올립니다.

에콰도르, "남미팀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비전문가의 월드컵 관전 소감 18] A조, 에콰도르 vs 코스타리카

=-=-=-=-=-=-=

에콰도르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폴란드를 2대 0으로 격파했을 때만 해도 실력이 아니라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에콰도르는 지역예선에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이긴 전적을 가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에콰도르에게 좋은 점수를 주지 않았습니다. 에콰도르는 홈경기에만 강한 팀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에콰도르는 홈경기에서 유난히 강한 모습을 보이는데, 다른 팀들은 고산지대인 에콰도르에서 경기를 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에콰도르는 홈경기에만 강한 팀이라는 그다지 좋지 않은 이미지를 얻었습니다.

2006년 월드컵에서 폴란드를 맞아서 기분좋은 2대 0의 승리를 거둔 에콰도르는 개막전에서 독일에게 2대 4로 패한 코스타리카와 두 번째 경기를 가졌습니다. 사람들은 에콰도르의 공격의 핵심인 델가도 대신에 코스타리카의 완초페에게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에콰도르와 코스타리카의 경기는 의외로 쉽게 승부가 나 버렸습니다. 카를로스 테노리오(전반 8분), 아구스틴 델가도(후반 9분), 이반 카비에데스(추가시간)의 연속 골에 힘입어 에콰도르는 코스타리카를 3대 0으로 완파하고 2승(승점 6점)을 기록하며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

코스타리카는 완초페가 부진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팀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습니다. 독일전에서는 그나마 완초페가 두골을 넣었기 때문에 체면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에콰도르와의 경기에서는 상대 수비에게 철저하게 차단당하고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완초페는 독일과의 경기에서는 독일의 수비를 혼자서 뚫고 2골을 성공시켰지만, 에콰도르와의 경기에서는 전반전에 한차례도 슈팅을 날리지 못했습니다. 단순한 비교지만 에콰도르의 수비는 독일의 수비보다 뛰어날 수 있다는 예상도 해볼 수 있습니다. 공격 또한 코스타리카전에서 4골을 성공한 독일에 비해서 3골을 성공시킨 에콰도르가 크게 밀리지는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어찌보면 에콰도르의 마지막 상대인 독일과의 경기는 그다지 박진감 넘치는 경기는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지었기 때문에 16강전을 대비하면서 주전 선수들을 아낄 것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이미 하루 전에 독일이 폴란드를 1대 0으로 꺾고 먼저 2승(승점 6점)을 기록했지만, 나머지 경기 결과에 따라 많은 경우의 수가 있기 때문에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것은 아니라 ‘거의 확정지었다’라는 표현이 맞는 표현이었습니다.

물론 에콰도르가 16강 진출을 확정짓는 순간 독일도 16강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 에콰도르가 코스타리카를 이김으로 제일 먼저 자력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하는 순간, 먼저 2승을 거두고 다른 경기의 결과를 기다리던 독일도 함께 16강 진출이 확정된 것입니다.

세계 축구를 주도하는 남미에 속해 있는 에콰도르는 월드컵과 인연이 별로 없었습니다. 1930년 이후 다섯 번의 불참, 한번의 기권, 열 번의 예선탈락은 남미의 예선이 에콰도르에게는 상당히 버거운 과정이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2002년에 처음으로 월드컵의 무대에 등장한 에콰도르가 이탈리아, 멕시코에게 연패를 당하며 일찌감치 16강 탈락을 확정지었고, 마지막 경기에서 크로아티아를 꺾는 이변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2연승을 거둔 에콰도르는 실력이 떨어지면서 가끔 강팀을 격파할 수 있는 저력을 가진 이변이나 돌풍을 일으키는 팀이 아니라 남미의 강호로 새롭게 자리를 잡기 위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남미의 축구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접 실력으로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

 

=-=-=-=-=-=-=

 

오마이뉴스, 한겨레, 시골아이고향에도 올립니다.

+ Recent posts